업계 내부서 "철심 외주도 공공연한 비밀" 고백
작년 권선 적발 이어 철심도…품질 저하 불가피

 변압기 철심공정도 직접생산이 아닌 외주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사진=전기신문DB) 
 변압기 철심공정도 직접생산이 아닌 외주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사진=전기신문DB) 

지난해 직접생산을 하지 않는 소위 '생산지 세탁'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었던 변압기 제조업계에서 직생 위반이 여전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변압기 제조의 메인 중 하나인 철심 공정에서 직접생산이 아닌 외주 제작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이라면 엄연히 규정 위반이다. 지난해에는 권선에서 외주 처리되는 부분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자재 입고->권선->철심->중신조립->건조->완성조립->검사->출하의 과정을 거치는 변압기 제조에서 권선과 철심은 처음과 끝이라고 할 만큼 핵심 중의 핵심 공정이다. 수명을 포함한 품질도 권선과 철심 기술에 크게 좌우된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철심 공급업체가 반제품을 공급하면서 거래 명세서나 세금계산서를 원자재인 규소강판인 것처럼 작성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3~4년 전부터 코어유통업체들이 절단 및 소둔 제조시설을 갖추고 외주 생산해 반제품인 철심을 공급하고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소둔(燒鈍, annealing)은 강판을 적당한 온도로 가열한 후 천천히 냉각하는 조작을 의미하며, 반드시 제조사가 직접해야 하는 공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가공에 포함되지 않는 강판 슬리팅(slitting)에 그치지 않고 몇 년 전부터 인건비와 관리, 전기로 가동 등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제조업체들이 철심소둔을 외주로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끄럽지만 권선과 철심 외주는 변압기 제조를 사실상 남이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철심은 권선과 마찬가지로 변압기 품질과 직결된다. 직접생산하지 않을 경우 품질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직생 규정에서는 당연히 권선과 철심의 외주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철심을 외주에 맡길 경우 어떤 강판으로 만들어지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하면 자투리 코어가 섞여 있어도 알 길이 없다. 발주처가 요구하는 특성은 만족할지 몰라도 변압기 고장이나 수명 이슈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철심은 당장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변압기 수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한전 품질등급 A 미만 기업들은 대부분 외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철심과 권선을 직접생산하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4월부터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한 직접생산확인' 업무를 맡고 있지만 규정상 생산설비와 검사설비, 작업공정도 또는 작업표준, 최근 1년 이내 해당 제품 원부자재 매입 실적 등을 검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접생산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려면 원자재 인수검사 및 성적서, 철심공정 작업일지, 철심소둔 열처리공정 중간검사(온도 그래프), 철심소둔 생산량 및 작업인원, 철심 반제품 중간검사 등을 체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직생검사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이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예컨대 철심소둔 온도 그래프는 조작이 불가능하다. 철심을 직접생산 했는지 안 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항들을 조사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나주 에너지밸리 소재 일부 기업들은 다른 지역에서 만든 변압기와 개폐기를 직접생산한 것처럼 꾸며 한전에 납품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필수 공정 중 하나인 권선을 외부에서 제작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직접생산확인제도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해 중소기업자간 경쟁의 방법 또는 1000만원 이상의 수의계약 방법으로 조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직접생산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위반시 직생이 취소되고 최소 6개월 동안 발급받지 못한다.

이와 별도로 나주 에너지밸리 기업은 한전 기준에 따라 1년간 직생 신청을 할 수 없고 계약 해지 및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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