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는 해안 자연풍경과 원전 건축물이 조화를 이뤄 저녁 낙조 때 풍경은 정말 볼만하다. 이런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가 발생되고 발전소 내에 임시저장 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에 영구 처분되지만 사용후핵연료는 정부에너지정책에 따라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폐기로 결정되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직접처분되거나 재처리되어 신규 연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사용후핵연료의 미래에 대한 최종결정이 지연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는 199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발생되는 이득이 줄어듬에 따라 방사성폐기물로 직접처분을 계획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2016년 이후 발표한 1차, 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직접처분을 기본 관리방안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사용후핵연료 특별법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내용을 정리하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을 위한 특별법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의 포함 여부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는 중간저장시설과 지하연구시설, 처분시설이 있고 그 목적은 안전한 저장과 처분이다. 아직 기술개발 중인 파이로프로세싱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해 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하고 더 많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해 기술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저장과 처분 관리시설 건설이 지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은 직접처분이냐 혹은 재처리 후 신규연료로 확보하느냐를 결정하는 국가정책과 병행된 별도 추진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은 큰 전환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는 원자력발전소 설계와 건설의 선행핵주기에 치중되었다면 이후로는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과 처분을 위한 후행핵주기 기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1970년대 오일파동을 겪으면서 국산 에너지 기술자립이 절실히 필요했고 이를 위해 전문 원자력설계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을 설립하여 현재는 원자력발전소 설계자립을 이루었으며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UAE에 수출하여 상업운영이 개시되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원자력발전소 수출은 원자력발전소와 더불어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의 저장과 처분시설까지 패키지로 수출되는 형태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 후행핵주기 설계기술 국산화와 법령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원자력발전소 법규와 기준, 설계기술이 적용되고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시공되어 안전성 보장과 운영중 문제 발생 시 즉각적 대응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원자력발전소 설계기술 자립을 통해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국내 설계자립 토대를 이루었으며 이를 발판으로 후행핵주기 설계기술 자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간저장시설과 지하연구시설의 설계 자립도는 당장 건설사업을 진행해도 되는 단계까지 발전했으며 처분시설 기술개발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축적해온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사용후핵연료관리 핵심기술개발사업단이 주관하여 국내 기술자립도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으로 관련 국내 산업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술자립을 위해 선행 핵주기 설계기술이 후행핵주기 설계기술로 이전되고 관련 산업체의 전문인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부지확보와 함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 일정이 확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21년 발의되어 계류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미비한 내용을 전문가 검토를 통해 보완한다면, 해체를 준비중인 고리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반출과 관리가 적기에 수행될 수 있고, 이후 중간저장시설 및 처분부지의 적기 확보도 가능할 것이다.

지난 원자력정책으로 직면한 원전산업 생태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와 기술자립을 위한 국내 산업체의 전문인력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토대로 국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자립설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윤형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 프로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대학/대학원 졸업 ▲IAEA 파키스탄 CANDU 중간저장시설 자문위원 ▲제2차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전문가 검토그룹 전문위원 ▲한국형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설계기술 공동연구개발책임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사업부책임자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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