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측량선 비글호가 남미와 태평양의 지질·해역 탐사를 위해 영국서 출항한 것은 1831년 12월. 이 배엔 22세의 젊은 학자 찰스 다윈도 타고 있었다.

비글호는 여러 섬을 탐구했는데 그 중 하나가 갈라파고스 제도다. 다윈은 훗날 항해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세기적 저작인 '종의 기원'을 발표, 진화론을 확립했다.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본토에서 서쪽으로 1000km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를 처음 발견한 이는 1535년 파나마의 주교였던 프라이 토마스 데 베를랑가로 알려져 있다. 면적은 우리나라 전라북도와 비슷한 약 8000㎢규모다.

갈라파고는 옛 스페인어로 '안장'을 뜻하는데 여기서 발견되는 땅 거북의 등딱지 모양이 안장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흔히 갈라파고스는 국제적 고립을 의미한다. '갈라파고스 규제'라 하면 외국에선 허용되는데 우리나라만 금지된 규제를 지칭한다.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에 따른 코인지갑 실명제가 국내 블록체인 사업을 후퇴시키고 한국만 갈라파고스로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사용된다.

○…유럽연합(EU)이 결국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말 원전을 제외한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셈이다.

물론 EU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완벽한 합의를 이뤄낸 것은 아니다.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체코, 폴란드 등은 원전을 녹색으로 분류하는 데 찬성한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은 반대했다.

그럼에도 깨끗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인 기술로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단서조항도 붙었다. 신규 원전이 녹색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고,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국가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EU는 앞으로 수 개월간 회원국 간 논의를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EU의 선택은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원전의 불가피성,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감안한 현실적 결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EU의 결정이 나오자 지난해 말 원전을 택소노미에서 제외시킨 우리 정부의 입장이 다소 궁색해졌다. 정부는 사회적 의견을 수렴해 원전 포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어차피 이럴 거면 원전을 제외시킨 K-택소노미를 굳이 왜 서둘러 발표했는지 의문이다. 정부의 신뢰만 떨어뜨리는 꼴이고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도 줄 수 있다.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즉 우리 산업 정책이 갈라파고스처럼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당연해 보인다.

스스로 '탈원전 프레임'에 갇혀 탄소중립 솔루션을 엉뚱한 곳에서 찾아 헤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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