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거래소 전원계획팀장 백광현

세계는 지금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서 일부 수력 및 국내무연탄 자원 등을 제외하고는 전체에너지의 약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외부의 여건변화에 대하여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취약성이 국가경제에 직결되는 상황에 있다.

최근 유가는 국제 정정과 연료수급 균형의 불안으로 계속 증가세에 있고, 설상가상으로 BRICs라 불리는 거대 국가인 중국 및 인도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연료 수요가 대폭 증가함으로써 석탄가격도 약 2배정도 상승하였으며, 앞으로도 낙관적인 전망은 없어 보이는 현실이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에 러시아가 곧 비준한다는 소식에 접하여 그 동안 논의되었던 온실가스 저감감축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고,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건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환경 및 시민단체에서 대안에너지로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들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정부도 2011년까지 약 9.1조원을 투자하여 1차 에너지의 약 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미래 후대의 환경 및 경제영향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선진국과의 기술낙차를 줄이기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적극개발은 지속가능한 발전 차원에서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1년간 전력소비 비용 총규모가 약 25조원임을 감안할 때, 신재생에너지원에 약 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를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현 세대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실적인 여건에서 볼 때 신재생에너지는 원자력, 석탄, 가스 등 현재 사용 중인 대규모 자원보다 가격은 약 3~15배, 입지는 약 50배 수준이며 또한 천연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시기에 맞추어 제때에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취약점이 있으며, 현재의 기술개발 수준으로 볼 때 주력전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한편, 다른 대안으로서 수요절감 즉, 절약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중 일부를 충당하여 전력수요 절감을 위해 전력수요관리 및 각종 기기의 효율개선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금액은 연간 약 2,000억원 수준이며, 절감목표는 총 전력수요의 약 15% 수준으로서 대부분 선진국의 전력수요 절감 목표가 약 10% 수준임을 감안할 때, 수요관리분야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전력소비를 자발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구조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즉 소비가 많을 시간대는 비싼 가격을, 반대로 소비가 적은 시간대는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현재 요금구조는 이러한 시장원리와는 다르게 전체 소비량의 절반이 넘는 산업용은 원가이하로, 심지어 심야전력은 원가의 40% 수준으로, 공급는 등 산업 우선지원 차원으로 정해져 있어 일부 싼 전기요금이 오히려 소비를 촉진시키거나 효율개선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러한 현실은 전력시장 구조와 더불어 점차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위와 같은 여건 하에서 현재 국내 전력공급 현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발전공급설비의 효율적 활용 지표로서 연중 평균전력과 연중 최대전력과의 비율인 부하율을 산정하게 되는데, 현재 선진국의 경우 약 65% 수준이나 우리의 경우는 약 76%에 이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세계적으로도 월등한 수준으로 설비를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즉 공급위주의 정책이 아니라 최대전력을 절감하는 등 합리적인 설비운영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향후에도 정부는 ‘02.8월 수립된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15년까지 총 2조4천억원을 투자하여 하계 최대수요를 704만kW 신규 감축할 계획으로 있다.

지금까지의 전력수급정책의 주요한 변화를 돌이켜 보면, 1970년대에 2차례에 걸친 석유위기로 인하여 전력가격 및 수급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여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원자력 및 유연탄자원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탈유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현재 전력부문에 있어서는 석유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었으며, 가격저감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전력정책 역사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전력에너지는 공급측면에서 경제성, 기후변화협약 등의 환경성, 미래 연료가격 변동성 및 해외의존도 등을 고려해야 하고, 동시에 소비측면에서는 수요절감을 모색하여야 하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현재 기술개발수준에서 어떠한 에너지연료원도 이러한 경제성, 환경성, 기술성 요소 측면에서 골고루 유리한 선택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원자력의 경우 경제성은 우수하나 국민 수용도가 낮고 석탄,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연료는 가격도 비쌀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협약 및 탄소세 도입 시 더욱 열악해지는 측면이 있는 등 전력에너지원의 선택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 따라서 현재 및 미래에 어떠한 대안이 가장 유리하고 위험회피 정도가 낮은가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고민을 해야 한다.

만일 혹자가 주장한대로, 원자력을 배제하고 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하든가아니면 화석연료중 CO2가 적게 배출되는 비교적 환경성이 양호한 고가의 천연가스를 채택하든가 등으로 전력정책 방향을 돌리면, 우리는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예컨대, 현재 대규모 전원으로 활용중인 LNG가스 발전원가는 원자력의 약 2배, 석탄의 1.5배 정도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핵심요소이면서, 국내에서 조달이 어려운 에너지자원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 원자력 등 특정 연료원은 더 이상 채택이 곤란하다는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장보다는 가격, 공급안정성, 환경측면을 고려하되 현재 및 미래 불확실성을 종합 평가해 합리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원구성)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람직한 전력정책 방향은, 아직도 수요성장이 높고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여건을 감안할 때,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은 미래를 위한 투자측면과 소비자 비용부담이 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발을 추진하되 경쟁력이 확인돼 가는 과정에서 점차 확대추진하고, 대규모 상용전원으로서는 원자력, 석탄, 가스를 균형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이와 같이 연료원 선택에 대한 논의 또한 시의적절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경우, 발전설비 건설에 약 5~10년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할 때, 2010년 초반 이후의 전력수급과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신중한 논의는 중요하나 너무 신중한 나머지 결정을 망설여 실기하는 오류를 범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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