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설치작업자, 도급비 인상 협상 요구하며 작업거부 中
소장단협의회,“빚내서 인부 임금 준다” 도급비 현실화 주장
현대EL,“도급비 인상폭 충분, 납득 안 된다” 법적 대응 고려
‘협상 테이블 서로 걷어찼다’ 공방 속 갈등 일파만파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현대엘리베이터 현장 작업자들이 설치공사 거부에 나섰다.

부당한 처우 개선과 내년 도급비 인상을 위한 조기협상을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며 설치작업 거부에 나선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8일 생활고에 시달린 현대엘리베이터 소장단협의회 관계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현대엘리베이터 현장 작업자로 이뤄진 소장단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내년 도급비 협상을 위해 지난 7월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수차례 만남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협의회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2019년에 책정한 도급비가 올해까지 적용되는데,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인해 인건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내년 도급비에 이를 고려해 달라는 요청을 할 예정이었다.

현재 근로자들은 시간당 2만1420원을 받고 있으며, 이는 건설노동자 평균임금인 3만6600원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사장제 형태로 운영…열악한 근로환경 문제

업계에 따르면 승강기 설치공사는 인력운영이 쉽지 않아 소사장제(특수고용 노동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 작업자들은 소장 단위로 팀을 꾸려 현대엘리베이터 협력사들과 건별로 계약을 체결하고, 현장에 투입된다. 일종의 프리랜서 사업자인 셈이다.

이 같은 근로 구조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도급비를 책정할 때 실제 현장 작업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엘리베이터가 협력사와 2019년에 체결한 도급비 삭감안 역시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게 협의회의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 각 현장 소장들은 손해를 보면서 작업자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협의회는 지난 2019년에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삭감한 도급비를 놓고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작업거부에 나선 바 있다.

당시에는 지방 소장들을 중심으로 작업거부가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90% 이상(협의회 추산)의 협의회 소장들이 동참했기 때문에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협의회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협상을 거부하면서 작업장에 복귀하라고만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장 소장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지금 받는 도급비로는 직원들 임금을 주기도 벅차 소장들이 개인 빚을 내서 임금을 주는 상황”이라며 “1년 중 쉬지도 못하고 360일을 일하고 있는데 빚지면서까지 일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협의회 소속인 A씨가 8일 오전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료 작업자에 따르면 평소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도급비 인상을 요구하며 현대엘리베이터의 설치 작업을 거부해왔다.

◆협의회 작업거부는 계약위반, 법적대응 고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회사 임직원의 임금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의 도급비 인상이 있었기 때문에 협의회의 작업거부와 도급비 인상 요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고객을 볼모로 도급비 인상을 요구하는 협의회에 유감”이라며 “신속히 작업에 복귀하길 기대하며, 작업거부는 계약위반에 속하는 만큼 피해가 더 누적된다면 법적 대응을 고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 측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도급비가 지속적으로 인상된 것은 맞지만 2019년에 인상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삭감이 됐고, 올해는 52시간 근무제까지 시행돼 현재의 도급비로는 더 이상 작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당장 도급비를 올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년 도급비를 미리 협상하자는 것인데도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도급비 인상 문제를 놓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협의회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이 문제를 논의할 협상 테이블 설치 문제를 놓고도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협의회 측은 지난 7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회사 측에 만남을 요구했으나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우선 작업거부를 중단하고 추석 이후 협상하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주장했으나,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9월 초에 협상하자고 협의회에 제안했지만 협의회가 지난 8월 23일을 기한으로 못 박고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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