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활용해 수소생산…공급단가 낮춰 경쟁력 제고
500kg/day급 수소추출기 2대 설치…하루 1t 생산
제이엔케이히터, 수소추출기 설계 제작 시운전 모두 맡아
충전소 내 수소출하장도 구축…창원지역 수소 공급
충북 등 내륙지방에 온사이트 수소충전소 경쟁 우위

창원 성주수소충전소에 설치된 수소추출기 모습.
창원 성주수소충전소에 설치된 수소추출기 모습.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창원중앙역에서 시 외곽으로 15분쯤 달리면 수소버스가 줄지어 대기 중인 충전소 한곳이 눈에 띈다. 바로 지난달 준공식을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간 창원 성주수소충전소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수소추출설비다. 도시가스 배관을 통해 공급받은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핵심설비다. 수소추출설비는 충전소 안쪽 깊숙한 곳에 2대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마침 충전소에는 튜브 트레일러 2대가 정차 중이다. 디스펜서(충전기)를 통해 수소를 주입받은 버스는 곧장 충전소를 출발해 인근 공영차고지로 복귀한다.

국내 1호 수소생산기지로 불리는 창원 성주수소충전소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도시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온사이트(On-site)’ 수소충전소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수소로 탈바꿈한 도시가스…창원지역 모빌리티 수요 커버

성주수소충전소는 하루 당 500kg급 수소추출기 2대가 병렬 구조로 배치돼 하루 1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수소추출기의 설계 및 제작, 설치, 시운전은 모두 제이엔케이히터가 맡았다. 제이엔케이히터는 서울 상암수소충전소에 하루 당 180kg 수소추출기를 설치해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에 성공한 업체다.

수소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24시간 수소 생산이 가능한 도시가스를 사용한다. 도시가스는 인근의 충전소 옆을 지나는 도시가스 배관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저녁에 인근지역 도시가스 사용량이 늘면서 압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도시가스 압력 유지를 위한 압축기도 설치돼 있다.

제이엔케이히터 관계자가 수소추출기의 화학반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 관계자가 수소추출기의 화학반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희가 제작한 수소추출기는 수증기 개질반응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합니다. 메탄(CH4)이 주성분인 도시가스를 800도 이상 고온의 수증기(H2O)와 반응시켜 수소(H2) 3개와 일산화탄소(CO) 1개를 만듭니다. 그리고 일산화탄소는 다시 한 번 300도의 수증기와 반응해 이산화탄소(CO2)와 수소를 각 1개씩 만들죠.”

서명재 제이엔케이히터 과장이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500kg급 수소추출기 내부에 직접 들어가 수소제조원리를 설명한다.

이론상으론 두 차례에 걸친 촉매반응으로 수소 4개와 이산화탄소 1개가 생성된다. 하지만 실제로 100% 촉매반응을 이끌어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처 반응하지 못한 메탄, 일산화탄소 등 각종 부산물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제이엔케이히터 관계자가 수소추출기 내부로 들어가 수소정제기(PSA)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이엔케이히터 관계자가 수소추출기 내부로 들어가 수소정제기(PSA)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 보이는 정제기(PSA; Pressure Swing Absorption)로 각종 가스가 모여 듭니다. PSA는 메탄, 일산화탄소 등으로부터 수소를 분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PSA를 거치면서 정제된 순도 99.999%의 수소는 별도의 저장용기에 보관되고, 나머지는 수소추출기 내 고온을 유지하기 위한 열원으로 사용됩니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통상 7bar 정도의 압력을 가진다. 두 차례의 압축 과정을 거쳐 450bar, 900bar의 중·고압저장용기에 각각 저장된 수소는 수소버스 충전용으로 공급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배출하고 있지만 추후 포집 및 활용(CCU) 기술을 통해 드라이아이스 등으로 재처리해 보다 친환경적인 충전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출하장 내에 정차해 불순물 제거 작업 중인 튜브 트레일러 모습.
수소출하장 내에 정차해 불순물 제거 작업 중인 튜브 트레일러 모습.

수소추출설비 바로 옆에는 수소출하장도 구축돼 있다. 서 과장은 충전소가 상업운전에 들어가면 튜브트레일러 2대가 수소출하장을 동시에 드나들며 창원지역 충전소에 수소를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수소생산기지의 경쟁력…수소단가↓ & 수소버스 수요 대응

수소생산기지는 도시가스 등으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시설이다. 수소충전소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 및 공급하기 때문에 온사이트(On-site) 수소충전소라고도 한다.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는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외부에서 수소를 공급받을 때의 높은 수소 운송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는 수소충전소의 수소 공급단가 인하로 이어져 그만큼 최종 소비자에게도 경제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인근지에 수소를 직접 공급해 소비자가 보다 저렴하게 수소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충북, 강원과 같은 내륙지방은 충분히 도입을 생각해 볼 만합니다. 근처에 대규모 수소생산시설이 없어 튜브 트레일러를 통한 운송비용이 높은 지역이거든요.”

송주오 제이엔케이히터 차장은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의 장점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한다.

송 차장에 따르면 울산, 대산, 여수 등 대규모 부생수소 생산시설 인근에 위치한 충전소는 가까운 만큼 싼 가격에 수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륙지방은 튜브 트레일러로 수소를 운송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소버스 충전소는 수소생산기지와 연계해야 효율적이라는 게 송 차장의 생각이다.

“수소버스 1회 충전량은 30kg 내외입니다. 200kg급 튜브 트레일러 1대로 하루에 충전할 수 있는 버스는 기껏해야 7~8대 정도죠. 매일같이 튜브 트레일러가 충전소를 오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성주수소충전소처럼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수소버스 충전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이엔케이히터가 개발한 500kg급 수소추출기 2대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제이엔케이히터가 개발한 500kg급 수소추출기 2대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페이백(자금회수) 기간이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송 차장은 당장 온사이트 수소충전소의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보여도 전국에 배치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는 수소 가격을 인하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 성주는 ‘신호탄’, 강원 삼척·경기 평택 등 줄지어 건설 중

성주수소충전소는 지난 2019년 산업부가 공모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지원 대상에 최종 선정된 3개 지역 중 하나다.

나머지 2곳은 강원 삼척, 경기 평택으로 현대로템과 원일티엔아이가 각각 설계 및 시공을 맡았다. 한국가스기술공사가 구축하는 평택 수소생산기지는 하루 5t 규모로 창원과 삼척 보다 5배 큰 규모다.

산업부는 지난 2020년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지원 대상으로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는 부산, 대전, 강원 춘천등 3개 지역에, 중규모 수소생산기지는 광주, 경남 창원 등 2개 지역을 추가 선정했다.

정부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수소추출기 기업들도 발 빠르게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소추출기 상용화에 성공한 제이엔케이히터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650kg급 수소추출기를 동부산권 공영차고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 1000kg급 이상급 수소추출기 개발에도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