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사1부터 주민수용성·환경영향평가 ‘만전’

3단계 보급계획으로 계획입지·인허가 고도화

정부·부처 지원으로 현지 생태계 뿌리내려

안정적 수요·정책 여건으로 기업 투자 이끌어

롱펭항만 뒤로 포모사1 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촬영=김진후 기자
롱펭항만 뒤로 포모사1 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촬영=김진후 기자

대만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롱펭항만(龍鳳漁港). 500가구 남짓의 적은 인구가 고기잡이 등으로 생계를 잇는 이곳에는 총 128MW의 포모사1(1-1, 1-2) 단지와 대만전력(타이파워)의 육상풍력단지, 작년 5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포모사2(376MW)가 낚시를 즐기는 해안가 풍경과 어우러져 있었다.

이곳은 포모사 1이 준공한 2019년 이전만 해도 여느 조용한 항구에 불과했지만, 2013년 대만 정부의 첫 구획화 작업과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한 이래 대만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해외 기업 진출의 기점이 되는 장소가 됐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 GW급 발전소에 비해선 작은 규모지만, 연간 약 50만MWh을 공급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의 포문을 열었다. 

▶기업과 1:1 매치로 전력수요확보·RE100 물밑 지원

대만 정부는 탈원전 및 에너지 전환과 함께 해상풍력 산업 육성이라는 전체 3단계(Round 3) 보급계획을 세우고 그 첫 단지로 포모사를 낙점했다. 경험 구축을 위한 1단계(실증 및 지원)였지만 시작부터 주민수용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는 게 대만 현지의 반응이다.

발전단지를 개발한 오스테드 관계자는 “처음 발전단지 구획을 정했을 때부터 주민 수용성 강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담았다”며 “인허가의 각 단계별로 수차례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 현지 어민회 등의 참여와 동의가 동반돼야만 사업 진행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경제부 에너지국은 매월 현지 답사와 주민회의를 통해 추가적인 문제 발생을 최소화했다. 이는 물 샐 틈 없는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도 이어졌다. 사업 본격화 이전부터 환경영향평가에 준하는 생태계 및 이해관계자 조사를 진행했고, 2단계부터 입찰에 응하는 사업자들은 사업계획서에 환경 및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담아야 했다. 이후 사업 진행 전 환경부와 평가기관, 현지 주민으로 구성된 실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후에야 발전사업 허가를 내주는 구조다. 우선 발전사업 허가부터 내놓고 뒤늦게 환평영향평가를 진행하는 우리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발생하는 발전수익을 배분하는 형태의 주민참여형 사업 구상은 물론, 다양한 이익공유와 발전사업자의 사회적 역할도 강조했다. 각 해상풍력 발전기에 등을 탑재해 어민들의 등대 역할을 하는가 하면, 발전기가 기상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어민들의 어업활동에 지원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각 단계의 보급계획도 완결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전력 매입 방식에서 명확한 의지가 드러났다. 초기 단계인 포모사1의 경우 10년 전 FIT(Feed in Tariff, 재생에너지 발전보조금/발전차액지원제도)을 통해 계약한 정산액은 kWh당 7신대만달러(한화 약 297원) 수준이었다. 이후 보급 활성화에 따라 2단계 시점의 정산단가는 3.5신대만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3단계에 속하는 신규 해상풍력 사업은 이제 대만전력이 아닌 개별 기업과 직접 CPPA(Corporate PPA)를 체결하고 청정전력 공급계약을 맺는 형태로 진화했다.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 수요를 보장하면서도 기업의 RE100 이행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완결된 것이다. 실제 오스테드가 3년 전에 실시한 920MW급 창화 2b&4 사업은 대만의 TSMC가 발전전력을 전량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당시 역대 최대의 계약량이었다.

타이중항에 입주한 오스테드 O&M 센터. /촬영=김진후 기자
타이중항에 입주한 오스테드 O&M 센터. /촬영=김진후 기자

▶제조·설치·유지관리 생태계 정착

포모사에 이어 대만 해상풍력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타이중항을 찾았다. 작년에만(11월 누적 기준) 146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며 대만의 국제상업항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은 포모사1부터 종낭, 하이롱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성립할 수 있었던 제조·설치의 산실이다. 대만국제항만공사(TIPC)가 타이중 사업본부 소관 58개 부두 중 10개 부두를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관련한 설치·제조 항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 결과다.

타이중 지역과 인근 장화현은 대만 중부의 대표적인 공업지역으로 대규모 중·경공업단지와 유관 중소기업들로 밀집해 있다. 이곳의 기업들은 TSMC를 비롯한 수출집약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RE100 이행이 필수적인 의제로 다가왔다. 실제 공업단지 지붕은 무수한 태양광 발전장치가 수를 놓았고, 개발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외에도 가오메이 풍력단지 등 친환경 발전자원이 취재진을 맞았다.

오스테드는 이곳 타이중항에 둥지를 틀고 해상풍력산업을 위한 생태계를 갖춘 지 10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40헥타르(40만㎡)에 이르는 부두는 2018년 포모사 개발사업 이후 최근 900MW급 창화1 & 2a(Changhua 1 & 2a) 프로젝트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향후 오스테드가 진행할 아시아태평양 사업의 허브 역할을 맡을 O&M 센터도 건설 기간 2년을 거쳐 최근인 작년 8월 완공했다. 7800㎡ 넓이의 센터는 해상풍력지원선(SOV) 1대와 수송선(CTV) 2대를 비롯해 유지관리에 필요한 물품 수백종을 비치한 2000㎡의 자재 창고를 바탕으로 상업운전을 기다리고 있는 창화 1&2a와 920MW급 창화 2b&4 발전단지의 해상변전소와 육상변전소, 발전기 등의 유지관리를 담당한다.

O&M 센터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40여명의 상주인원이 진행하는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유지관리 프로젝트였다. 발전기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시시각각 변동하는 ▲발전량 ▲전압 등 안정성 ▲풍속 ▲풍량 ▲신뢰성(유압·온도·성능 등)을 관찰하고 원격으로 제어한다. 아태지역 허브답게 최근 발전사업허가를 획득한 국내 인천해상풍력(1.6GW)의 기술자료 데이터 분석도 이곳에서 책임질 예정이다.

오스테드 관계자는 “영국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고전압·변전 모니터링 ‘키맨’들이 마이크로초당 3500개씩 유입되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유기적으로 유지관리 프로젝트에 기여한다”며 “이곳에서 처리하는 정보는 앞으로 30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버 용량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CIP가 임대한 타이중항의 제조 부두. 신규 프로젝트를 위한 설비시험과 적재가 한창이다. /촬영=김진후 기자
CIP가 임대한 타이중항의 제조 부두. 신규 프로젝트를 위한 설비시험과 적재가 한창이다. /촬영=김진후 기자

▶LCR, 인프라·인적·물적 경제효과 톡톡

창화현에서 창팡&시다오(595MW), 종낭(298MW) 해상풍력단지 등을 개발 중인 CIP(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 타이중항 본부(35번 부두)는 Round 3 사업에 속하는 펭판(600MW)·펭쳉(750MW)·펭리(1.8GW)·펭미아오(1.8GW)·펭유(600MW)·푸팡(600MW) 등 장화~신주 일대의 신규 프로젝트 준비를 위한 활기가 돋보였다.

길이 100m를 오가는 타워·블레이드가 높이 서있고, 400t 무게의 나셀·허브를 수용하기 위해 ㎡당 최소 50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각종 설치물들이 빼곡했다. 이를 운송하기 위한 크레인과 SPMT(모듈형 동력 운송장비) 등도 분주히 가동되는 중이었다.

에밀 드하트 CIP 프리-인스텔레이션 PM은 “현재는 지진과 태풍에 대비하기 위한 타워 댐퍼(Damper) 작업과 콘크리트 레그(Leg) 설치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공정”이라며 “나셀의 회전, 타워의 전력가동 등 각종 테스트를 통해 첫 출하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중항과 마주한 포츈 일렉트릭 야적장에 CIP가 사용할 베스타스의 터빈 허브가 적재돼 있다. /촬영=김진후 기자
타이중항과 마주한 포츈 일렉트릭 야적장에 CIP가 사용할 베스타스의 터빈 허브가 적재돼 있다. /촬영=김진후 기자

이곳 부두와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포춘 일렉트릭 타이중 공장은 대만 정부가 펼친 현지화정책(LCR)의 성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연간 24개의 변압기를 생산하는 이곳 공장은 CIP의 추가 투자를 통해 공장을 증설하고, 차기 프로젝트에 투입될 나셀 허브 어셈블리(조립)을 개시할 참이었다.

비라판 파라마시밤 베스타스 시니어 PM은 “한 명의 PM 밑으로 최소 50여명의 현지 직원 채용이 발생하고, 이들 직원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지원도 이뤄진다”며 “인적 투자효과 외에도 허브에 투입되는 300여개의 1차 부품 벤더사 수요와, 대만 각지를 이어주는 현지 유통물류망을 고려하면, 프로젝트 하나마다 부가적인 경제효과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기업이 대만에서 진행하는 과감한 투자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대만 중앙정부와 뚜렷한 지원 정책을 밝힌 TIPC의 역할이 컸다는 전언이다.

오스테드 관계자는 “O&M 센터가 위치한 부두는 최소 20년의 사용을 보장하는 계약이 체결돼 있고, 앞으로 아·태지역의 추가 해상풍력 개발사업 수요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계약 연장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용은 기업으로하여금 인적·물적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선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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