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춘리 경제부능원서 대변인, 대만 해상풍력 노하우 공유
인허가 간소화·주민수용성·인프라 구축 성공 평가
부처 통합 심의로 사업자 중복업무·애로사항 최소화
주민수용성, 공용 기금으로 보상 체계 형평성 갖춰
금융기관 재생에너지 신용보증 통해 경제성 뒷받침

대만의 경제부 산하 경제부능원서(에너지청)은 전력시장부터 각종 발전자원에 대한 정책을 총망라해 전담하는 규제기관이다. 특히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에 있어 ‘단일창구’로 기능하며 인허가 간소화, 정책 일관성 확보 등의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능원서의 리춘리(李君禮) 대변인은 20년 이상 경제부(MOEA)에 재직한 대만 전력시장 개혁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발전소 규제 완화’ 참여, ‘에너지 관리법’ 개정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개발법을 공포하는 등 굵직한 업무를 수행했다. 최근에는 에너지 공급 안정과 에너지 안보 향상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리 대변인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보다 앞서 해상풍력 보급에 성공한 사례를 공유했다. 복잡한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주민수용성 확보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대만 정부가 가졌던 깊은 고민과 이를 정책에 반영한 과정,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해상풍력 보급 과정에서 거쳐온 대만 정부의 시행착오와 개선사례가 궁금하다.
▶ 수년 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지연 또는 중단되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부족현상과 함께 글로벌 건조 선박 부족사태도 맞았다.
정부는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풍력발전 작업 선박의 최대화 이용 메커니즘’을 수립했다. 이는 각 사업자 간의 외국 선박 신청 기간이 겹치도록 개방해 외국 선박이 서로 다른 프로젝트 사이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사용 유연성을 높인 조치였다.
능원서는 정기적인 관리 및 시험 회의 개최, 각 사례 현장의 건설 진행 상황 및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추적ㆍ파악하는 동시에, 각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 해상풍력의 계획입지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부의 고민은 무엇이었나?
▶ 보급계획 2단계(라운드2)에선 사업자들이 대만의 해양환경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능원서는 36개의 잠재력 부지를 선정 및 발표했다. 당시 법적으로 제한된 환경 민감 구역 및 건설 금지 구역(어업, 항행 안전, 비행, 군사 통제 등)은 제외했다.
곧이어 시작될 라운드3는 이미 사업자들이 국내 해양환경, 정부 기조 및 법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종전의 환경민감구역 및 건설제한구역을 기초로 갱신하고 ‘부지계획의 해역범위 민감구역’을 공고해, 각 사업자들이 신청한 사업부지가 고민감구역과 겹치지 않도록 개방할 방침이다. 사업자들은 공표된 원칙에 따라 스스로 법규에 부합하는지 평가할 수 있다.
경제부는 이를 토대로 모아진 사업을 평가하기 위해 관련 주관기관으로 꾸려진 합동심사회를 통해 부합하는 사업 심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 대만 해상풍력시장은 공급망 현지화 정책(LCR)의 정착을 성공시킨 선례로 남아 있다. 대만 정부가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내세운 전략은 무엇이었나.
▶ 정부는 우선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해 국내 현지 산업 공급망의 영속성을 목표로 삼았다. 명확한 해상풍력 보급 목표치 설정 외에도 내수 비즈니스 기회를 통해 국내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이었다. 해상풍력은 다루는 분야가 방대하고, 발전기 외에도 ▲수중기반(하부구조물) ▲전력시설 ▲기반공사 ▲O&M까지 산업혁신과 경제성장의 기회라는 공감대를 모았다.
경제부는 우선 국내 제조업체의 기술력을 점검하고, 70여 회의 토론을 거쳐 정책 수립의 기초를 닦았다. 공급망 형성에 있어서도 단계를 설정해 국내 산업 성장은 물론 외국 기술진 및 고급인력 도입도 가속화하도록 했다. 이는 베스타스, 지멘스가메사(SGRE)가 타이중항에 유럽 외 첫 터빈 조립공장을 설립하도록 유도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해사공정 사업자인 DEME와 타이완선회사는 ‘타이완선 환해회사’를 합작설립하면서 아시아 최대(세계 2위)의 국조 해상풍력 대형 설치선인 ‘환해 에메랄드 호’를 건조할 계획도 세웠다.


◆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민수용성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협의는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추진에 있어 그 어려움만큼 중요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만 정부는 어떤 전략을 채택해 이해관계자의 동의와 적극적인 참여를 얻었는가.
▶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설득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담은 ‘대만 2050 순배출 제로 경로 및 전략 총설명’을 발표하고, 12가지 핵심전략을 수립해 각종 자원을 종합했다. 각 전략은 ‘사회 소통 계획’을 동반해 민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에너지 전환 추진 시 반드시 사회와 환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미디어 활동 등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어졌다. 우선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서 반드시 지역의 의견표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개발사업자가 ‘전기업법’, ‘전기업등록규칙’ 등 관련법에 따라 사업 신청 시 반드시 환경영향평가 증명서류와 지방정부 동의서를 동봉하도록 했다.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법 및 환경영향평가 공개설명회 운영요건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업자가 현장 개발 전 공개설명회를 개최해 정보공개 및 국민참여를 이행하도록 했다.
사회적 합의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전력 개발 보조금’ 메커니즘을 계획하고 전기 조합금 계산 공식을 공식화했다. 규정에 따라 발전소 주변지역(현·시 등 정부)에 전기 조합금을 할당하고 특정 용도(지역 발전 및 고용 촉진 사항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개발에 있어 지역과의 조화로운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숙고였다.
지역 소통을 강화했던 것도 대표 사례다. 경제부는 ‘풍력발전 단일 서비스 창구’를 설치하고 개발업자, 어민, 지방정부가 모여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사안별 문제를 하나씩 해결했다.
어업권 문제에 대해 농업부와 경제부는 ‘어업보상기준’을 제정하고, 경제부는 ‘전력개발협력금 운용과 감독관리방법’을 제정하는 등 명확한 산정기준을 법제화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발전전략 명확화, 재생에너지 산업발전전략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강화했다.
지자체는 관련 재생에너지 추진 플랫폼이나 녹색에너지 특별추진사무소를 설립해 소통의 폭을 넓혔다. 또, 해상풍력 해저케이블의 질서 있는 보급을 위해 경제부는 각 관련 기관(지방자치단체, 농업주관기관, 환경보호단체 등)을 초청해 토론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를 개발업자가 직접 설치하던 모델이 아닌, 경제부가 공동으로 케이블 상륙로를 설치·고시하며 사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줬다.
◆ 해상풍력발전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우려가 화두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만 정부의 사전 조치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공유해달라.
▶ ‘재생에너지 발전조례’ 제9조에 따라 관련 각 부회, 학자 전문가, 단체를 초빙해 심의회를 구성하고 사업의 경제성을 담보하는 계산식을 제정하도록 했다. 국제 자료수집, 심의회 및 분과회의는 면밀한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을 심의 제정하고, 매년 도매요율을 검토해 발전사업자가 합리적인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국가융자보증모델로 해상풍력산업의 융자발전을 지원한 경험을 참고했다. 행정원은 ‘국가융자보증기구’ 설치를 통해 국가발전기금과 국내 8대 은행이 공동으로 특별자금을 제공하도록 했다. 기구는 신용보증을 제공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취득하도록 도왔다. 원활한 자금 조달 촉진을 위해 지난해 9월과 12월에는 ‘국가 융자 보증 메커니즘’을 개정해 재생에너지 구매 기업을 보증 대상에 포함했다. 전력 구매 기업의 지급불능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력 구매 비용을 보상해 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을 낮췄고, 해상풍력사업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했다.
대만 금융감독관리위원회(금관회)는 ‘녹색 금융 행동 계획 3.0’을 실시해 재생에너지산업의 융자 활성화를 지원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출을 제공하는 은행에 개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 지원 및 설치항만 등 제반 인프라에 있어서도 대만은 앞서 있다. 정책 당국의 충분한 사전조치 없이는 성공적인 인프라 형성이 어려웠을 것 같다.
▶ 정부는 2012년부터 대대적인 해상풍력을 추진했고 그 개발 과정에서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인식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해상풍력 건설 과정의 항구 수요를 파악했다. 경제부와 교통부는 해상풍력 개발의 선구자인 영국, 덴마크 등의 사례를 참고해 인프라를 조기 배치하는 데 적극 협력했다. 현재 타이베이항, 타이중항, 싱다항, 안핑항, 가오슝항은 모두 해상풍력의 주요 항구기지가 됐다.
앞서 설명한 아시아 최대 설치선 ‘환해 에메랄드 호’ 건조계획 외에도 ▲항구 건설 ▲전력망 강화 ▲현지 선박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장기적인 발전 기반을 튼튼히 할 계획이다. 교통부는 연간 1.5GW 설치 목표에 대응해 타이중항 4개 부두의 블록개발, 선착 관련 추가 2개 부두를 확장 건설할 방침이다.
◆ 한국과 달리 대만은 질서 있는 인허가 과정이 특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만의 인허가와 승인에 있어 절차마다의 어떤 특성과 강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 각 개발사업 계획단계에서 해상부지가 민감구역과 겹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제부는 환경민감구역을 공고해 사업자가 이 지역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안에 따라 비행·어업권·광업권 등 관련 기관을 초청해 심사회를 열도록 했다. 한 회의에서 각 개발사업자가 신청안을 공동으로 심사하고, 각 부처의 법령을 병행 확인해 사업자가 각 주무부처 간 공문을 제출하기 위해 왕복하는 시간을 줄였다.
특정 부지의 사업자 선정 단계에선 개발사업자의 입찰 준비 상태를 고려해 일정한 준비 기간(5~6개월)을 부여했다. 이후 2단계의 심사(이행능력 심사, 입찰 심사)를 거쳐 1~2개월 내에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총 6~8주 이내로 제한된 전기사업 면허 단계에선 전기사업 면허심사위원 사전심사제도, 기타 정부기관 병행심사제도 등을 포함한 전기사업 면허심사제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의 피드백을 적극 참고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해 진행상황도 종합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쟁점을 적시에 조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했다.
※ 리춘리 대변인은
-2023~ 경제부 에너지청 부국장.
-2017~2023년 경제부 에너지국 부국장.
-2015~2017년 경제부 에너지국 사무총장.
-2012~2015년 경제부 에너지국 전기과장.
-2009~2012년 경제부 에너지국 전기과 차장.
-2007~2009년 경제부 에너지국 에너지기술과 전문가.
-대만 중화문화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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