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는 정부 지원, 해외기업과 긴밀한 협업’이 성공비결
차이잉원 시절 에너지전환 선언, 라이칭더 당선으로 연속성 확보
자국 부족함 인정, 해외 선진 개발사 참여 통해 노하우 전수받아
구체적인 연도별 공급로드맵 마련, 시행착오 극복하고 韓ㆍ日 앞서

대만은 아‧태 지역 주요 국가 중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해상풍력 산업이 발달한 국가다. 지난 2019년 완공된 대만의 첫 해상풍력 프로젝트 포모사1(128MW)는 단일 사업만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업 개시된 해상풍력(124MW)의 총 설치용량을 압도한다.
지난해 5월에는 376MW 규모의 포모사2 프로젝트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며 900MW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인 창화1 & 2a(Changhua 1 & 2a)은 상업운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대만에서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올해부터 속속 완공될 예정이해다. 오는 2025년까지 5.6GW가 넘는 해상풍력 단지를 운영한다는 것이 대만 정부의 계획이다. 또 2035년까지 15GW를 추가해 20GW가 넘는 발전단지를 운영하는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비록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많은 프로젝트들이 연기되거나 차질을 빚었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적으로 산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 대만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일반의 평가다. 대만보다 일찍 해상풍력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던 우리나라는 이제는 후발주자로서 대만의 해상풍력 산업을 답습하고 추격해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 잘하는 대만 정부…일관된 에너지 정책으로 순풍에 돛 달아

대만 해상풍력은 지난 2016년 출범한 차이잉원 총통의 에너지 전환 선언으로 시작됐다. 자국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대만이 해상풍력 산업을 통해 에너지 안보 강화를 천명한 것이다.
당시 2025년까지 풍력발전 설비용량을 6.9GW까지 확대하고, 이중 5.6GW를 해상풍력에 할당했다. 대만의 해상풍력 산업 육성을 향한 의지가 엿보이는 수치다.
때문에 대만 해상풍력 업계에선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는다. 인허가 문제나 주민들과의 소통 문제,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산업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향한 정부의 굳은 의지가 산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13일 진행된 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만의 해상풍력 업계는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대만의 주요 양당인 민진당과 국민당은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에 있어선 궤를 같이한다. 다만 민진당이 완전한 탈원전을 주장하는 반면 국민당은 원전에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만 내 개발사들은 어느 당이 당선되도 정부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민진당이 일관적으로 에너지정책을 이끌어 나가게 돼 불확실성 하나를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여당이 바뀔 때 마다 에너지정책 기조가 틀어지는 국내 에너지 업계 입장에서 부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해외 개발사 역량 십분 발휘, 한국 기업도 역할

대만은 사실 우리나라처럼 자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자원빈국이다. 지난 2021년 98%에 달하는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했다. 이같은 대만의 해외 에너지 의존은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불리한 지점으로 꼽히곤 한다.
이런 대만이 에너지 자립을 위해 선택한 것은 해외 선진 개발사들과의 협업이다. 조선 산업이 어느 정도 발달했지만 해양 자원개발 경험이 충분치 않았던 대만은 글로벌 기업 오스테드에 첫 해상풍력 시범사업인 포모사1을 맡겼다.
4MW 터빈 2개와 6MW 터빈 20개가 설치된 이 사업을 통해 대만은 해상풍력에 대한 자신감과 새로운 시장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현재는 오스테드와 CIP를 비롯한 유수의 글로벌 개발사들과 대만전력공사(Taipower;台電) 등 대만 자국 개발사들이 어우러져 해상풍력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SK에코플랜트, LS전선 등 국내 기업들도 대만의 해상풍력 사업에 힘을 보탰다. 자국의 개발 역량 및 밸류 체인 역량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글로벌 기업들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주요했다.
현재 대만은 지속적인 해상풍력 단지 공급 계획을 토대로 해외 기업을 유치하고 있고 자국 공급망 육성을 위한 로컬 콘텐츠(Local Content) 사용도 장려하고 있다.
다만 생각보다 늦은 자국 공급망 성장은 대만 입장에서도 답답한 부분이다.
대만은 지난해 진행된 라운드3-1(Round3-1) 협상을 놓고 개발사에 큰 폭의 로컬 콘텐츠 사용 확대를 요청했다. 해상풍력 보급 정책이 자국 기업에 혜택이 가길 희망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대만 내 공급망 역량 부족으로 협상이 지연됐다. 당초 공모한 3GW 중 665MW 규모의 미계약 물량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만 에너지 당국은 Round3-2 단계부터는 로컬 콘텐츠 조항을 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8년 간 자국 공급망을 육성한 대만을 반면교사로 삼아 공급망 육성에 장기간의 투자와 의지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이고 안정된 공급 계획으로 해외 기업 유치

대만은 아시아에서 선도적으로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며 자국 공급망을 육성하고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수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공급망 역량은 아직 충분치 않지만 3Round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900MW 규모의 ‘창화1 & 2a’ 단지에서는 대만의 신규 핀 파일 업체가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발전기 타워는 100% 대만 내에서 제조가 이뤄졌으며 나셀 등 조립도 대만 내에서 이뤄졌다. 이 프로젝트의 건설 단계에서만 72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200여 개의 자국 기업이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풍력 단지의 핵심 기술인 O&M 기술도 앞서 나가고 있다. 대만 타이중 설치항만 인근에는 오스테드와 CIP의 O&M 센터가 위치해 있다. O&M 기술은 기술자 양성에 장시간이 소요되며 발전단지의 수익률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로 향후 대만의 O&M 기술자 수출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대만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자국 공급망을 육성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구체적인 해상풍력 보급 로드맵이 꼽힌다. 단순히 2035년까지 20GW의 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계획입지를 통해 연도별로 구체적인 보급 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플레이션과 주민수용성 등 변수로 인해 프로젝트 기한 연장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한국과 일본보다 빠르게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만이 보여준 가능성과 기회

대만의 해상풍력 개발사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향한 대만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비교적 빠르게 해상풍력을 보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20GW가 넘는 프로젝트가 발전사업허가를 받고도 인허가에 발목이 잡혀 있다. 29개에 달하는 인허가를 개발사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데 민간기업으로서 정부 기관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이에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개발사가 더 빠르고 정당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소통창구 일원화와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이 요구된다.
또 해상풍력 특별법 국회 통과 문제를 놓고도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발전사업허가를 득한 기존사업자가 사업지를 빼앗길 수 있는 계획입지 제도는 정부가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도록 빠르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아울러 공급망 육성에 애를 먹고 있는 대만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공급망 육성에 빠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은 케이블과 변전소, 재킷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다수 있지만 2030년까지 14.3GW의 해상풍력을 공급한다는 정부 계획을 맞추기엔 보급 역량이 충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을 노리는 우리로서는 탁상공론을 재치고 우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해상풍력 시장은 결국 누가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지가 평가 지표가 된다. 아직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 경험이 전무한 국내 개발사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굳은 의지와 해상풍력 시장을 개화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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