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6일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 발표
배터리 밀도·재활용에 따른 차등 지원...LFP 계열은 불리
저가 전기차 보급에 대한 차별...전기차 확대 외면
화재 예방 위한 배터리 상태정보 공개 항목도 신설 전 삭제
정보 공개한다던 현대차·기아 말 바꿔...반쪽짜리 대책 지적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클린일렉스 만땅 전기차 충전소. /촬영=오철 기자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촬영=오철 기자)

정부가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 배터리 상태정보 제공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존 항목을 결국 삭제한 채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안을 내놨다. 또 전기차 가격 인하의 대안으로 꼽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한 차별적 정책도 개편안에 담았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가장 큰 장애 요소로 꼽히는 경제성, 화재 불안 요인을 보완하지 않은 정부 정책을 두고 국민보다 특정 업체에 초점을 맞춰 수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환경부는 ‘2024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배터리 성능에 따른 보조금 차등 지급이다. 환경부는 배터리 셀 에너지 밀도에 따라 차등계수를 신설해 보조금을 60~100%로 구분해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밀도가 400Wh/L 이하인 LFP 배터리는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 대비 적은 보조금을 받게 됐다.

또한 배터리 재활용 가치에 따른 지급 기준도 신설됐다. 배터리에서 나오는 1㎏당 유가금속의 가격을 따져 금속 가격이 높을수록 보조금을 더 많이 주는 것으로, 최대 40%까지 감액이 이뤄진다. 이 또한 같은 용량을 재활용할 때 유가금속 가치가 NCM 배터리의 30% 수준에 불과한 LFP 배터리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 같은 LFP 배터리에 대한 차별적 제도 개편을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FP 배터리는 NCM 대비 주행거리가 짧고 재활용이 어렵지만, 원재료 가격이 저렴해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어 경제성 있는 전기차 보급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 원인으로 비싼 차량 가격, 화재 불안, 미흡한 충전 인프라 등이 꼽히면서 LFP 전기차가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완성차 업체들이 LFP를 적용한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가격을 낮춰 전기차 보급을 더 늘리지는 못할망정 저가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만들었다. 이 정책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현대차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아이오닉5·6, 기아 EV6·9 제네시스 GV60·GV80 등 현대차그룹의 주력 제품은 모두 NCM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LFP를 적용한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 Y,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등이 있다.

소방대원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제공=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소방대원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제공=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기존 개편안에 있었던 화재 예방에 대한 보조금 항목 삭제를 두고도 지적이 나온다. 완성차가 배터리 상태정보를 공개할 경우 구매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항목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기차와 충전기를 활용한 화재예방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요 내용은 전기차 완속충전기에서 배터리 상태정보를 받아 과충전을 막고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수집·전송 및 분석해 화재 예방에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전기차 제작사들이 배터리 상태정보를 개방해 줘야 실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에 개방해주기로 했던 현대차와 기아가 개편안 수립 막판에 와서 말을 바꿨고 결국 구매보조금에 신설될 예정이었던 항목도 삭제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 화재예방 방안에 협조하기로 했던 KG모빌리티도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를 두고 충전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800억원을 투입해 화재예방형 완속충전기 보급을 추진할 예정인데 제작사들이 배터리 정보를 주지 않아 과충전만 막고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정책이 돼버렸다”며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정부가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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