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화재의 빠른 대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소방청, 자동차공학회, 대학들과 소방기술 연구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협약도 맺고 연구 방안도 논의했다.

공동연구의 골자는 전기차 화재를 빠르게 감지하고 진압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대학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거동 특성 등 관련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화재 신속 감지 기술과 같이 어떻게 화재를 빠르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또 소방연구원은 지하주차장 상방향 주수 시스템처럼 현장에서 빠르게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자동차공학회는 효율적인 관련 제도화 방안에 대해 연구하며 현대차그룹은 각 연구과제가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장비, 차량, 부품 등을 적극 지원하고 실증도 함께 하기로 했다.

전기차 화재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된 현 상황에서 이 같이 소방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화재 예방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대응에만 협력하는 현대차그룹의 행동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화재예방형 완속충전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배터리 상태정보를 수집·전송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충전을 제어해 화재를 미리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대차, 기아 등이 말을 바꿔 배터리 상태정보 공유를 거부하면서 계획이 다 어그러졌다. 

따라서 올해 환경부 ‘화재예방형’ 보조금을 받아 설치되는 충전기는 제조사들이 특별한(?) 기능을 따로 넣지 않은 이상, 최소 올 한 해 동안은 화재 예방을 할 수 없다. 설정을 배터리 데이터에 맞췄는데 받을 수 있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화재 예방이 안 되는 화재예방형 충전기’가 된 것이다. ‘떡 없는 떡볶이’, ‘김치 없는 김치찌개’, 뭐 이런 비슷한 거다.

실제 소방 전문가들도 화재 대응보다 효과적인 게 예방이라고 한다. 열폭주로 인해 배터리가 전소되기 전에 불이 꺼지지 않는 전기차 화재는 더 그럴 것이다.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던 현대차그룹이 화재 대응 연구 협력처럼 화재 예방 정책 시행에도 협조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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