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변전소 내 200MW급 BTB 설비 실증으로 성능 입증
세계 5번째 자체기술 확보…해외 의존 비용 ‘3조’ 대체 효과
인근 선로 과부하 및 고장전류 감소 효과 “절감비용 4000억”
GW급 대형화로 세계 시장 경쟁 준비…“수요확보, 정부지원 필요”

양주 200MW급 HVDC BTB 밸브실 설비 앞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 부터,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사진=김진후 기자]
양주 200MW급 HVDC BTB 밸브실 설비 앞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 부터,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사진=김진후 기자]

“전압형 HVDC 국산화는 13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HVDC 시장을 공략할 첫걸음이다. 오늘 공개하는 ‘K-그리드’ 기술로 말미암아 앞으로 국내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에서 해외사가 차지했던 3조원 이상의 수익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일 양주변전소에 국내 최초로 설치된 200MW(±120kV)급 전압형 HVDC BTB(Back to Back) 설비가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의 일성과 함께 위용을 드러냈다. 실계통에 연계된 해당 설비는 기술 및 시스템 국산화를 위해 한국전력공사와 효성중공업, 전기연구원, 각 분야 중소기업까지 20개 산·학·연 기관이 지난 7년간 매진한 결과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3년부터 HVDC 시스템을 미래 성장 동력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하고 관련 산업 지원을 모색해 왔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HVDC 송배전 시스템 추진단을 발족하고 국책과제를 준비해 왔다. 이후 2015년 예타 통과와 함께 정부 지원이 확정되면서 전체 20개에 달하는 기관이 합심할 계기가 마련됐다. 이들 컨소시엄은 2017년부터 총 1322억원을 투입해 설비 설계부터 개발, 시험, 실증운전을 꼼꼼히 거쳤다.

양주변전소 내 위치한 200MW급 HVDC BTB 설비 전경. [사진=김진후 기자]
양주변전소 내 위치한 200MW급 HVDC BTB 설비 전경. [사진=김진후 기자]

이번 전압형 HVDC 준공은 무엇보다 경기 지역 현안인 과부하 및 고장전류 해소를 구현할 전망이다. 설비는 2120MW급 양주변전소에서 인근 154kV 선로 두 곳의 고압 교류(AC) 전력을 DC 전력으로 변환하고 연결 및 송전한다. 이중 총 200MW의 전력을 제어해 인근 선로의 과부하를 잡는다. 이는 일반 가정집 48만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실제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는 인근 선로 두 곳은 이번 기술 적용에 따라 계통을 분리한 후 고장전류가 평균 18% 감소하는 성과를 올렸다”며 “이러한 고장전류 및 정전 예방을 통해 계통운영손실을 절감하는 효과는 향후 15년간 200억원, 앞으로 5년간 송전제약을 줄이는 경제적 효과는 375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옥내설비는 약 650개의 SUB 모듈로 구성된 거대한 밸브실 두 곳과 이를 잇는 DC홀, 첨단 관제를 담당하는 관제실로 구성했다. 

한전 관계자는 “각 선로와 연결된 밸브실에서 고압 전력을 생성하면, DC홀을 통해 양 선로를 차단하는 동시에 필요에 따라 전력을 주고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이 설비 개발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표들에 감새패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이 설비 개발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표들에 감새패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이번 설비는 국내 전력망 산업에도 한 획을 그을 시도로 평가된다. 그동안 해외 대기업 제품 수입에 의존하던 전력설비기술을 국산화한 데 더해, 국내 첫 전압형 HVDC라는 점에서다. 전 세계에서 전압형 HVDC 기술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5개국에 불과하다. 

효성중공업은 전압형 HVDC의 핵심기술인 반도체 제어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수kV의 SUB 모듈을 쌓아 초고압 DC 전압을 생성하는 멀티레벨 컨버터(MMC)가 그것이다. 교류 송전망이 감당해야 했던 전력손실을 첨단 제어를 통해 잡은 셈이다. 또 해당 기술에 대해 IEC 61850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하며 성능과 신뢰도를 높였다.

컨소시엄은 비단 MMC를 집적한 밸브개발에 그치지 않고 전력망 안정화 설비(STATCOM, FACTS)에 사용되는 DC 커패시티와 DC 4.5kV 1500A급 바이패스 개발도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설계기준 도출 ▲시스템 검증 기술 ▲STATCOM 사업화 ▲제어 및 보호 시스템 개발 등 개발부터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기술력을 축적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사업으로 계통해석·제조·운영·기술력 분야에서 국내 공급망 형성의 단초를 마련한 셈이다. 에너지 자립의 새로운 도약으로서, 글로벌 선진사와의 기술격차 해소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역량을 활용해 국내 전력망 현대화는 물론 해외시장을 겨냥한 행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이 축사를 읽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이 축사를 읽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실제 정부와 컨소시엄은 이번 설비를 GW급 설비로 확대하는 움직임에 군불을 떼고 있다. GW급 신재생에너지를 각지로 실어 나르기 위해선 전압형 HVDC의 대용량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판로를 통해 지속적인 트랙레코드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부사장)은 “가까운 미래에 전압형 기술의 해외시장 석권이 예상되는만큼, 원거리 송전용 P2P와 GW급 HVDC 개발을 위해 연구과제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도 축사에서 “HVDC를 중심으로 전력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와 한전을 주축으로 한 HVDC 기술산업포럼을 통해 산업화와 수출, 대용량화의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축사를 읽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축사를 읽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전압형 HVDC는 무엇?

전압형 HVDC는 기존 교류(AC)형 송전 방식을 직류(DC)형으로 전환해 무효전력에 대한 손실을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앞으로 더욱 확대될 신재생에너지 등 대용량 전력 수송에도 효과적이고, 고장 발생 시 전력계통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도권에 배치 시 고장전류로 인한 안정성 저하, 과부하 해소, 정전 등의 위험 저감을 기대할 수 있다.

양방향 전력 제어 성능도 우수해 조류에 따라 움직이는 전력을 용도와 부하, 수요처에 맞게 공급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전자파 발생도 적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기 때문에, 도심 및 장거리 송전에 두루 쓰일 수 있다. 

관계자들이 200MW급 HVDC BTB 밸브실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관계자들이 200MW급 HVDC BTB 밸브실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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