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상풍력 업계를 취재하다보면 성장하는 산업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재생에너지 보급이라는 훌륭한 명분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미 국내에 훌륭한 산업 기반까지 갖춰져 있으니 관련 업계의 기대감은 한껏 달아올라 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산업인 만큼 해상풍력 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는 종사자들도 다수다. 전국에서 열리는 관련 세미나와 포럼,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관련 협‧단체, 성장하는 시장에서 한 역할을 하고자 자청하는 목소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시장 특성상 개발사뿐 아니라 부품 공급사, 수많은 정부기관과 지자체, 주민 등 역할이 배분돼 있어 일관된 정책 마련이 쉽지 않다. 사공이 많다보니 시의적절한 산업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던 것이 해상풍력 특별법이다. 정부가 주도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질서 있는 해상풍력 보급을 통해 시장을 키우고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그러나 국회의 날선 대립으로 인해 법안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올해 상임위 통과가 불발됐다. 내년 임시회에서 재논의 기회가 남아있지만 아직까진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이 설명이다.

이로써 중앙 정부가 산업의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이 불발된 가운데 시장은 여전히 다양한 개성이 가득하다. 각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더 큰 이득을 얻기 위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주도권 싸움 중인 누구도 시장을 이끌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개중에 시장을 이끌 능력 있다고 평가받는 리더 후보들은 타 이해관계자들의 거센 견제를 받고 있다. 이 목소리를 종합해 보자면 국가 전력을 책임지는 한전은 시장을 관리하는 심판역할이기 때문에 시장 진입을 허락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이 있는 외국계 개발사들은 외화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역할만 부여해야 한다고 한다. 거대한 자국 시장 개발을 토대고 우리나라로 눈을 돌린 중국 기업들은 중국이라 안된다고 한다.

발전허가를 받은 국내 해상풍력 단지 22GW 중 상업 개시된 해상풍력 발전용량은 124MW다. 해상풍력은 잠재력이 큰 산업임은 분명하나 아직 영글지 않은 초기 단계다. 내 몫을 뺏길까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 제대로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먼저 고민해야 하는 단계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내년 임시회에서 해상풍력 특별법이 극적으로 통과돼 정부가 일사천리로 산업을 이끄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한전이든 외국 개발사든 우리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화시켜줄 수만 있다면 절을 해서라도 리더 역할을 맡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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