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상풍력 공급망은 하부구조물과 타워, 케이블 등에서 선두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터빈 분야에서는 좀처럼 해외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풍력 터빈은 같은 용량일 때 누가 더 작고 내구성이 좋은지가 핵심이다. 터빈의 용량이 클수록 발전단지의 상업성이 높아지고 터빈의 크기가 작을수록 시공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 전자기기인 만큼 염도 높은 바닷바람을 얼마나 잘 이겨내는 지도 중요하다,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오랜 노하우를 보유한 외국계 기업이 기술력에서 앞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해상풍력 터빈을 개발하는 우리 기업들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터빈 분야 선두 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외국계 기업의 제품과 비교하기엔 아직 무리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중전기기 기업들이 터빈 기술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육상풍력에서 다수 포트폴리오를 쌓은 유니슨도 해상 풍력 터빈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당장 성과를 내는 것은 신통치 않다. 이에 베스타스를 비롯한 외국계 터빈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중국 기업들도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 터빈 업체 밍양은 한국에 법인 사업자를 내고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시장을 모두 공략중이다. 자체 법인은 육상 터빈시장을 공략하고 한국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워 해상풍력 시장도 함께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공급망 육성의 사명을 지닌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국내 터빈 기업의 더딘 걸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해상풍력 시장을 개화하기 위해서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한 외국계 기업의 유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물론 외국계 기업의 기술이전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종목표가 해외 진출인 우리 산업에 내수용 기술이전은 의미가 크지 않다.

6.4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이 추진 중인 울산 앞바다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개발사들이 올해부터 하나둘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의 터빈을 누가 공급할 것인지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에는 10MW 이상 대형 터빈이 필요한 데 국내 터빈 기업이 이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울산뿐 아니라 전남, 인천 등에서 대규모 사업이 다수 추진되고 있어 국내 터빈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30년 이전에 민간 기업들과 함께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한국 풍력터빈 산업의 골든타임일 것이다. 전세계 바다에서 국산 터빈이 설치되려면 지금 더 고삐를 움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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