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워스 우드맥킨지 부사장, ‘A Whole New World’ 통해 향후 10년 전망
배터리·하이브리드 발전이 시장 재편의 핵심 변수
“중국은 공급망 주도, 서방은 구조 전환의 기로에”

알렉스 휘트워스 우드맥킨지 아시아태평양 전력·재생에너지 부문 부사장이 글로벌 전력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알렉스 휘트워스 우드맥킨지 아시아태평양 전력·재생에너지 부문 부사장이 글로벌 전력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전 세계 전력시장 재편의 축이 ‘정책’에서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하이브리드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산이 새로운 시장 균형을 만들어내며, 각 지역의 정책과 가격구조마저 다시 설계되고 있다.

알렉스 휘트워스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 아시아태평양 전력·재생에너지 부문 부사장은 6일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추계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향후 10년은 기술혁신이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AI와 배터리, 하이브리드 발전이 전력시장의 질서를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 Whole New World: Global Power & Renewables Market Trends in the Next Decade’ 발표를 통해 “전 세계 14만개 이상의 발전 프로젝트를 추적한 결과, 기술 변화가 시장 재편의 주된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0년 이후 ESS 투자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올해만 전 세계적으로 100GW 이상의 용량이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휘트워스 부사장은 “ESS 투자가 이미 석탄과 가스를 합친 규모를 넘어섰다”며 “태양광 대비 5대 1 수준의 저장 비율이 향후 2대 1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풍력·배터리의 약 60%는 중국에서 설치되고 있으며, 공급망 기준으로는 태양광 80%, 배터리 90%가 중국 기업의 통제 아래 있다.

휘트워스 부사장은 “중국은 5년 전만 해도 저가 제조기지였지만, 현재는 기술 리더로 변모했다”며 “단위당 발전비용이 세계 평균 대비 50~70%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효율적 생산·설비 확장이 글로벌 가격 하락을 견인하며 다른 지역의 경쟁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제도적 병목과 비용 상승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관세·인허가·송전망 제약으로 신규 태양광 프로젝트의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전력요금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럽 역시 잉여공급과 보조금 구조로 인해 도매가격이 음수(-)로 떨어지는 ‘마이너스 가격’ 현상이 빈번해졌다.

휘트워스 부사장은 “독일·프랑스 등 일부 시장에서는 연간 400~500시간가량 마이너스 가격 거래가 발생한다”며 “정책은 진보했지만 시장은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술 비용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현재 하이브리드(태양광+배터리)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가스와 동일한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고, 향후 60% 추가 하락이 발생해 발전원 간 경쟁구조를 완전히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일본은 전력수요가 감소세에서 성장세로 전환된 대표 사례로 꼽혔다.

휘트워스 부사장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일본의 전력소비 증가분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력시장과 ICT 산업이 긴밀히 결합하는 새로운 성장 축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계 결과 향후 10년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력투자는 4조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배터리 하이브리드 도입이 빠르게 확산 중인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수요가 이를 견인하리란 관측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정치·제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면, 아시아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휘트워스 부사장은 “중국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50%까지 늘리면서도 전력단가를 100달러/MWh 이하로 유지한다면, 그것은 세계 전력시장의 ‘혁명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술이 결국 불확실성을 이기고, 시장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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