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차입금 1.7조 증가, 재고자산 1조 확대 등 현금 확보 총력
美서 벌어지는 지각변동...투자법인 HFP 지분 매각에 美 큐셀 추가 출자
큐셀·케미칼 동반 부진에 지배구조 변화까지 겹치며 미래전략 기로에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출처=전자공시시스템]

태양광 경기 둔화와 대규모 투자 부담이 누적되며 재무 건전성에 ‘노란불’이 켜진 한화솔루션이 연이어 유동성 확보 조치를 내놓으며 사실상 생존 모드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사업인 큐셀과 케미칼 부문이 모두 실적 약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투자법인의 지분 구조까지 크게 바뀌면서, 미국 태양광 시장 중심의 드라이브가 악화된 사업 환경을 돌파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4일 미국 전략투자법인 한화퓨처프루프(HFP) 지분 50%를 신설 법인 한화디펜스앤에너지(HDE)에 1조1407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중 솔루션으로 연내 유입되는 현금은 8554억원으로 예상된다. HFP는 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0대 50으로 설립한 법인이었지만 지배구조 개편 이후 솔루션의 최종 지분율은 12.5% 수준으로 축소된다.

같은 날 발표된 또 다른 공시도 눈길을 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자회사 ‘Hanwha Q Cells Americas Holdings’에 2852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자회사는 미국에서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제조·유통·프로젝트 개발·EPC·O&M 등을 총괄하는 북미 지역 핵심 법인이다. 해당 자금은 다시 HDE에 출자돼 HFP 지분 양수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다시 미국 법인을 경유하는 구조로 투입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빠르게 악화된 재무 상태를 보완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14조4208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1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 6조85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 하락에 따른 차환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실제 연간 이자비용도 4000억원을 웃돌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영업 현금 창출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단순한 투자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 선택이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약 4700억원 감소했고, 본업으로 실제 벌어들인 현금 흐름을 뜻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분기 –2834억원을 기록했다.

재고자산도 4조2575억원에서 5조3147억원으로 1조원 넘게 늘었다. 큐셀과 케미칼부문 모두 판매 부진이 누적되며 현금이 재고에 묶였고, 운전자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큐셀 부문은 세계 시장 모듈 가격 하락과 수요 조정 속에서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고 케미칼 부문도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주요 제품 가격이 하락해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세부 재고를 보면 완제품보다 반제품과 재공품 증가폭이 매우 커 미국 공장에서 찍힌 제품이 완전한 양산 안정화 이전 단계에서 대량으로 쌓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카터스빌 ‘솔라허브’ 공장. [사진=한화솔루션]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카터스빌 ‘솔라허브’ 공장. [사진=한화솔루션]

실제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 라인 안정화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고, 중국 치동 공장 가동 중단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부담이 집중되며 제조 효율도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생산은 이뤄졌지만 출하되지 못하고 공정 중간 단계에 머문 ‘재공품’이 2조9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은 미국 시장 둔화와 공장 공정 안정화 지연이 동시에 나타난 구조적 신호라는 분석이다.

24일 함께 발표된 전남 여수 고순도 크레졸 공장 건설 등 사업 최종 철수 결정 또한 이러한 재무 부담을 반영한다. 중국과 인도의 증설 경쟁으로 가격 경쟁력이 급락했고 물성 보완 지연으로 비용이 불어나 경제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미 투입한 2230억원의 손실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 및 자금 회전을 두고 한화솔루션이 미국 전략투자의 주도권을 사실상 내려놓은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HDE에 재투자되는 자금이 솔루션이 아닌 미국법인을 거쳐 집행되는 구조는 실질적으로 미국 법인의 자본력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솔라 제조의 주력 무대는 이미 미국으로 이동한 만큼, 한국 본사는 자본적 지출(설비투자, CAPEX) 부담을 덜겠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솔루션 본사는 재무 방어에 집중하는 반면 큐셀은 미국 시장에서 제조 핵심 허브 구축 등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이원화 전략이 명확해졌다는 의미다.

다만 무게 중심을 미국으로 쏟은 현재의 전략이 비용 구조와 시장 상황 속에서 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단기 유동성은 숨통을 틔웠지만 미국 사업이 수익성 회복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는 오히려 더 무거워진 셈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거래를 단기적 유동성 방어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구조적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보고서를 통해 “대량의 현금 유입은 단기 유동성 대응력 제고에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높아진 차입부담과 부정적 영업현금흐름이 지속되는 만큼 신용도 하향 압력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케미칼 부진에도 불구하고 카터스빌 공장 가동 안정화와 통관 문제 해소로 내년 전사 실적은 반등하겠지만, 예상치엔 미치치 못할 것”이라며 “미국 태양광 공장 신설로 차입금이 크게 늘고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된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재무안정성 회복을 위해서는 투자 축소를 넘어서는 고강도 재무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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