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수익 ‘연금화’, 사업참여는 긍정적
주민 갈등과 분배 기준 혼선 우려 여전
REC 의존·전기요금 전가 논란 더해
거버넌스·관리역량 등 제도화 손봐야

#“분기별로 나눠 받기보다, 한꺼번에 정산해서 자식한테 넘기고 싶어요.”

최근 A군에서 상업운전에 들어간 주민참여형 태양광 사업이 발전수익 정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다수가 노년층인 주민들 사이에서 20년치 수익을 일시 수령하거나 자녀에게 권리 양도를 희망하는 주민들이 나타나면서다. A군청 관계자는 “주민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법적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군에서는 타 지역 주민들이 발전사업 수익을 얻기 위해 해당 마을로 주소지를 이전하는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 발전소 소재지 주민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배당 대상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으나 지자체에서는 “법적으로 위장전입을 막을 근거가 부족해 대응이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햇빛연금’ 공약이 제도화 논의로 이어지면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일부 지자체와 민간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햇빛·바람연금은 발전 수익 일부를 사업에 참여한 지역 주민에게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다수다. 이는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를 연계하는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모델’로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태양광과 풍력 보급을 유도할 수 있는 '당근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 제도 정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운영상 허점도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실에서는 ▲수익 분배 구조 ▲규정 미비 ▲형평성 논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실제 제도화 이전에 각종 부작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의 발전수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햇빛·바람연금'이 구체화 논의에 올라섰지만 실제 제도화에는 먹구름이 껴있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의 발전수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햇빛·바람연금'이 구체화 논의에 올라섰지만 실제 제도화에는 먹구름이 껴있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주민수용성 해법' 이면에는 조기 확산 따른 부작용 지적 

 

풍력·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지역의 다수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자체 조례로 과도한 이격거리 기준을 설정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햇빛·바람연금과 같은 주민참여형 사업은 반대 여론을 형성해 온 주민들을 포섭하며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운영에 들어간 일부 지역에서는 다양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연금의 재원이 보조금 명목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기반이라는 점이 우선 지적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주민참여형 태양광·풍력 사업은 RPS 제도 기반의 인센티브 체계를 전제로 수익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주민참여형 사업에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별도 REC 가중치가 부여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르면, 100kW를 초과하는 태양광·풍력 설비에 대해 일정 지분을 주민이 보유하고 일정 거리 내에 실거주할 경우, 기본 가중치에 0.1에서 0.2를 추가로 가산할 수 있다. 가령 지상형 태양광의 기본 REC 가중치가 1.0일 때 주민참여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1.2까지 적용된다. 이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한편 외부 사업자와의 경쟁에서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전하도록 한 장치다.

다만 REC가 전체 전기요금 체계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정부나 지자체의 직접 보조금에 의존하는 단순 보급사업과는 구조적으로 다르지만, REC는 공급의무자(전력 대기업 등)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비용 항목이기 때문이다. REC 매입 단가가 높아질수록 전력회사의 비용 구조에 반영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용성 제고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 전력 수요자 전체가 부담을 나눠지는 왜곡된 보조금 구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다.

한 재생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발전소 소재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 정당한 소득을 배분하는 취지 자체는 더할 나위 없지만, 이처럼 조잡하게 설계된 사업은 오히려 불신을 키울 수 있다”며 “차라리 녹색프리미엄 수익을 재원으로 삼는 식으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별도의 수익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2027년부터 REC의 근간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일몰될  예정이라 사업성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차원의 대체 제도 마련 없이 연금 사업만 추진될 경우 정작 주민들은 수익이 끊기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전기신문 정리]
[전기신문 정리]

 

불투명한 분배 구조와 조합 운영 리스크도 

 

실제 발전 수익 분배 방식도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거주 요건, 상속이나 양도 기준에 있어 주민 간 의견차가 크고 행정 대응도 일관성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동일 사업 안에서도 일조량, 풍속, 계통 접속 여건 등에 따라 조합원 간 수익 격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또, 수익구조는 특수목적기업·펀드·운영사·협동조합 등 여러 단계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조합원 입장에서 실제 수익 흐름을 이해하거나 감시하기 어렵다.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면서 조합 내부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합 자체의 운영 거버넌스도 취약한 편이다. 대부분의 지역 협동조합은 발전사업 경험이 없는 주민이나 은퇴자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 계약 검토나 회계 관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운영 영역에서 시행착오가 잦다. 일부 지역에선 소수 운영진이 조합 의사결정을 독점하거나 정보 공개를 제한하면서 투명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사업 수익의 공정한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사업 전체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자체들도 대규모 이익 공유 재원을 관리할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거꾸로 사업자가 이익 분배를 직접 나서기에는 이익 공유 대상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이익 공유 대상의 전입·생존·사망 등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자체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막상 지자체에서는 이같은 대규모 금융 업무를 맡을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해상풍력의 이익 공유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으려면 이익 분배를 담당하는 대규모 국가기관이 설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를 통괄할 제도적 기반이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현재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있어 수익 분배 방식은 지자체 조례 수준에서만 간간히 관여하고 있고, 국가 차원의 법적 근거는 표준화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나 정권 교체 시 제도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조례가 폐기되거나 사업 구조가 바뀌면서 조합원들이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광역지자체인 C시의 경우 풍력발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공공 재원에 귀속하는 조례를 개정했지만, 조례의 법적 타당성을 둘러싸고 사업자들이 행정소송 등에 돌입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미미한 제도적 뒷받침은 대규모로 운영되는 해상풍력의 경우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동조합을 통해 추진되는 태양광이나 육상풍력의 경우 이익 공유의 대상이 적게는 많아야 수백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소 4~5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거쳐야 사업이 가능한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이익 분배 시스템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연금이라는 이름과 달리 이들 사업이 20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유지보수(O&M) 책임이 조합으로 넘어가거나 예기치 못한 설비 고장, 정책 변화로 인한 수익 하락이 발생할 경우 조합원들은 고정 수입 없이 오히려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익은 수년간 제공되다가 끊기면서 고정비용은 조합이 책임지는 구조라면, 연금으로는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에너지고속도로 10문 10답' 보고서 속 햇빛/바람연금과 관련해 서술한 대목. [출처=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에너지고속도로 10문 10답' 보고서 속 햇빛/바람연금과 관련해 서술한 대목. [출처=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제도화 준비 착수 속 “운영 기준 인허가 손봐야” 지적도 

 

정부·여권은 연금의 전기요금 인상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민주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5%에 불과하다”며 “햇빛·바람연금은 참여주민과 사업자 간 수익 일부를 분배하는 구조로, 전체 전기요금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햇빛연금이 ‘공짜 돈 퍼주기’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개별 주민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보상금이 아니라, 해당 지역이 발전소를 수용한 데 따른 정당한 이익 공유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당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줄이고 전력망 연결을 원활히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대로 햇빛·바람연금이 제도화될 경우, 이 같은 사전 문제들을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표준형 주민참여 모델과 재원 구조 다변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의 기본 구조는 유지하되 거주요건·분배 기준·사업 리스크 분산 방안 등을 제도에 담는 방식을 검토한다는 것.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연금제도가 수용성과 인허가 지연을 해결하려는 차선책이라면, 근본적으로 해당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보급이 안 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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