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확충 기후위기 대응 해법으로 제시
당장 가시적 변화 없어도 일선 부처·인허가 기관 변화 기대
K-배터리 정책, AI 육성 등 공약...관련 업계 시장활성화 예상
‘한-미 관세 협상’ 등 경제·통상 현안 산적, 당분간 험로 예고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김혜경 여사와 3일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서며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06/355991_563087_828.png)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전력산업 전반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4일 오전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해법으로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룩한 과거 정권의 ‘경부고속도로’, ‘인터넷 고속도로’에 이어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10대 공약안에 포함,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신재생과 전력인프라 분야를 비롯해 전기차 등 모빌리티와 이차전지 등 에너지신산업 분야의 활성화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 국제통상 문제와 경기침체 회복 등 내수시장 활성화, AI 등 신산업 육성 등 시급한 당면현안도 적지 않아 힘겨운 국정운영이 예상되고 있다.
◆ 전력인프라 업계, 속도 내는 ‘에너지 고속도로’, 12차 전기본 마련 곧바로 시동 거나
현재 대한민국 전력망은 ‘에너지 교통체증’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병목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77건이던 출력제어 건수는 2024~2025년 1000건 이상으로 확대될 정도로 재생에너지 발전소 가동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동해안 발전소 총 설비용량 약 17.9GW 중 송전망 제약으로 최대 7.4GW 전력이 가동되지 못하는 현실은 계통 포화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등 전기 다소비 업종의 확대 또한 계통망 확대의 당위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전력망 확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2040년까지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조기선 에기평 전력계통 PD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의 ‘2030년 건설’은 일종의 목표에 해당한다. 최대한 그 목표 시점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우리의 상황, 여건 등에 따라 다소 조정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2030년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이제는 ‘무엇(What)’이 아닌 ‘어떻게(How)’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마련도 곧바로 개시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2038년까지의 장기계획을 담았던 제11차 계획이 2023년 7월 전문가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심의·확정까지 19개월여가 소요된 만큼 제12차 계획도 하루빨리 서둘러야 내년 말까지 마련, 서해안 사업 등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일정을 위한 백업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계통 관계자는 “11차 전기본에서 호남권 신재생 비중이 줄어들면서 당초 2036년까지 예정됐던 서해안 HVDC사업의 경우도 일정이 2031년, 2036년, 2038년 등으로 조정됐다”면서 “이재명 정권이 출범한 만큼 호남 지역에 대한 신재생 비중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곧바로 제12차 전기본 수립 작업이 시작돼 그와 같은 변화를 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재생 업계, “李 당선에 ‘기대 크지만’…계통•산업 함께 챙겨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 당선에 대해 태양광 업계는 기대와 경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앞세운 공약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과거처럼 실효성 없는 정책이 반복될 경우 시장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숙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사무총장은 “침체기가 컸던 만큼 기대가 크지만, 구호가 아닌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선 문재인 정부 당시 보급은 늘었지만 계통과 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아 전력망 포화와 가격 폭락으로 현재의 문제를 안게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시기 SMP는 40원까지 떨어졌고 당시 장기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들은 2022년 SMP 급등기를 맞아 불만을 표한 바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RE100 확산 등 글로벌 추세에 맞춰 추가적인 태양광 보급은 절실하지만 전제조건인 계통 확충에 대한 비전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지난 정부에선 충분한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보급이 확대되며 계통 포화와 출력제어 등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기후에너지부 설립을 비롯해 ‘에너지 고속도로’, ‘햇빛연금’ 등 공약이 구체화된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제조업계도 유사한 인식을 공유한다. 민주당 공약이 보급 확대에 집중돼 있는 만큼, 국내 산업 보호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과거의 보급 일변도와는 달라진 부분이 있어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보급만 확대되면 결국 값싼 외산이 시장을 잠식하게 된다. 탄소인증제 외에도 국산 제품 우대, 공공사업 내 국내산 사용 의무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태양광산업협회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의견 수렴을 거쳐 법제도 개선을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평소 에너지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풍력 업계에서도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눈에 띄게 바뀌는 현상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기관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은 어느 정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당선인은 선거 공약집뿐 아니라 TV 대선 토론을 통해서도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보급을 강조해 왔다. 원자력 발전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보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종화 한국풍력에너지학회 전략발전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재생에너지 보급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온 만큼 풍력 업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현재 업계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국방부, 해수부 등의 인허가 과정에서도 앞으로 풍력 업계와 좀 더 소통의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성진기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도 “정권 변화로 단숨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곤 기대하진 않지만 점진적으로 풍력 산업의 기반을 닦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해상풍력 특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있는데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차전지와 모빌리티 업계, 시장 활성화 ‘강한 기대감’
이차전지 업계의 기대감도 적지 않다. 침체됐던 이차전지 산업이 국내 시장 활성화를 토대로 재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기업들은 세제 지원 혜택이 포함된 K-IRA(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와 ESS 산업 활성화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이 새로운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하며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배터리 산업의 성장을 위한 공약으로 K-배터리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국내 생산·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 ▲이차전지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투자 확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상용화 지원 등을 포함한다. 또한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을 ‘배터리 삼각벨트’로 연결해 지역별 특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꾸준히 감소하며 업계의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 공약처럼 국내 이차전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된다면, 미래가 달린 만큼 현재의 어려움은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퍼스널 모빌리티(PM) 업계에선 침체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캐즘과 포비아로 주춤했던 업계는 정부의 지원 정책 연장과 재생에너지 연계 정책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업계는 그동안 캐즘과 포비아로 인한 시장 위축 상황에서 지원 축소를 걱정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 등이 소비자 매력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갈 때까지 다양한 부분에서의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며 “기술이 어느 정도 고도화될 때까지 정부 정책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관세 장벽 해결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또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응하는 중국 의존도 탈피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정책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충전 인프라 업계는 충전요금 체계에서 민간의 역할이 다시 조명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충전요금은 공공 중심의 제한적 구조 속에 놓여 있었지만, 탄소중립과 전동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 시장이 요금 설계와 운영에서 더 큰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새 정부에서 합리적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요금의 투명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사용자 중심 서비스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보조금 정책의 예측 가능한 시스템 발전도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매년 단기 공고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향후 최소 4-5년 간 충전 인프라 보조금을 유지하는 정책 시그널과 재정 로드맵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또 15~20년 수준의 장기 계약 체계를 제도화하면 민간 투자확대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상용 전기차 정책 본격화도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승용 전기차 위주의 정책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넷제로 전환에서 효과가 큰 대형·준중형 상용 전기차로의 정책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관련 업계는 제안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기차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근거리 이동수단이 라스트 마일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한 VPP(가상발전소) 시스템에서 전기차와 함께 수요 반응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송과 에너지 부문 양쪽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AI 등 신산업 육성 경제 현안 산적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은 당장 국내 현안 해결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 올 ‘한-미 관세 협상’ 등 여러 경제 현안 또한 직접 진두지휘해야 할 형편이다.
‘한-미 관세 협상’은 결과에 따라 자동차와 철강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력기자재, 관련 부품 업계 시장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부과한 ‘상호관세’와 ‘품목 관세’가 7월 8일까지 유예된 상태이지만, 그동안 내란 사태로 협상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태에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실무를 담당할 내각 구성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직접 협상을 챙길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관세 협상과 관련, “우리는 맨 앞에 가면 안 되고, 매를 들고 때리려고 기다릴 때는 늦게 가야 한다”며 “첫 번째로 가면 시범케이스가 될 수 있다”며 신중한 대미 협상을 예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 “관세를 올리는 게 미국의 목표가 아니라, 다른 것을 얻기 위해 관세를 던진 것”이라며, “조선이나 화석 연료, LNG 수입선도 우리의 카드로 언급할 필요가 있으며, 그런 것들을 모아서 ‘복합 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목전에 있는 대미협상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AI 산업 세계 3강 도약을 위해 AI 예산의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겠다고 약속했고, 주주충실 의무 도입 등 상법 개정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일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약속한 만큼 대한민국의 산업구조와 기업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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