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100%, 국내선 0%...韓 기업, 재생E 수급 ‘발목’
REC 가격 급등, PPA 공급도 역부족...“산업 경쟁력 ‘흔들’”
정택중 의장 “정책 안배로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잡아야”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이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이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국내 기업들이 RE100 이행 수단 전반에서 공급 부족과 가격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실행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구조가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은 24일 대구에서 열린 ‘태양광 마켓 인사이트’ 세션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맞물리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RE100 이행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택중 의장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선 90~100% RE100을 이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0%에 머무르고 있다”며 “공장을 짓고 일자리 만들려면 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수인데 지금처럼 녹색프리미엄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기준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 방식은 녹색프리미엄, REC, PPA 순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녹색프리미엄은 배출권을 인정하지 않아 기업입장에선 임시방편일 뿐이다. REC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2022년 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직접 PPA는 올 2월 기준 매칭 규모가 1.7GW에 불과해 절대 물량이 부족하다. ‘RE100을 하고 싶어도 발전소가 없고, 설령 찾더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이중고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정 의장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CDP 기준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글로벌 RE100 이행기업이 164개사나 되는데, 이들이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에 따라 사업을 확대 또는 철수를 저울질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 왜곡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정부 주도의 전력산업 구조와 정책 불확실성이 지목됐다. 정 의장은 “RE100 이행의 핵심은 가격 예측 가능성과 공급 안정성인데, 국내는 두 가지 모두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RPS 일몰이 예고된 상황에서 시장 연착륙을 위한 ‘컨센서스’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 의장은 해법으로 ▲육상풍력 자유화와 민간 PPA 시장 확대 ▲중소형 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한 REC 공급 ▲소형은 입찰시장, 대형은 PPA 방식의 투트랙 전략 등을 제시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장기계약이 어려워 녹색프리미엄이나 REC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단가가 저렴한 전원과 연결할 수 있는 제도를 구상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RE100을 둘러싼 대외 통상 압박과 내부 시장 불안이 동시에 터지는 복합 위기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가의 흔들림 없는 의지와 정책 일관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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