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국내 해상풍력 단지 상부구조물 본격 시공
자국 시장 활성화로 유럽 선박은 용선 어렵고, 가격도 비싸
10MW 이상 설치 가능한 국내 선박 건조 위한 투자 시급
![WTIV가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모습. [전기신문DB]](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407/340095_543107_5228.jpg)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에 선정된 해상풍력 개발사들이 국내에 마땅한 선박이 없자 차선책으로 중국산 해상풍력전용설치선(WTIV) 사용을 고심하고 있다. 비싼 유럽산 배는 그마저 현지수요가 많아 용선이 어렵고 국내에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사용할 수 있는 배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입찰에 선정된 전남해상풍력을 비롯해 지난해 낙찰된 ▲완도금일1해상풍력 ▲완도금일2해상풍력 ▲신안우이해상풍력 ▲낙월해상풍력 ▲고창해상풍력 현장 등 6곳은 착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 현재 선박 용선 계약을 준비 중이다. 이 중 낙월해상풍력은 5MW 터빈, 고창해상풍력은 6MW 터빈을 사용하고 완도금일1, 2해상풍력과 신안우이해상풍력은 15MW 규모의 터빈을 설치할 예정이다. 전남해상풍력은 11MW 규모 터빈을 사용한다.
이 현장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일정에 맞춰 착공에 나선다. 본격적으로 WTIV가 필요한 상부구조물 작업은 오는 2027년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2027년 상부구조물 작업을 위해 외국계 선사들에 자료요청서(RFI)를 보내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WTIV인 현대스틸산업의 현대프론티어호는 최대 10MW급 터빈 설치가 가능한 선박으로 전남해상풍력, 완도금일해상풍력, 신안우이해상풍력 현장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낙월해상풍력과 고창해상풍력은 10MW 이하의 터빈을 설치하는 만큼 국내 선박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국내 유일의 WTIV인 현대프론티어호는 독점적 지위로 인해 가격협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유럽산 배 용선도 쉽지 않다. 완도금일과 신안우이 현장을 개발하는 한국남동발전은 올해 초부터 유럽 선사에 RFI 요청을 보냈지만 한 건의 답신도 받지 못했다. 유럽 현지의 해상풍력 시장 활성화로 인해 굳이 외국 현장에 참여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또 유럽 선박은 가격 조건도 맞추기 쉽지 않다. 유럽에서 배가 출항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데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왕복 2개월의 운항료를 포함해 2200억~2300억원의 용선료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WTIV 입찰을 준비하는 남동발전의 상한가를 15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어 유럽 선박 용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10MW 이상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현장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중국 WTIV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산 WTIV 용선료는 유럽의 절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발빠르게 입찰을 준비하는 남동발전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 서명국으로 선박을 제한해 중국 WTIV의 입찰 참여를 막는다는 방침이지만 입찰이 유찰될 경우 결국 중국 선박을 검토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산업의 공급망이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데, 선박 시장을 중국에 내주게 되면 다른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대부분 현장이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발전기 상부구조물 작업을 시작하는 만큼 그 전까지 국내 선박에 대한 투자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