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WTIV ‘해양풍전 38’ 건조 등 제조・설계기술 中서 가장 우수
KCH가 WTIV 발주 의뢰하면서 국내서도 관심
KCH, 선투자 통해 국내ㆍ아시아 선박 시장 선점, LCOE 하락 기대

8호 태풍 꼬마이가 중국 상하이(上海)를 강타했던 지난달 30일, 푸동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빗길을 달려 2시간 정도 이동하자 장수성 난퉁(南通)에 있는 한통조선소가 시야에 들어왔다.강풍으로 인해 조선소 특유의 쿵쾅거리는 중장비 소리는 멈췄지만 선박 블록(Block)을 때리는 빗소리가 야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에너지 전력 기업 KCH(회장 김창휘)는 이날 국내 해상풍력전용선박(WTIV) 발주를 위해 장수한통조선소(Jiangsu Hantong Ship Heavy Industry)를 찾았다. KCH는 중국 조선소 중 가장 앞선 WTIV 제조 및 설계 기술을 보유한 한통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해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KCH는 지난 수년 간 국내 조선소에 WTIV 건조를 의뢰하기 위해 검토를 진행했으나 건조비용과 현장경험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해 결국 한통조선소를 선택했다. 한통조선소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WTIV 제조 경험을 갖고 있으며, 총 3.5GW 규모의 현장에서 EPC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KCH 경영진과 한통 그룹 직원들이 한통조선소 야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KCH 경영진과 한통 그룹 직원들이 한통조선소 야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유럽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간 신규 설치량도 세계 1위이고 기술도 더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상풍력 산업의 A~Z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 중국의 최대 장점입니다.”

한통조선소에서 만난 멍천준(Meng Chenjun) 중국 한통 그룹 회장은 중국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자신감을 여실히 내비쳤다. 한통조선소는 지금까지 총 9척의 WTIV를 건조한 바 있으며 현재는 추가로 6척의 선박을 건조 중이다. 특히 중국 최초의 WTIV인 ‘해양풍전 38(海洋風電 38)’도 이곳에서 건조됐다.

멍천준 한통 그룹 회장(왼쪽 세번째)이 김창휘 KCH 회장(왼쪽 두번째)에게 한통조선소에서 건조되는 WTIV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멍천준 한통 그룹 회장(왼쪽 세번째)이 김창휘 KCH 회장(왼쪽 두번째)에게 한통조선소에서 건조되는 WTIV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한통조선소 선석에 정박된 해양풍전은 지난 2020년 장수성 인근에서 마지막 작업을 마치고 현재는 국가에 귀속돼 있다.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 몸체와 중국을 상징하는 빨간 크레인이 하늘에 닿을 듯 했다.

250t에 달하는 해양풍전의 크레인은 5MW 규모의 해상풍력 터빈 설치에 적합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해상풍력 터빈 대형화 추세로 인해 더 이상 5MW 규모 터빈 설치 수요가 발생하지 않자 현장을 떠났고 지금은 중국 해상풍력 선박의 역사로 남아 있다.

한통조선소 부두에 정박된 해양풍전 38호. [사진=안상민 기자]
한통조선소 부두에 정박된 해양풍전 38호. [사진=안상민 기자]

“중국에선 지난 25년간 해상풍력 시장에 투자하면서 많은 WTIV가 건조됐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10MW 이상 대형 터빈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작은 크레인이 탑재된 WTIV는 현장에서 퇴역하는 추세입니다.”

멍 회장의 설명과 함께 부두를 떠나 건조도크로 향하자 건조 중인 WTIV 여러 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이거 라이.(一个一个来)”

한명씩 탑승하라는 중국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건조가 마무리 돼 가는 WTIV 한 척에 탑승할 수 있었다.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이 선박은 내년부터 KCH를 통해 한국 바다에서 작업하게 될 것이란 게 KCH 측의 설명이다.

한통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1만3000t 급 WTIV. 1200t 규모의 크레인이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안상민 기자] 
한통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1만3000t 급 WTIV. 1200t 규모의 크레인이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안상민 기자] 

“국내 해상풍력 업계는 WTIV에 대한 수요가 있으나 선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KCH에서 선투자를 통해 선박을 건조하고 KCH의 해상풍력 현장뿐 아니라 선박의 부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다른 현장에도 투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창휘 KCH 회장은 1600t 크레인이 탑재된 WTIV에 탑승하면서 국내 해상풍력 선박 수요에 대해 강조했다. 1만6000t 규모의 이 선박은 120여 명이 상주하며 최대 20MW 터빈까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KCH는 선박 시장 선점을 통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해상풍력 선박 시장을 선점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KCH 경영진이 내년 국내에 투입하게 될 1만6000t급 WTIV 갑판에서 선박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KCH 경영진이 내년 국내에 투입하게 될 1만6000t급 WTIV 갑판에서 선박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KCH는 이날 탑승한 WTIV와 동급의 선박 한척을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다. 또 한통조선소와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WTIV를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WTIV의 본 고장인 유럽의 경우 물리적으로 멀뿐 아니라 하루 7~8억원에 달하는 선박 용선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직접적으로 선박을 용선하는 것은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에 KCH가 선투자를 통해 WTIV를 확보하고 국내 시장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는 국내 균등화발전단가(LCOE) 하락과 해상풍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통조선소 야드에 놓인 고정식 해상변전소(OSS) 앞에서 KCH 경영진과 멍천준 한통 그룹 회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한통조선소 야드에 놓인 고정식 해상변전소(OSS) 앞에서 KCH 경영진과 멍천준 한통 그룹 회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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