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계약해지된 태양광업체, 법원 가처분 신청 기각 판정
도덕적해이 아닌 직생기준 애매 주장, 재판부는 "위반 맞다"
조달청, 곧바로 부정당제재 3~4개월 입찰참가제한 조치
업체들 "중기부까지 이중조사, 이중제재에 폐업직전" 호소
조달청, 업계와 소통해 피해 최소화, 공정조달 위한 방안 찾아야

 지난해 조달청으로부터 직접생산기준을 위반했다고 계약을 해지당한 태양광발전업체들이 제기한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조달청은 즉각 10개사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사진=전기신문DB]
 지난해 조달청으로부터 직접생산기준을 위반했다고 계약을 해지당한 태양광발전업체들이 제기한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이에 조달청은 즉각 10개사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사진=전기신문DB]

지난해 조달청의 직접생산 위반 조사를 통해 계약해지 처분을 받은 태양광 우수조달업체들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조달청은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업체들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 조치에 착수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해당 업체들이 제기한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사건번호 2023카합21240)에 대해 지난달 말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해지 및 계약보증금 국고귀속 등도 판시했다.

앞서 조달청은 지난해 5월 우수조달업체를 필두로 다수공급자계약업체 기업 등에 대한 직접생산 위반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9월 1차로 10개 업체를 적발했다. 조달청은 이후 이들 기업과의 우수조달 및 다수공급자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업체들 직생기준 자체가 애매 ‘억울하다’...법원은 ‘직생위반은 맞다’ 판단

적발된 업체들은 직접생산 기준의 세부사항이 사실과 다르다며 소를 제기했다.

업체들은 직생 기준에 대해 “태양광발전장치의 구조물 일부를 외주 제작한 것은 기준 위반이 아니다”라고 소 제기의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불명확한 직접생산 확인 기준(구조물의 정의 및 범위)에 따라 그동안 외주로 제작해 온 구조물 지지대가 돌연 직생 위반 품목에 포함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또, 직접생산 확인 및 부정당업자 처분 전 계약을 해지한 조달청의 조치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요청했다.

반면 재판부는 계약해지 효력정지를 위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업체들의 외주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직생 확인 전 계약해지 역시 상위 의결기구의 결정에 따라 가능하다는 규정을 내세웠다.

재판부는 ‘계약기간 동안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직접생산 확인기준에 따라 직접 생산 및 납품해야 한다’는 내용과 ‘계약 위반 사실을 확인한 경우 조달청장은 계약해지, 계약보증금 국고귀속 등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같은 법원 판단이 내려지자 조달청은 즉각 내부검토를 거쳐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결정했다. 지난해 9월 계약 해지 통보 및 계약보증금 몰수 이후 8개월 만이다.

조달청은 지난 2일 관련 부서 회의를 열고 1차 적발업체 10개사에 대한 징계 처분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10개사 중 6개사(1개월 선행처분 업체 1개사 포함)에 대해 부정당업자 지정 3개월 처분을 결정했고, 나머지 3개 업체에 대해선 4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기업은 정해진 기간 동안 조달청이 관장하는 국가계약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는다. 업체들로선 3~4개월 간 일감 확보가 가로막히는 셈이다. 직접생산 확인 취소 후 6개월간은 재확인 신청도 제한돼 최장 10~12개월 간은 입찰참가가 불가능해진다.

업체 관계자는 “조사 시작 이후 1년간 부당한 처사가 지속돼 곧장 폐업을 준비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며 “조사기관도 조달청과 중기부로 분할돼 총 43개 기업을 대상으로 동일 사안에 대해 이중-삼중의 조사가 이뤄졌고, 만약 조사 결과가 불일치할 경우 경영활동 악화는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1차로 제재를 받은 10개 업체는 현재 9개월 이상 영업이 중단돼 부도 직전이거나 폐업을 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사안이 개별기업의 도적적 해이가 아니라 애매모호한 직생기준으로 인해 불거졌다는 점”이라며 “조달청이 190여개 동종 조달계약 업체에 대해 2~3차 조사를 펼치고, 1차 업체와 같은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만약 모든 업체를 동일한 잣대로 처벌하면 태양광 관수시장은 붕괴될 것이고, 달리 처벌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체 일부는 직생 기준의 법적 정당성을 따질 본안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종전에도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직생 구조물 기준 등 모호한 규정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라며 “이를 바탕으로 계약해지의 부당함을 법리적으로 다툴 계획”이라고 밝혔다.

▲1년 간 이어진 태양광 직생기준 논란, ‘출구전략’ 찾아야

조달청은 지난해 태양광발전장치 조달우수기업 10곳에 대한 직생기준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위반이 확인된 업체에 대해 계약해지와 함께 조달우수제품 지정취소, 계약보증금 국고귀속,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을 통보했다. 적발된 기업들은 직접생산 위반 외에 계약규격과 다른 제품을 납품했거나 원산지 위반 등에 해당된 경우 등 제각각이다. 3가지를 다 위반한 기업도 있고, 1~2개 사유가 문제가 된 곳들도 있다.

업체들은 가처분신청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태양광발전장치 직생기준에서 ‘구조물’의 의미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고 있으며 ▲그 생산공정에 관한 설명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요구하는 생산시설 및 생산인력만으로는 태양광발전장치의 ‘지지대’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직접생산기준이 허용하고 있는 ‘접속반 외함’만을 외주로 공급받았다고 주장하며 조달청 제재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결국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태양광 업체와 조달청은 본안 소송에서 다시 법리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해 1차 제재 이후 태양광발전장치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천명했고, 직생기준을 관장하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조사에 착수해 조달청 조사업체 10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 33개사의 위반여부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청만 조사한 업체 10개사, 조달청과 중소벤처기업부가 각각 조사한 업체 23개사, 중기부만 조사한 업체 10개사가 존재하는 셈이다.

업체 관계자는 “문제는 조달청과 중소벤처기업부가 이중으로 조사한 23개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조달청과 중기부의 직생위반 조사 결과가 만약 다르다면 그것은 직생기준의 애매모호함이 증명되는 것이고, 또 다른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기업의 태양광발전장치 직접생산 여부를 놓고 두 부처가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업계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한 태양광발전장치 직생기준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이뤄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마저도 지금 당장 기준을 바꿔도 1년에 한번 손질하는 직생기준 개정 과정을 고려하면 빨라야 2026년에나 적용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직생기준 중 구조물의 제조·설치와 관련된 부분이 불명확하게 표시돼 있는 만큼 최소한의 공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산공정 상 필수공정으로 ‘구조물 및 접속반’이 명시돼 있으나 이는 태양광발전장치 접속반과 접속반을 현장 설치하기 위한 하부 구조물의 결합 등에 대한 공정을 설명한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조물’과 ‘태양광지지대’를 구분하고, 현실에 맞게 ‘태양광지지대’는 태양광발전장치 제조업체가 제품에 맞는 지지대를 설계해 전문업체에 제작 의뢰가 가능하도록 하되 현장 여건에 맞도록 가공·조립공정은 직접 수행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는 태양광발전장치 업계와 조달청이 머리를 맞대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공정조달을 실현할 수 있는 해법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달청이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경우 중소 제조업체들의 줄도산은 불가피하고, 태양광발전장치 제조업의 위축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조달청이 태양광발전장치 위반 관련 조사를 진행한 이후 1년이 넘었다. 업체들의 고통은 상상을 못할 정도다. 조달청과 중기부가 동일한 사실관계에 근거해 이중제재 등을 하고 있는데, 업체들의 사정을 고려해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각 행정청의 행정조사로 고충을 겪고, 사실상의 이중 삼중제재에 해당하는 처분으로 폐업하는 업체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조달청과 업계가 출구전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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