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재생E 모델, 보급과 산업정책 연계 미흡으로 필요성 제기
국산 기자재 확대·PF시장 안정·RE100 대응 등 다기능 기대
순기능 불구 청 단위 조직으론 정책적 연계 한계 지적도

[전기신문 재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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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가 한창 진행되면서 재생에너지 전담조직 설립 필요성 또한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재생에너지투자개발청’(가칭, 이하 재생에너지청)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청 단위의 새 조직 구성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예상되는 재생에너지청은 보급과 산업정책을 연계하고, 국산화·탄소감축·에너지전환 목표를 일괄 설계·추진할 수 있는 ‘정책형 개발기관’이다. 기존의 보급정책이 개발사업자(디벨로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산업정책과의 연계가 단절됐다는 평가가 논의의 출발점이다. 실제 태양광 업계에선 새 정부 출범 직후 '국가에너지청' 설립을 정책과제 중 하나로 제안한 바 있다.

현재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 보급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 디벨로퍼 대부분은 외국계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맥커리 등은 한국 시장에서도 수백MW급 해상풍력과 같은 주요 대형 프로젝트 금융(PF)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사업 대부분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구조로 국산 기자재 채택이나 국내 산업 활성화와 같은 정책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기 해외 금융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국산 산업 기반이 보급 정책에서 소외되는 구조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공공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경우 국산 기자재 사용을 조건화하거나 탄소인증 기준을 설계 단계에서 반영하는 등 정책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벨로퍼 중심 구조로는 산업과 보급을 동시에 챙기기 어렵다. 기획 역량과 공공성을 갖춘 기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청은 PF 시장을 공공이 주도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란 구상이다. 고금리·외화자본 의존 구조로 인해 사업 리스크가 높고, 중소기업이나 국내 금융기관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보완할 수 있다. 

한 재생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공사가 보증이나 저리 출자 형태로 개입할 경우 금융 안정성과 시장 신뢰도 제고가 가능하다”며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단가 자체를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재생에너지청은 단순 자금 집행기관을 넘어 국가 재생에너지 전략을 기획하고, 전력판매 수익 등을 기반으로 정책적 재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구조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직접 전기를 판매하고 수익을 회수한다면 에너지 예산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순환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도 높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생에너지는 전기요금 인상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많았는데, 발전수익을 정부가 직접 회수하는 것도 이를 개선할 훌륭한 수단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측면에서는 RE100 대응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중요하다.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글로벌 공급망 ESG 기준 등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는 탄소감축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려는 기업 수요가 늘고 있는데, 정부도 이러한 수요에 맞춰 제도와 시장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청 설립이 오히려 재생에너지의 보급 동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기관이 신설되더라도 그 위상과 권한이 제한적인 ‘청 단위’에 머물 경우 복잡하게 얽힌 다부처 간 조정과 산업 전반의 기획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보급뿐 아니라 기술개발·실증·산업 육성 등 여러 부처와 기능이 얽힌 다차원적 과제인데 반해 이를 조율할 조직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

학계 한 관계자는 “청으로 재구성 시 조직 지위 측면에서 기술개발이나 실증 업무가 산업부나 과기정통부 등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그렇게 되면 기술개발-실증-보급-산업화를 하나의 사슬로 연결해야 하는 정책적 연계성이 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독립된 공공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실질적인 정책 효율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인 조정 권한과 기획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청 설립은 오히려 제도 추진의 일관성을 해치거나 다른 기관의 권한을 침해해 정책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 기자재 활용 확대를 비롯해 ▲개발 부가가치 국내화 ▲보급단가 하락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청 형태보다는 연기금 등 공공 자금을 활용해 대규모 재생에너지프로젝트 개발에 집중하는 공사 형태의 기관 설립이 더욱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형 ‘에퀴노르’나 ‘오스테드’, 국내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유사한 형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공사는 거버넌스 문제가 덜하고 보다, 청과 같이 예산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정부 조직에서 탈피하되, 정부 산하에 보다 시장친화적이고 투자개발에 초점을 맞춘 기업을 만드는 것이 실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급 체계의 효율적 재편이라는 대의와 별개로 조직 설계와 기능 조정에 있어 더욱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실제로 기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과의 역할 중복 우려도 해소돼야 할 과제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공단, 도매시장 중재자인 전력거래소 등과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행정 혼선이나 자원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기후에너지부 설립 논의와 함께, 재생에너지청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와 권한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입법·정책 로드맵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제공=이미지투데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제공=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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