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종종 약간의 선물을 걸고 퀴즈 형식으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전기가 남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땅속으로 꺼져요”라고 한다. 간혹 “전기는 남지 않아요”라고 우문현답을 하는 학생도 만날 수 있다. 이 우스꽝스러운 질문은 사실 전기에 대한 두 가지 개념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있다. 첫 번째는 전기는 실시간으로 생산되고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상품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기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사고전류가 발생한 때로 이 전류를 안전하게 대지로 흘려보낼 때를 말하는 것이다.
전력계통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생산과 소비의 동시성이다. 이때 전력공급과 수요가 일치되어야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주파수도 60Hz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에서는 수많은 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량은 공장, 사무실, 가정 등 소비처에서 소비되는 전력량과 같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전기는 ‘실시간 상품’인 것이다. 전기가 발전기부터 소비자까지 도달되는 데 있어서의 실제 송배전 손실은 2023년 말 기준으로 3.53%이다. 하지만 없다고 간주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전력시스템은 전력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전력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주파수는 상승하게 되고, 반대로 갑자기 전력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주파수가 내려가는 특성을 보인다.
이 원리를 자전거를 타는 경우와 비교해보자.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뒤에 탄 사람이 갑자기 내리게 되면 자전거의 속도는 빨라지게 된다. 주파수가 증가하는 것과 유사하다. 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는데, 뒷자리에 다른 사람이 올라타면 자전거의 속도는 느려지게 된다. 이것은 주파수가 하락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자전거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전력계통은 정해진 주파수로 운영하기 위해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량이 증가해 제주도, 호남지역 등 일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가 일어나고 있고, 이는 더욱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전력수급을 맞추기 위한 조절능력을 갖추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에너지저장시스템은 전력수급을 맞추기 위한 미래 전력시스템의 핵심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에너지저장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있어 실시간, 일간, 주간, 월별, 계절별로 시계열적인 활용성과 기술경제성을 함께 고려하는 지혜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전기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때는 없을까? 있다. 이 경우는 전력계통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된다. 전력계통의 사고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의 사고 전류를 접지(接地)를 통해 대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체나 생명을 보호하고, 기기 등의 손상을 방지하게 되는 것이다. 잘 알고 있다시피 실시간으로 생산된 전력은 빛의 속도로 소비자에게 전송돼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전기에너지를 똑똑하고 알뜰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전기가 남으면 땅속으로 꺼진다고 묻는 일은 앞으로는 없어야 할 것이다.
He is... 한국에너지공단 분산에너지실장 / 전기공학박사(에너지시스템 전공) / 발송배전기술사 / 기술거래사 / <분산에너지 시스템 개론>, <인생 리셋>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