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를 전공한 사람에게 역률(Power Factor)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대부분 "피상전력 대비 유효전력의 비율"이라고 답할 것이다. 일부는 저항성(R), 유도성(L), 용량성(C) 부하에 따른 전압과 전류의 위상차로 설명하며, 또 다른 이는 맥주잔 속 거품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효전력(거품)은 단순한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실제 전력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역률은 공식만 외우면 문제를 풀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역률 변화는 단순한 이론과 다르게 적용된다.
필자의 지인은 전력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업가로, "현장에서의 역률은 기존 개념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지상 역률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진상 역률로 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전자식 스위칭 소자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LED, 인버터, AI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전기 부하들이 등장하면서 전력 품질이 저하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효율 문제를 넘어 전력 수용가뿐만 아니라 공급자인 한전 계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전기 부하는 단순했다. 형광등은 코일형 안정기를 사용했고, 라디오는 콘덴서와 코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LED 조명이 보편화되고, 무선 스피커 등 전자식 신호를 활용하는 부하가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고조파가 발생하고, 전력망의 역률 특성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도성 부하가 많아 역률 보상을 위해 콘덴서를 사용했지만, 현재는 진상 역률이 문제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역률 개념은 사상체질과 유사한 면이 있다. 사상체질은 이제마가 제시한 개념으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네 가지 체질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성격, 생리적 특성, 병리학적 특성이 달라진다고 본다. 전기 부하도 체질처럼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며,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변화에 맞춰 건강 관리를 하듯이, 전력 부하도 환경과 특성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역률의 개념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이를 적용하는 방식은 기술 발전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체 이송을 위해 유도전동기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인버터 제어를 통한 효율적 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초고출력 부하가 등장하며, 기존 전력 시스템이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역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역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기 부하 변화에 따른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엔지니어에 대한 역률 관리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교재에도 변화된 역률 사례를 포함하고, 관련 규정과 기술 기준이 정비되어야 한다. 전력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올바른 역률 관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용어설명
·역률(Power Factor) = 역률은 공급된 전기 중 실제로 일을 하는 전기의 비율
·유효전력(P) =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되는 전력
·무효전력(Q) = 에너지의 흐름을 유지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전력
·피상전력(S) = 유효전력과 무효전력을 포함한 전체 전력
He is... ▲한국에너지공단 분산에너지실장 ▲전기공학박사(에너지시스템 전공) ▲발송배전기술사 ▲기술거래사 ▲분산에너지 시스템 개론, 인생 리셋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