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국익’...경제효과 외에 산업·외교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산업계는 “韓 장악 후 가격 인상 가능성...에너지 안보 저해”
새만금개발청 “단순 생산기지 유치일뿐...정해진 것 없다”
![[출처=업계, 새만금개발청, 전기신문 재정리][사진=새만금개발청 홍보영상 캡처]](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02/350641_556593_1523.jpg)
중국의 태양광 셀(광전자) 제조기업인 HT사가 군산국가산단 내 투자 유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업계에선 단순 경제효과뿐 아니라 국내 생태계와 글로벌 산업 관점에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외교부, 인센티브 재원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등 행정부가 ‘국익’이 무엇인지를 우선에 놓고 이번 사안을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셀을 제작하는 기업은 HD현대에너지솔루션과 한화큐셀 정도다. HT의 투자가 이들 기업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그리고 결국 국내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했던 이유는 외화 부족 문제를 해결하거나, 반도체처럼 우리가 가지지 못한 밸류체인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요즘 투자 기업들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런 변화 속에서 안보와 관련된 에너지 문제에 외국기업, 특히 중국기업 투자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앙정부와 개발청 사이에도 시각차가 감지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단기적인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지만, 중앙정부는 국가 전체의 산업 정책 단위에서 사안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실제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우리 산업계가 이 투자를 원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HT의 투자가 국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새로운 우회 경로로 간주되는 것이 국제적으로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향후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효과 강조하는 새만금청 vs 산업계는 “국내 시장 보호해야”
새만금개발청은 이번 투자 유치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투자의향서( LOI)를 받은 단계이고 여러 대안 중 새만금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일 뿐, 세간의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개발청 관계자는 “협의 결과에 따라 연내 투자 유치가 성사될 수 있지만,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이라며 “글로벌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군산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시장 진출의 가능성도 닫아놓진 않았다.
개발청 관계자는 “당장 국내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은 목표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도 “국내 산업의 경우 웨이퍼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셀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구조인데, 중국 기업으로부터 완제품(모듈)을 들여오는 것보다 비용이 더 비싼 상황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양광 업계는 높은 수위로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태양광 산업계 관계자는 “HT사를 비롯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중국 중앙 및 지방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사실상의 국영기업으로, 세계적으로 공급과잉과 저가 공세를 통해 시장을 잠식해왔다”며 “미국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중국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FTA를 고려해 태양광 무역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새만금청의 입장은 국내 산업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지원 방식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만금청이 땅을 제공하고 산업부가 현금 지원까지 하면, 사실상 HT는 국내 기업보다 더 많은 특혜를 받는 셈”이라며 “정작 우리 기업들은 동일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는 정책적 형평성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청이 강조하는 ‘공급망 확보’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연간 2.5GW 수준인데, 중국 기업이 2GW 공장을 가동하면 국내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며 “어느 때이든 단가를 갑자기 올리면 사실상 우리 기업과 우리 업계가 방어할 수단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실질적인 중국 독점 시장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LCD 산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사업을 철수하고 LG가 지난해 중국 광저우 공장을 매각하자, 중국 기업들은 곧바로 30%의 단가 인상을 결정했다”며 “국내 시장 장악력을 급속히 높이며 패널 단가를 높이고 있는데, 개발청의 시각은 태양광 산업도 같은 전철을 밟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내 태양광 산업의 유무가 에너지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2030년이 되면 글로벌 재생에너지 비중이 46%에 이를 전망이며, 태양광이 핵심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며 “이 시장을 중국에 내주는 것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개발청 관계자는 “HT가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면 우리나라에서 세금도 내고,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미국도 자국 내 투자를 유치하고 있고, 한국도 글로벌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연루될 가능성에 대해선 “말레이시아 사례에서도 보듯, 중국 기업은 20%의 관세가 부과된 반면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기업별로 차등 적용되는 것이지 모든 기업, 모든 산업에 일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개발청이 제시한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700여 명의 인력 고용이 예상된다지만, 엔지니어 등 핵심인력은 중국에서 파견될 가능성이 높고 현지 채용은 단순노무직에 그칠 것"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