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현실화에, 韓 인버터社 입지 축소
내수시장 한계에 투자 위축, 악순환 고리 끊어야
“단순 보호주의 넘어 기술혁신·시장 안정 대책 절실”
장기적 관점에서 유지보수·신뢰성 고려 강조돼야
![[출처=챗GPT 생성]](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02/349862_555401_5636.jpg)
국내 태양광 및 재생에너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인버터 또한 이들 발전소 시스템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기업들의 빠른 시장 확대로 인해 국산 인버터 산업이 수년 째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대응책 마련을 요청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산 제품이 대형(센트럴) 인버터의 30% 내외, 중소형 인버터의 절반 가까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행·개발사의 저가 제품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중국 제품의 점유율 확대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인버터기업 A사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규모가 작은 데다 웬만한 기술력을 갖춘 곳이라면 진입 장벽도 높지 않아, (중국산의) 시장 내 입지 구축은 물론 시장 장악도 용이하다”며 “초기에는 낮은 가격으로 진입하더라도, 해외 기업 의존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후에는 가격 인상이나 AS 등에서 취약점이 더욱 커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자재수급부터 기술력까지...단순 저가공세가 아니다
중국산 인버터는 초기 태양광 시장이었던 2000년대 중후반 혜성같이 등장했다. 국산 제품 대비 낮은 가격은 물론, 고장 시 제품을 전면 교체하는 서비스로 한국 기업을 따돌렸다. 이는 국산 제품의 단가를 낮추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동시에 국내 기업들이 중국 제품을 경시하게 되는 역기능이 뚜렷했다는 지적이다.
A사 관계자는 “당시엔 기술력이 낮았기 때문에, 아무리 가격이 낮더라도 품질 측면에서 국산 제품의 우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수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이 안일함의 역풍을 맞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제 중국제품은 근소한 가격 경쟁력은 물론 국산 제품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까지 갖춘 상황이다. 이를 가능케 한 배경에는 중국기업의 월등한 공급망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작은 단위의 부품인 기본 소자부터 자재를 직접 공수할 수 있는 구조이고, 완제품 제작까지 전 공급망을 아우르는 생산 시스템이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9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물량 수급의 위기 속에서도 중국기업이 ‘생존’을 넘어 시장 확대를 도모할 수 있었던 이유다.
중국제품은 2023년 기준 글로벌 인버터 출하량의 76%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화했고, 일본만 하더라도 50kW 이상 시장 점유율의 80%가 중국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공정별 인력 및 비용 투입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기업당 생산인력은 수천명으로 국내 기업의 100배 규모이고, 품질관리와 연구개발에만 각각 천여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공장이 기업별로 3~4개씩 있고, 각 공정은 물류부터 생산라인 모두 자동화한데다 다수의 테스트베드를 통해 수단계의 철저한 품질관리(QC)까지 갖췄다.
A사 관계자는 “중국의 대형 인버터사를 탐방한 수년 전부터 이 같은 차이가 확연했다”며 “수천명이 투입된 개발부서만 해도 현재, 1년, 10년, 15년 단위로 시기별 제품 개발을 세분화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제도 빈틈·내수시장 한계, 韓 기업 성장 저해
인버터 개발-생산 여력을 갖춘 국내 시장은 자체 기업이 드문 동남아·유럽·북미 등 주요 지역에 비해 사정은 낫지만, 중국기업과 겨룰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다양한 제약을 뛰어넘어야 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작은 내수시장과 적은 판매고, 낮은 매출 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첫번째 과제로 지목된다. 매출이 제한적이다 보니, 투자 및 기술 개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제품 혁신을 저해하면서 수요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인버터기업 B사 관계자는 “연간 3GW 내외로 보급되는 시장이다 보니, 센트럴 인버터는 수백대, 스트링 인버터는 수천대 수준으로 보급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설비 확충이나 생산시설 확대, 자동화 설비 도입 등을 고려할 때 비용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KS 등의 인증제도도 국내 업체에 역차별로 작용한다고 토로한다. 통상 신규 제품당 수천만원의 인증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부담이 만만치 않아 성능 향상을 위한 개발 동력은 물론 기술력 유지에 들이는 여력마저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중국기업은 조 단위 매출 중 인증에 들어가는 수천만원의 부담이 크지 않지만 국내 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더욱이 외유나 특혜 시비도 있을 수 있어 인증기관이 중국까지 가서 심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동일한 인증 절차라 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계통 안정화·에너지 안보 위해 국산 안배 장기 안목 필요”
업계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혁신과 함께 원가 절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 국내 계통 사정에 맞는 그리드포밍, 스마트 인버터 솔루션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해외 기업 입장에선 촘촘한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AS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노력만큼이나 정책적으로 국산 제품을 존치 내지 장려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태양광발전소 고장의 다수가 인버터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전력계통 안정성을 위해 국산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인버터기업 C사 관계자는 “태양광 인버터는 단순한 기자재가 아니라, 전력 계통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와 유지보수가 필요한 핵심 장비”라며 “보급이 다수 이뤄진 한 제품의 경우 부품 수급과 AS가 원활하지 않아 수개월간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이 일정 규모의 시장 점유를 유지하면 기술 발전을 지속할 수 있고, 외국계 기업들도 한국 시장을 고려한 맞춤형 제품을 공급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는 국내 발전사업자들에게 더 나은 품질의 기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 국내 기업으로선 제품 검증(테스트베드)의 역할도 겸하게 돼 해외 수출 경쟁력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A사 관계자는 “단순하고 포괄적인 보호주의가 아니라 기술 혁신과 시장 안정을 위해 가중치 부여 또는 국내 테스트베드 구축 등의 구체적인 보호조치가 절실하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확대될 재생에너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재생에너지 비중만큼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개발사, 발전사의 경향도 되돌아봐야 할 문제로 꼽힌다. 사업개발 시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한 사후관리 등 안전장치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사 관계자는 “전체 발전소 개발비용 중 10%의 비중인 인버터를 놓고 볼 때, 이제는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격차도 2~3% 내외 수준으로 크지 않다”며 “하지만 최초 설치 시 비용만 보고 저렴한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 태양광 기자재는 장기적인 안정성이 생명인 만큼, 설계 과정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