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지오테크니컬 산업 해외 의존도 높아
보수적인 해양 산업, 신기술보단 검증된 기술 선호
기술 국산화 위해 정부 R&D 통해 실증까지 나서야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 마련 필요
![장인성 KIOST 본부장 [사진=안상민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01/348461_553845_4852.jpg)
“해상풍력 산업에 필요한 해저 지질탐사, 해저케이블 시공 등 해양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은 단순히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것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외국 인력과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해양 기술이 다수인 만큼 정부의 관심과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빠르게 이뤄져야 합니다.”
장인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신산업연구본부장은 해양 산업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성장하고 있는 해상풍력 산업을 국내 해양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장 본부장의 의견이다.
장 본부장은 서남해 해상풍력이 개발되던 지난 2013년부터 해양수산부 수중건설로봇사업단장을 역임하면서 해상풍력 산업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당시 국산 첫 무인수중건설로봇인 URI-L(수중·해저 조사), URI-R(해저 지반 파쇄 및 해저케이블 매설), URI-T(파이프라인 건설 및 유지관리) 등을 국산화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해상풍력 기술은 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 R&D 지원 등을 통해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실증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기술들이 많습니다. R&D 단계에서부터 TRL(기술성숙도)이 6(기술 고도화)에서 7(상업화)로 넘어가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만 국내에선 이를 뒷받침할 시장과 제도적 지원이 부족합니다. 기술 국산화를 위해선 개발 단계를 넘어 실증과 시장 적용 단계까지 진행돼야 합니다.”
해양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 R&D 예산 중 해양 산업 관련 투자는 전체 R&D 예산의 2% 규모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보수적인 해양산업에선 신기술보단 검증된 기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R&D의 목적이 기술 개발이 아닌 실증화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장 본부장은 강조했다.
국내에선 해양 오일&가스 자원이 적어 해양 탐사, 시추, 건설 등 내수시장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실증화를 위한 기회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해상풍력 시장에서 가장 국산화가 필요한 기술은 해저 지질조사(Geotechnical Survey)와 해저케이블 시공 분야입니다. 해양탐사의 경우, 물리탐사(Geophysical Survey)는 대부분 국내 기술로 가능하지만, 지반 시추와 같은 지질조사 분야는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저케이블 시공 기술 또한 수심이 깊어질수록 고급 장비가 필요한데 수심 50m 이상의 해저 작업에서는 해외 전문 장비와 기술을 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해양 산업 개발을 위해선 고가의 장비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국내 해양 탐사 및 시추 산업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묶여 있어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들의 유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기업의 유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육상과 다르게 해양 산업에서 제품 하나를 개발하려면 하루 수억원에 달하는 선박 대여료부터 전문 인력의 참여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이를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장 본부장이 말하는 정책적 지원은 크게 4가지다. 먼저 ▲해상풍력 특별법처럼 장기적으로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제정하고 ▲정부 R&D가 단순히 기술개발이 아닌 실증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또 ▲기술 인증과 표준화 과정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인력 양성에 투자해 기술 운용 인력을 내재화 하는 것이다.
“해상풍력과 같은 해양산업은 육지에서 포화된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술 국산화와 함께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지금이 바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몇십년 간 우리의 기술력이 글로벌 기업들과 비견되는 수준으로 올라온 만큼 한 단계만 더 도약한다면 우리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