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 등 글로벌 기업 “한국, 규제와 제도 불확실성 커”
네이버 “플랫폼 경쟁은 곧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주도권 문제”
루트에너지 “경제성 높인 주민참여 모델로 RE100 가속화”

한국RE100협의체와 고려대학교가 주최한 '한국 RE100 컨퍼런스'에서 청중들이 강연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한국RE100협의체와 고려대학교가 주최한 '한국 RE100 컨퍼런스'에서 청중들이 강연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미래 전력수요의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클라우드 및 AI 업계가 한국 시장의 매력이 급감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재생에너지 시장 부진을 지목했다. 업계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지탱할 인프라로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강조하며 PPA 요금체계, 이격거리 규제 등 제도적 장애물을 걷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RE100협의체와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 기후기술인재양성센터 및 LINC 3.0 사업단은 25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제5회 한국RE100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발전·수요·금융 분야 등 300여명의 업계 종사자가 참석한 이번 컨퍼런스는 국내 RE100 시장의 현주소를 조명하며, 관련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모색했다.

◆7조8000억 투자액 상당수 재생에너지 관련 깊지만...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스(AWS) 한국·일본 정책 총괄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아마존의 투자 의지를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 구매자로 꼽히는 AWS는 글로벌 사업 운영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 목표를 계획보다 7년 앞선 지난해 이미 달성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500개 이상의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자한 결과이고, 한국에서는 SK E&S와 체결한 60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도 이 노력의 일환이다.

김영훈 부사장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관련 산업군의 연평균 성장률은 향후 5년간 2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한국 시장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만큼이나, 센터가 수반하는 엄청난 에너지 수요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주요한 숙제로 떠올랐다. 실제 한국 투자액의 일정 부분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와 유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스 한국일본 정책 총괄 부사장이 한국 재생에너지 시장의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스 한국일본 정책 총괄 부사장이 한국 재생에너지 시장의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다만 국내 시장이 가진 복잡다단한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 탓에 재생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김영훈 부사장의 시각이다. 아마존뿐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복잡한 인허가 ▲태양광 이격거리 ▲불투명한 PPA 요금제 산식 ▲화석연료·원자력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 근본적인 과제에 직면한다는 것.

실제 이 같은 장애물과 수도권 데이터센터 규제로 인해 한국 시장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전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근미래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핵심 설비인 데이터센터는 정작 규제 및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유치조차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김 부사장은 “과거 한국은 글로벌 웹서비스의 서버를 운용할 데이터센터 후보지 첫손에 꼽혔지만, 최근 제도적 환경과 재생에너지 확보 방안이 신규 건립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잦아지며 지정학적 강점이 매우 퇴색됐다”며 “반면 지진, 자연재해 등 대규모 투자에 적절치 않았던 일본은 오히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픈AI 등으로부터 올해에만 100조원 규모의 투자 ‘러브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한국 패싱’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를 다시금 되새겨봐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도 개선과 함께 사업 안정성을 보장하는 정책 일관성이 필수적이란 반응”이라고 전했다.

임동아 네이버 대외 ESG정책 총괄이사가 네이버의 친환경 에너지 확보 노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임동아 네이버 대외 ESG정책 총괄이사가 네이버의 친환경 에너지 확보 노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AI 시대, 재생에너지로 ‘삶의 주도권’ 지킨다

임동아 네이버 대외 ESG정책 총괄이사는 “전 세계 플랫폼 경쟁의 근간에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친환경 경쟁이 있다”며 네이버가 탄소중립에 ‘진심’인 이유를 소개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진영에서 생존한 유일한 검색엔진으로서, 향후 AI시대 전환의 선봉에 설 만반의 채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임동아 이사는 “친환경 경쟁에서 밀리면 플랫폼에서도 밀린다. 플랫폼 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은 곧 우리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꼴”이라며 “이에 네이버는 2040년 탄소네거티브를 목표로, 이미 2013년 첫 데이터센터인 춘천센터 건축부터 친환경 건축물 인증인 ‘LEED’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 네이버는 분당 정자동 사옥 ‘그린팩토리’와 제2사옥 ‘1784’에 태양광 설치 및 수력발전 PPA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지열발전 및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이중창호를 적용하는 등 지속가능 에너지 체계를 구현했다. 또, 500년간 팔만대장경을 손상 없이 보존하며 자연 공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해인사 장경판전을 모티프 삼아 냉방기 가동을 최소화한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전방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가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가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 수용성 문제로 PJT 60% 좌초, 주민 참여로 해법 모색

신규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경제성을 극대화한 주민참여·주민주도형 모델이 제시됐다. 주민을 사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수익과 일자리, 지역의 미래를 함께 그리면서 인력과 예산, 보상금 지급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공·지자체 주도 모델 대비 높은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생활권에 더욱 가까워지며 수용성 문제의 심각성도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때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모델의 확산을 통해 RE100 이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주민참여 내지 주민주도형 모델은 사업 이행력을 높이고 RE100 투입 자원을 늘리는 동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총 15번에 걸친 주민동의 절차에 더해 가격 및 계약조건 협상을 거치며 사업 지연과 예상 외의 비용 지출로 혼선을 빚기 일쑤다. 실제 프로젝트의 60%가 수용성 문제로 좌초된다고 루트에너지는 집계했다.

반면 루트에너지가 고안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모델은 지역주민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분배적·절차적·환경적 정의에 따라 주민과의 협력을 극대화할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업개발 초기 단계부터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거버넌스를 확립한 가운데 프로젝트 설치되는 지역에 수익을 분배하고, 인프라를 통해 발생하는 환경적 긍·부정 요인을 균형 있게 설득할 때 사업 좌초율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제주한림해상풍력은 지역주민이 300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해 15% 이상의 이자수익률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 100MW 규모 새만금 태양광 사업도 매년 초과 수익을 바탕으로 상생기금을 조성해 지역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윤태환 대표는 “실제 이를 통한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개발기간은 1/3 수준으로 줄고, 비용도 5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며 “약 380건의 재생에너지 투자상품을 운용한 결과, 한 번 재생에너지를 설치한 지역에선 다시금 신규 프로젝트 유치를 원하는 ‘핌피(PIMPY)’ 현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