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탄소중립 관련 포럼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중국 측 기관과 함께 한 행사임에도 자료집에 중국 연구 자료가 쏙 빠진 것이다. 중국 연구자로선 일주일 전에 자료를 줬는데 왜 포함되지 않았냐며 소소하게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이날 공개된 중국의 전략은 무시무시했다. 중국 측은 “모든 방면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면밀한 기후 예측을 기반으로 탄소중립 전략의 이행력을 극대화한 것이 첫째다. 비록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2060년으로 잡았지만, 이는 2030년으로 예상되는 탄소배출 피크 시기, 인구수와 도시의 역학 등을 고려해 정교히 설계한 모델이다. 그만큼 현실화가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전량 자국 기술로 양성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급까지 이어지며 지난해 기준 1472GW의 거대한 밸류체인을 구성했다. 발전량 기준 2950TWh로 중국 내 전체 전기 사용량의 32% 비중이자, EU 27개국 사용량의 총합을 넘어서는 수치다.

태양광과 풍력만 떼놓고 보더라도 누적 설치용량은 1.21TW에 달한다. 중국의 2030년 보급 목표치를 6년 이상 앞당긴 데다 초과 달성까지 해냈다.

업계 관계자는 “친구들 안심시키고 밤새 공부하는 모범생 같은 느낌”이라며 “아무리 배출량 1위 국가라고 한들 실제 탄소중립 달성은 우리나라를 앞서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취재 현장에선 비슷한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보급 및 산업 통계에서 중국이 제외되기 일쑤고, “중국은 예외”라는 해설이 꼭 따라붙는다. 미중 갈등과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엄숙한 현실이 있다지만, 이미 추월해가는 경쟁국의 성과를 두 눈을 질끈 감고 애써 무시한다는 인상이다.

이 같은 풍토가 과연 우리네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 따른다. 실제로 중국은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며, 간헐성의 허들을 뛰어넘고 있다. 반면 우리네 풍경은 입지, 계통 등 각종 한계를 거론하면서도, 이격거리처럼 스스로를 한정 짓는 우를 범하고 있다.

“중국은 간헐성 자원을 많이 깔수록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의 동력이 생긴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한동안 태양광이 중국을 배불린다며 손가락질 해왔지만, 그 대상이 과연 태양광 하나일지 되묻고 싶다”는 한 연구자의 경고가 섬뜩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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