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기관 협단체 ‘한국그리드포밍 산업협의체’ 발족
인버터 전원에 인공관성 부여로 계통 안정화 기여
협의체, 기술 인증에 필요한 표준 마련 착수
발전사업자·신규 인버터 수요로 시장 창출 기대

4일 열린 한국그리드포밍 산업협의체 발족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면서 발족을 축하하고 있다[사진=전기산업진흥회]
4일 열린 한국그리드포밍 산업협의체 발족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면서 발족을 축하하고 있다[사진=전기산업진흥회]

태양광·풍력 등 주파수·전압 유지가 어려운 인버터 전원이 계통(그리드) 강건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민관이 합심해 ‘그리드포밍(Grid-Forming)’ 기술개발 표준화와 제품 상용화에 착수하면서다.

업계에선 그리드포밍 보급이 전력망 확충의 사회적 비용을 크게 낮추고, 국내 산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기산업진흥회, 전자기술연구원 등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그리드포밍 산업협의체를 발족했다. 전기산업대전 부대행사를 겸한 이번 협의체 발족식에는 그리드포밍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총 18개 산·학·연 기관이 결집했다.

협의체의 우선 과제는 그리드포밍 확산을 위한 신규 시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의 국내 인증 표준안 마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업계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협의체로 운영하는 한편,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총괄주관 책임자인 전자연 함경선 에너지IT융합연구센터장이 “이번 협의체 발족을 통해 디지털 융합에 의한 전력산업 기술혁신의 활성화를 위한 그리드포밍 기술개발 체계 및 협력방안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전기산업진흥회]
총괄주관 책임자인 전자연 함경선 에너지IT융합연구센터장이 “이번 협의체 발족을 통해 디지털 융합에 의한 전력산업 기술혁신의 활성화를 위한 그리드포밍 기술개발 체계 및 협력방안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전기산업진흥회]

이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리드포밍이란 무관성 전원인 인버터 발전원에 인공관성을 부여해 계통 안정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계통 주파수가 떨어지면 관성을 바탕으로 출력을 보완하는 능력이 포밍이다.

그동안 계통의 주파수 및 전압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전체를 통해 기계 동력을 전기 출력으로 변환하는 동기발전기가 필요했다. 터빈을 탑재한 석탄·LNG 등 화석연료발전기가 대표적이다.

반면 태양광, 연료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회전체를 갖추지 못해 스스로 변압과 주파수를 형성할 능력이 없었다.

최근 인버터 전원을 중심으로 분산전원 확대 요구가 늘어나면서 그리드포밍의 상용화는 당장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인버터 전원이 포밍 기능을 수행하도록 기술개발 고도화에 뛰어든 상황이다.

업계는 그리드포밍 기술이 상용화 직전 궤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기술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계통의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은 물론 한국전력 재무부담 경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의 신규 계통망 건설에 앞서, 건설 확충 수요를 일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송변전 설비건설에 2036년까지 56조원 이상, 2050년까지 100조원 이상의 예산 투입을 계획 중이다. 

나아가 기술 상용화 시 그동안 사업성 부족 문제에 시달려 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성도 보완할 수 있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보조서비스 시장 개설에 따라 계통 안정화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협의체는 분산에너지로 성장 중인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성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신규 인버터 시장 창출에도 협의체 운영의 방점이 찍혀 있다. 그간 국내 인버터 시장은 값싼 해외 제품 유입에 설 자리를 잃었지만, 그리드포밍을 통해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설 인버터는 계통을 추종하는 ‘그리드팔로잉’ 수준에 머물렀다. 더욱이 기술력을 추격한 중국산에 역전당해 시장 점유율도 낮아진 상황”이라며 “그리드포밍 인버터라는 차세대 시장은 이를 반전할 절호의 기회로, 이 시장에 걸맞는 제도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체는 그리드포밍 인증 표준안 도출과 함께 기업이 제품화를 위해 참여하는 사업화 분과위원회, 학계 및 연구계가 참여하는 기술개발 분과위원회 등의 활동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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