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IT 투자 플랫폼 루트에너지, 국내 최초 주민참여형 사업 수행
주민수용성 벽에 막힌 풍력 발전, 주민 이익 공유로 해결
20년간 안정적 수익 내는 재생에너지, 투자 가치 높아
“1년 내 발전소 가동 안해도 이익 공유 가능해”
인구 10%가 재생에너지 투자하는 독일처럼 국내서도 550만 명 목표

기후금융플랫폼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앞당겨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면서도 이익 공유를 통해 지역과 주민의 경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덴마크 공대에서 풍력에너지공학을 전공한 재생에너지 전문가로 지난 2013년 루트에너지를 설립했다. 재생에너지 수익 공유 플랫폼과 더불어 기업의 RE100 달성을 위한 전력중개‧자문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기업의 금융과 에너지사업을 분리해 본격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윤 대표를 만나 재생에너지 투자 플랫폼 사업의 구조에 대해 들었다.
▶루트에너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주민 참여 프로젝트를 국내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2018년 6월 산업부에서 RPS 운영지침(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을 개정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다양한 방식의 주민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이 제도를 기반으로 풍력, 태양광 사업에 빗발치는 민원을 해결하고 지역상생과 이익공유를 만들었으며 이를 시행 및 운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사업인 가덕산 풍력 사업을 비롯해 GS영양 풍력, 한림해상풍력, 새만금 태양광 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을 수행했다. 이외에도 전국에서 30개 정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 플랫폼이라는 사업 형태가 독특한데, 사업 모델을 구상하시게 된 계기와 장점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덴마크나 독일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이런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재생에너지 산업을 바라볼 때 외지인들이 지역에 들어와 돈을 벌어간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지역주민들이 플랫폼 형태든 협동조합 형태든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이런 인식을 줄여 나갈 수 있다. 루트에너지는 이를 IT 플랫폼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세계에서도 사례가 많지 않고 국내에서는 루트에너지가 처음 시도한 방식이다. 시장의 리더로서 국내 에너지 전환을 10년 이상 앞당겨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특히 풍력 사업의 경우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주민들이 직접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면 주민수용성 확보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주민수용성은 재생에너지 사업의 첫 허들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많아질수록 결국 민가와 가까워 질 수밖에 없다. 주민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발전소의 경제성이 좋아져도 재생에너지 확산은 불가능하다. 이 문제의식이 플랫폼 구축의 시발점이었다. 덴마크 공대에서 풍력 공학을 공부하면서 얻은 경험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었다.”

▶사업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주민수용성이란 단어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발전소가 들어온다는 구실로 단순히 ‘돈을 달라’라는 투정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주민수용성의 개념을 어떻게 봐야하나.
“갈등이 발생하는 부분은 크게 세가다. 먼저 이익 배분의 문제가 있다. 이 부분만 강조해서 보면 ‘돈을 달라’는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째로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 발전소가 지역에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지역의 자연환경을 파괴한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환경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걱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절차적 문제다. 주민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사업 진행과정에서 두려움이 크다. 개발사들과 주민들의 정보격차가 크고 또 개발사들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은 이 세 가지 문제를 모두 안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환경 변화에 대해 보완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정당하게 투자해 이익을 나눠 받을 권리가 있다. 다만 이 권리를 어떻게 주장할 것이고 어떻게 이익을 배분받을 것인지는 협의가 필요하다. 전문가가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집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 참여 프로젝트의 수익 구조와 이자 정산 방식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 판매 수익을 투자자에게 공유하는 구조다. 발전소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루트에너지가 수익금을 수령해 투자자들에게 투자 비율에 맞춰 이자 형태로 배분한다. 이외에도 고령화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 상생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설치될 때 나오는 재원과 법적 피해보상금을 합쳐 주민들과 사업에 참여하고 이익을 만드는 구조이다. 사업 주체 측에서 주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데 루트에너지가 주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생소한 분야인 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는 것은 꽤나 도전적인 일이다. 대기업만큼 이름값이 있지도 않고, 대자본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루트에너지가 지난 10년간 성공적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투자 플랫폼이 아니라 투자자산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 발전소, 풍력 발전소가 곧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고정가격입찰제도에 따라 발전소가 20년간 안정적으로 전력 판매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제도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발전소는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루트에너지는 이런 투자를 더 대중화 시켜 개인이 소액으로도 재생에너지 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간헐성이라는 약점을 지닌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바람과 햇빛이 충분하지 않으면 이익 공유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바람이 전혀 불지 않고 햇빛이 하나도 들지 않아 일년 365일 중 300일 혹은 일년 내내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더라도 주민들의 수익구조는 깨지지 않는다. 금융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단 지역 주민들이 최우선 채권을 가지고 있도록 설정하면 전력 판매 수익은 주민들에게 먼저 돌아간다. 그 이후 인건비나 운영비, 주주 순으로 수익을 나눠야 한다. 20개 풍력 터빈 중 하나만 돌아도 주민 수익과 세금은 낼 수 있다. 또 자연재해나 예측 불가능한 자연환경으로 영업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수령해 주민들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계약 방식이고 비전문가인 주민들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서 같은 사업 모델을 가진 경쟁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루트에너지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루트에너지는 모든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지역 상생과 주민수용성 레퍼런를 가지고 있다. 육상 태양광, 해상 태양광, 육상 풍력, 해상 풍력 등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전세계에서도 이만큼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회사는 루트에너지가 유일하다. 3~4년 걸려 해결할 주민수용성 문제를 루트에너지는 1년이면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현장에서 증명해 왔다. 또 국내에서 이미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발전소 설비용량 14GW, 투자 규모는 3조원 이상의 사업을 운영 및 설계하고 있다.”
▶루트에너지의 비전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 달라.
“독일의 경우 8000만 인구 중 800만명이 실제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도 10년 안에 5500만 인구 중 10%인 550만명의 시민들이 재생에너지로부터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경제적인 혜택을 얻고 또 에너지 시민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또 주민 투자를 통해 주민수용성을 높이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하는 데도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