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화재예방 기능 충전기에 보조금 지원하기로
보조금 앞세워 충전기에 기능 적용 유도...‘사실상 강제적’
정작 전기차·배터리에 대한 강제·유도 사항 없어
BMS SOC 조정 제안에 전기차사는 ‘미온적’
“전기차·배터리 업계에 먼저 화재예방 규정 마련돼야”

정부가 화재 예방 기능을 갖춘 전기차 충전기에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화재 안전 대응 규정 마련이 없는 상황에서 충전기 업계에만 화재에 대한 책임을 지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환경부는 완속충전시설 사업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완속충전시설 보조사업 보조금 지침 개정 등의 안건을 논의했다. 주요 안건은 화재예방 기능을 추가한 충전기에 대한 보조금 추가 지원, 전력분배형 충전기 보조금 단가 현실화, 전용주차구역 표시 삭제 등이다. 이후 안건에 대한 이견이 없으면 개정안대로 완속충전시설 사업 지침에 적용된다.
우선 환경부는 화재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기능을 충전기에 추가할 경우 제품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에서 화재를 감지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제성이 없는 추가 보조금 지원 개정안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사실상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정안에는 ‘PLC 모뎀’, ‘화재경보기’라는 문구를 명시했다.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기와 전기차 배터리 간 통신을 통해 배터리 과충전을 방지하는 PLC 모뎀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시 불꽃을 감지해 등록된 연락처로 알려주는 화재경보기 등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경우 타당성을 검토해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과충전은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충전 업계는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에 현실적인 화재 안전 대응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전기차 충전 업계에 먼저 규정이 생기는 것은 정부의 과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100%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데 과충전 방지와 화재 감지를 충전기에서 담당하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충전 업계 A 관계자는 “배터리 과충전은 전기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설정으로 충분히 방지가 가능한 일”이라며 “BMS에 대한 규제 없이 완속충전기에 PLC 모뎀 장착이 이행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9일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차 제조기업, 전기차 충전기업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과충전을 막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의 SOC(State of Charge) 규정처럼 BMS에서 설정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제조사 측이 “규정이 만들어지면 따르겠다”며 선제적인 예방 조치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충전 업계 B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 문제로 전기차 화재가 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화재 문제가 과도하게 충전 업계로 몰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환경부가 충전 업계에만 짐을 지우기 보다 산업부(전기차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 소방청 등과 함께 범부처 차원에서 화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날 간담회에는 ▲전력분배형 충전기 보조금 단가 현실화 방안 ▲지자체 의무인 충전구역 표시를 보조금 지원 기준에서 삭제 ▲신축시설 시 건축물 대장 제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 절차 개선 ▲보조금 지원 가능 수량에 대한 개선 및 명확화 등의 안건도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