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중국 상하이서 ‘2025 EP 상하이’ 개막
신형 전력시스템…변전·배전·로봇·수소·ESS 기술 총집결
친트·줄란·유니트리·국둔양자 등 혁신 기술 집중 조명
韓서도 전기연구원, 아이티이 등 참가해 기술력 과시
![18일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EP 국제전력전에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을 안내하고 있다.[사진=차기영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66_571213_1731.jpg)
18일 전시회가 열리는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두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손을 흔들며 관람객을 맞고 복싱을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중국에서 떠오르는 유니트리(宇树科技·Unitree Robotics)의 최신 모델 ‘G1’이다.
또 전통적인 전력 장비의 묵직한 기계음 대신 로봇 모터음과 디지털 플랫폼 화면, 양자 보안 장비들이 내는 소리가 사람들의 말소리와 뒤섞여 행사장을 ‘미래 기술관’이라고 착각하게 했다.
로봇의 환대, 양자 보안장비들의 소리는 올해 EP 상하이 전시회가 내세운 기술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키워드다.
디지털 전력망, 신형 송·배전 솔루션, 로봇·양자기술·에너지저장·수소 솔루션 등 신형 전력시스템을 이루는 거의 모든 솔루션이 이곳에서 현실화되고 있었다.
39회째를 맞은 EP 상하이는 6개 전시장, 7만5000㎡ 규모에 ABB·Siemens·Eaton 등 글로벌 기업과 양자·데이터센터·수소 신생 기업까지 중국과 아시아권 2000여개 브랜드가 총출동했다. 한국에서도 한국전기연구원과 전기안전사고 예방솔루션 전문기업인 아이티이(대표 김인태) 등이 별도 부스를 마련해 한국의 기술을 소개했다. ‘디지털·지능화로 여는 새로운 전력 생태계’를 슬로건으로, 전력 디지털화·자동화·저탄소화 기술의 융합을 한자리에서 보여줬다.
![정태(正泰·Chint) 부스 모습.[사진=차기영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66_571183_4357.jpg)
◆고압·변전·에너지저장…인프라의 ‘뼈대’를 바꾸는 기술들=첫 발을 들인 N1관은 신형 전력시스템의 ‘골격’이 모여 있는 공간이었다. ABB, Siemens 등 글로벌 기업들이 디지털 전력망과 지능형 차단기 등 자신들이 해석한 미래 전력 기술을 앞다퉈 내세웠다. 각기 다른 기술들이 전시돼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미래 전력망이 더 똑똑하고, 더 유연하며, 더 친환경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공통된 방향성이 흐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선을 끈 곳은 중국 전력장비 대표 기업 친트(正泰·Chint)의 부스였다. ▲110kV 프리패브 승압변전소 ▲IGCT-MMC 직류 변환 밸브 ▲750kV 천연에스테르 절연유 변압기 ▲500kV 고효율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시스템의 미래를 실물로 압축해 놓은 듯한 전시 구성이었다.
친트 측에 따르면 110kV 프리패브 변전소는 핵심 모듈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 기간을 크게 줄이고 부지 면적도 절반 가까이 절약할 수 있는 ‘패스트 전력 인프라’ 솔루션이다. 풍력·태양광 단지 확대와 함께 변전소 구축 속도가 경쟁력이 된 최근 흐름을 정면으로 겨냥한 기술이다.
![친트(正泰·Chint)가 전시한 고압 ESS 설비.[사진=차기영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66_571184_4433.jpg)
가장 자신 있게 공개한 기술은 고압 ESS(HV Cascaded ESS)다. 대용량 전력망용 ESS의 차세대 모델로, 변압기 없이 중압(MV) 설비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 덕분에 시스템 효율이 90%를 웃돌고, 발전기처럼 유효·무효전력을 모두 제어하는 ‘4사분면 운전’(발전·부하·보상 기능 수행)도 지원한다.
또 시선을 이끈 장비는 750kV 천연에스테르 절연유 변압기다. 안내판에는 “28일 생분해율 97%, 절연유 1t당 탄소 3.18t 감축”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광유 대신 식물성 절연유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초고압 변압기에서도 저탄소·친환경 소재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친트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복잡도를 감당하려면 변전·직류·저장 세 축이 동시에 고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줄란(JULAN)의 ‘제로카본 파크’로 읽는 배전·저압의 변화=N2관으로 이동하자 분위기가 한층 더 ‘현장에 가까운 기술’로 바뀌었다. Eaton과 Hager 같은 글로벌 배전기업을 비롯해 중·저압 배전반과 개폐장치, 태양광 연계 설비를 만드는 기업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중 줄란 일렉트릭(俊朗电气·JULAN Electric)의 부스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줄란은 중압·저압 스위치기어를 중심으로 배전설비의 안전성과 친환경성, 그리고 장비 자체의 지능화 흐름을 강조하고 있었다. 스위치기어 표면에는 각종 센서와 모니터링 모듈이 붙어 있었고, 내부 절연매체 역시 친환경 가스를 적용해 설비 자체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흔적이 보였다.
![줄란 일렉트릭이 선보인 ‘제로카본 파크 에너지·탄소 관리 시스템’. 산업단지의 부하·발전·탄소배출을 통합 제어하는 구조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차기영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66_571185_4624.jpg)
올해 핵심으로 ‘제로카본 파크 에너지·탄소 관리 시스템’을 집중 소개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산업단지·캠퍼스·상업시설의 실시간 부하 변화와 탄소배출량이 나란히 표시되고, 태양광·풍력·ESS·충전 설비가 어떻게 연동되는지 시각적으로 구현돼 있었다. 줄란이 강조한 구조는 ‘클라우드–엣지–단말’ 기반 3계층 제어다. 하나의 단지가 ‘디지털 전력공장’처럼 작동하는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줄란 관계자는 “클라우드 단에서는 AI가 부하와 발전량을 예측해 최적 운전 모드를 산출한다”며 “줄란은 단순한 기기 제조를 넘어 설비·데이터·탄소 인벤토리를 통합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쌍탄(탄소피크·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줄란 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배전·저압 영역에서도 녹색·디지털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TEMBER는 RMU와 폴탑 차단기를 통해 현장 설치와 유지보수 시간을 크게 줄이는 방식을 강조했고, 덕춘(德春)은 산업용 액체냉각 ESS와 SF₆ 무가스·완전 밀폐형 GIS를 앞세워 저장과 배전을 아우르는 패키지형 솔루션을 제시했다.
![유니트리 부스에서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이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차기영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66_571186_474.jpg)
◆로봇·양자·디지털…‘비전통’ 기술이 전력 중심으로=N3관에 발을 디딘 순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유니트리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A 시리즈 사족보행 로봇, VR 기반 산업용 순찰 로봇, 전신형 휴머노이드까지 다양한 로봇이 연달아 시연을 펼치며 장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휴머노이드 ‘G1’은 복싱 스텝을 밟다가 갑자기 몸을 비틀어 측면 공중회전을 하고, 바닥에 누운 뒤 단숨에 일어나는 ‘낙어반정’ 동작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했고, 관람객에게 손을 흔들거나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시선을 끌었다.
또한 사족보행 로봇이 계단·경사로·40cm 단차 플랫폼을 연속해서 오르내리는 시연을 이어갔다. 일부러 한쪽 다리로 충격을 주거나 발 디딤 각도를 바꿔도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은 변전소, 풍력단지, 석유화학 플랜트 등 복잡한 산업현장을 염두에 둔 설계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로봇의 핵심은 운동제어 알고리즘이다. 계단과 장애물을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고,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도 균형을 유지하는 동작이 모두 제어 기술에서 나온다”라며 “여러 변전소와 에너지 플랜트에서 정기 점검과 위험 구역 접근 작업을 수행 중이며 영하 40℃까지 견디는 내환경 설계도 갖추고 있다. 앞으로도 로봇이 산업현장과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만드는 것이 유니트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국둔양자 부스 모스.[사진=차기영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66_571187_486.jpg)
N3관의 또 다른 중심축은 양자 보안 기술이었다. 국둔양자(国盾量子) 부스는 겉보기에는 일반 네트워크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양자암호통신(QKD) 기반의 보안 기술과 실온 초전도 양자컴퓨팅 제어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앞으로 대규모 전력망 운영 시뮬레이션이나 실시간 계통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국둔양자는 특히 배전망 단말기용 보안 기술을 강조했는데 양자컴퓨터의 해독 시도에도 견디는 후양자암호(PQC) 알고리즘을 통신 모듈에 직접 내장한 형태다. 이 기술은 변압기 단말, 스마트 차단기, 전기차 충전기, 분산전원 인버터 등 배전망 최말단 설비 사이의 통신 보안을 강화하는 용도로, 배전 구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보안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Foxconn은 10kV 분산형 ESS와 올인원(All-in-One) 배터리 캐비닛을 실물 크기로 전시해 모듈 구조를 공개했고, PowerKeeper는 ‘파라데이(Faraday)’ 에너지 관리 플랫폼을 통해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전력시장 연계·수요반응(DR)·가상발전소(VPP)를 한 화면에서 구현했다.
로봇, 양자, 디지털 플랫폼이 한 공간에 모이자 ‘전력전시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기술 스펙트럼이 확장됐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전통적인 전력 설비 중심이던 산업이 로봇·AI·양자·데이터까지 품으며 신형 전력시스템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18일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EP 국제전력전 현장.[사진=차기영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66_571188_4928.jpg)
◆태양광·풍력·수소·…청정에너지 확장이 전력 혁신으로=N4·N5관은 태양광, 수소 등 청정에너지 기술이 전력의 외연을 확장하면서도, 전력망 혁신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선전에너지(Shenzhen Energy)는 내몽골·상하이먀오·쿠얼러 등지의 수전해 기반 수소 프로젝트와 풍광·수소·그린암모니아 통합 프로젝트를 지도 한 장에 모아 전시했다. 발전–수전해–저장–활용으로 이어지는 수소 밸류체인이 전력기업의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국가에너지그룹 난징전력시험연구소도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충전–활용 전 주기 실증을 소개했고, 장쑤성 수소·암모니아 안전 연구센터의 관련 연구도 함께 전시했다.
ESS와 충전 인프라 부문에서는 대형 액체냉각 ESS 캐비닛과 이동식 전원차, 올인원 수소충전소 모형 등이 전시되며 저장–분산–충전 기술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시 입구로 돌아가는 길, 유니트리 G1이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또 한 번 등장했다. 스크린에는 춘절 공연에서 G1이 선보였던 퍼포먼스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전시 참여업체 관계자는 "로봇이 설비를 대신 보고·듣고·움직이고, 양자·암호 기술이 전력망 통신을 지키고, 수소·저장·데이터센터가 전력 시스템의 외연을 확장하며, 디지털 플랫폼이 발전–송전–변전–배전–수용가를 하나의 화면에서 조율하는 미래 그림이 이곳 상하이에서 보여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하이 전시장의 하루를 채운 장면들은 신형 전력시스템이 이론 속의 개념이 아니라 이미 산업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 기술 임을 확인시켰다.
![2025 EP상하이 산업시찰단은 중국전력기업연합회가 전기신문 임원단, 전기조합, 전기공사협회 안전기술원 등 3개 기관의 환영 플래카드를 직접 제작해 제공할 정도로 환대를 받았다.[사진=차기영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11/361966_571212_12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