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라이튼·인텔렉투스, Edge AI 기반 태양광 스마트 운영 시스템 공동개발
현장 기반 실시간 관제로 반응성 ↑...영상 기반 화재·적설 실시간 탐지
기존 RTU에 영상처리 기능 탑재해 범용성 높여
발전왕 플랫폼 연동으로 확산 기대...내년 초 상용화

앳자 AI 기반의 태양광 관제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강대호 엔라이튼 CTO. [사진=김진후 기자]
앳자 AI 기반의 태양광 관제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강대호 엔라이튼 CTO. [사진=김진후 기자]

태양광 발전소가 AI기술과 만나 관제와 운영 측면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국적으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17만곳을 넘어섰고, 발전용량 역시 27GW에 달한다. 이는 원전 설비용량(26GW)을 뛰어넘는 수치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함께 이에 걸맞은 운영·안전 시스템의 혁신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설비 이상 탐지와 안전 관리에 대한 기술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기후테크기업 엔라이튼은 인텔렉투스와 함께 ‘Edge(엣지) AI 기반 태양광 스마트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과제로 시작한 이번 사업은 CCTV 영상 데이터를 발전소 현장에서 AI가 직접 분석해 화재나 적설, 음영 등 이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목표다. 해당 기술은 인텔렉투스의 저전력 엣지 디바이스와 엔라이튼의 발전소 운영 데이터 플랫폼을 융합한 형태로, 영상 인지부터 판단, 제어까지 하나의 장비에서 수행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태양광 관제 시스템은 ‘보고 판단하는 일’이 멀리 떨어진 관제실에서 이뤄졌다. 발전소에서 촬영된 영상이나 설비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된 뒤 원격 관제 시스템에서 처리됐다. 영상은 서버로, 판단은 인간에게 의존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데이터 전송 비용과 탄소배출이 크고, 실시간 반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방식은 연산 성능 확보를 위해 고성능 서버 자원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발전소 관제 자체가 오히려 높은 탄소 소비 구조를 가지는 역설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엔라이튼이 제안한 새로운 관제 시스템은 이 구조를 뒤집었다. 엣지 AI 도입을 통해 발전소 현장이 ‘보는 눈’과 ‘판단하는 두뇌’를 직접 담당하는 방식이다. AI가 영상에서 설비의 각종 이상을 스스로 인지 및 분석하고, 이상을 발견하면 즉시 카카오톡과 앱 푸시 형태로 경보를 내린다. 필요 시 인버터를 자동 차단해 사고까지 예방한다. 여기에 더해 발전량 추론 데이터를 바탕으로 손실을 최소화한 최적 운영을 유도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관제의 자립화’가 시작된 것이다.

시스템은 오는 8월 공인시험을 앞두고 있으며, 전국 2만8000개 발전소가 등록된 엔라이튼의 ‘발전왕’ 플랫폼과 연계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영상 기반 이상 감지 외에도 발전량 분석, 인버터 알림 등 통합 제공이 가능하다. 발전왕의 풍부한 인프라와 연계하면서 영상 데이터 확보와 실증도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개발 총책임자인 강대호 엔라이튼 CTO(기술이사)를 만나 엣지 AI 기반 관제 시스템의 강점에 대해 들어봤다.

엔라이튼은 자사의 발전왕 플랫폼 서비스를 영상 기반 AI를 통해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다. [제공=엔라이튼]
엔라이튼은 자사의 발전왕 플랫폼 서비스를 영상 기반 AI를 통해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다. [제공=엔라이튼]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판단도 현장에서

이번 사업은 태양광 발전소의 설비 안전에 대한 실질적 요구에서 비롯됐다.

강대호 CTO는 “CCTV를 단순 녹화 용도로 쓰기보다는, 실제로 그 화면에서 무언가를 ‘읽는’ 기능이 필요했다”며 “화재, 적설, 음영 등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시각적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대응하는 체계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엣지 AI 기술은 영상 데이터를 클라우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분석한다. 예컨대 CCTV 화면에서 연기나 색상 변화가 감지되면, 이를 학습한 AI가 즉시 이상으로 판단하고 발전소 관리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식이다. 

이때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의 탄소저감도 이뤄진다. 기존 대비 90% 이상의 데이터 전송량 절감이 가능하고, 반응 속도도 1초 이내로 줄어든다. 전통적인 클라우드 방식이 고성능 서버를 요구하는 반면, 엣지 디바이스는 일반 서버의 10분의 1 이하 에너지인 소비전력 40W 수준으로 작동한다. 데이터의 이동을 줄인 만큼 보안성과 시스템 안정성도 향상되는 부수 효과가 있다.

디바이스 자체도 기존 원격 단말장치(RTU) 기반에 영상 처리 기능을 추가한 형태로 구성된다.

강 CTO는 “RTU가 수치 데이터를 다뤘다면, 여기에 영상까지 통합한 게 이번 제품의 차별점이다. 사람이 CCTV를 계속 보는 방식으로는 발전소 수천 개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기기 하나로 실시간 영상 감지부터 알람, 인버터 제어까지 가능해 현장의 피로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재 막고 출력 유지”…운영 효율, AI로 높인다

AI 영상 분석 기술은 단순한 탐지 기능을 넘어, 발전소 운영 효율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강 CTO의 판단이다.

강 CTO는 “평상시 발전소는 연간 15% 내외의 이용률을 유지하지만, 고장 탐지와 이상 대응이 빨라지면 5~10%p 개선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수치는 발전소 운영자 입장에선 상당한 경제적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이상 상황에 대한 실시간 자동 대응 기능이 출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스템은 엔라이튼의 ‘발전왕’ 플랫폼과 연동해 확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발전왕은 2만8000개 이상 발전소가 등록된 국내 최대 수준의 재생에너지 운영 플랫폼으로, 알람 기능과 실적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엣지 AI 시스템이 여기에 탑재되면 기존 설비에 큰 투자 없이 영상기반 고도화 기능을 덧붙일 수 있게 된다. 화재 등 이상 상황 발생 시, 카카오톡 알림이나 앱 푸시 알림으로 즉시 상황을 전달하고, 인버터 출력을 자동 차단하는 기능까지 연동된다.

강 CTO는 “특정 조건에서 AI가 자동으로 인버터 출력을 차단하도록 할 수 있다”며 “5분 후 다시 복구하면 발전량 손실은 극히 적고, 화재나 이상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 높은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일부 시뮬레이션에서는 실시간 대응을 통해 출력제어로 인한 손실을 줄인 사례도 있다. 더불어, 눈이나 음영에 따른 발전 효율 저하 상황도 영상으로 파악해 발전소 운영자가 대응 판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엣지 AI의 도입은 유지보수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 MW급 대형 태양광의 경우, 단순 CCTV 모니터링만으로도 수억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엣지 시스템은 소형 디바이스 하나로 실시간 경보, 영상 해석, 자동 대응까지 모두 포함해 훨씬 경제적인 해결책이라는 설명이다. 

강대호 엔라이튼 CTO가 발전왕 RTU 제품의 고도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강대호 엔라이튼 CTO가 발전왕 RTU 제품의 고도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현장 표준 향해 영역 넓혀갈 것”

새로운 시스템은 내년 초 ‘발전왕 모니터링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현재 90kW 이상 태양광 설비에는 감시제어 시스템 설치가 의무화돼 있으며, 영상 기반 감시기능이 포함된 설비가 현장에 다수 도입되고 있다. 특히 일부 사업장에서는 CCTV가 안전기준의 일환으로 설치돼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고도화 관제 시스템 적용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영상 기반 설비가 구축된 현장이 많은 만큼, 기존 설비에 엣지 시스템을 ‘애드온’ 형태로 적용하는 방식은 기술 도입의 문턱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신규 시스템은 향후 분산에너지 관리시스템(EMS)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계통 내에 분포한 중소형 발전소에 적합해, 관제 고도화 기술의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강 CTO는 “태양광 기반 EMS, 수요관리형 EMS, ESS 충방전형 EMS 등 다양한 모델에 엣지 컴포넌트를 붙이면, 영상 기반 감시 기능이 가능해지고, 운영의 효율성은 물론 예지보전 기능까지 확장된다”고 강조한다.

시스템은 오는 8월 공인시험을 앞두고 발돋움을 준비 중이다. 90% 이상의 화재·강설 이벤트 감지 정확도와 데이터 전송량 90% 절감 등 성능 지표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엣지 AI는 향후 에너지관리시스템(EMS)으로 영역을 넓힐 잠재력을 갖고 있다. 태양광 중심형(Type 1), 수요관리형(Type 2), ESS 기반 충방전형(Type 3) 등으로 구분되는 EMS에 엣지 컴포넌트를 탑재함으로써 영상기반 관제와 예지보전 기능을 통합하는 고도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번 엣지 AI 기반 관제 시스템을 발전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통용되는 ‘디펙토 스탠다드(de facto standard)’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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