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특별법・전문기관 설립 시 초기 시장 지연 불가피
업계선 “글로벌 기업과 경쟁 가능한 한전이 공백 메워야”
한해풍도 빠른 의사결정 위해 지분구조 변경도 고민 필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사진=한국해상풍력)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사진=한국해상풍력)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과 전문 기관 설립 등으로 인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시적 시장 공백을 공공 기관을 중심으로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공기업 중 유일하게 해상풍력 전담 조직을 갖춘 한전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 2020년 공기업 중 최초로 해상풍력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남·전북도의 요청을 받아 총 2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사업비만 약 15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한전은 기존에 보유한 신재생 부서 체계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 독립적인 전담 부서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 한전은 국내 해상풍력 개발사 중 자본금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역량에서 글로벌 메이저 개발사와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앞으로 해상풍력 특별법 제정과 해상풍력 전문 기관 설립 논의 등으로 인해 예상되는 일시적인 시장 공백을 공공기관, 특히 한전이 사명감을 갖고 메우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해상풍력 특별법이 공표되면 추가 풍황계측기 설치허가가 금지되며, 3년의 유예기간 이후부터는 예비지구 및 발전지구가 아닌 지역에서의 발전사업허가 또한 금지된다. 이에 예비지구와 발전지구가 지정되는 과정에서 사업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최근 국내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해상풍력 전문 공공기관 설립 또한 논의부터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기능을 하기까진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 기업에서는 불확실한 수익성, 비용적인 진입장벽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중소 개발사는 물론 대기업조차 해상풍력 시장 투자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과 공기업의 역할은 해상풍력 초기시장을 안착시킬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32GW 규모 해상풍력 사업 중 공공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프로젝트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특히 해외 개발사들이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66%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 구조는 에너지 안보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공공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발전원가를 낮추고, 과도한 이익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종화 한국풍력에너지학회 발전 전략위원장은 “한전이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공기업으로서 과도한 수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적정 수익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내 공급망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항만 개발과 선박 발주 등 높은 경제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전과 공기업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단 한전과 발전 공기업들이 함께 출자해 설립한 한국해상풍력의 경우 지분 구조가 모두 고르게 분산돼 있어 빠른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과 사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 기관이 주도적으로 책임과 권한을 갖도록 지분 구조를 설정할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에 대한 개선도 요구된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대부분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추진되며 공공의 SPC 지분 출자를 위해선 예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평균 2년 이상 소요돼 빠른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예타 신청 시점을 고정가격계약 이후로 조정해 SPC 설립과 인허가, PF 준비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속도감 있는 해상풍력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관계자는 “프랑스 해상풍력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1~2GW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야 자격이 주어지는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선 최소한의 국내 실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전이 현재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후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해외에 진출하게 되면 국내 기자재를 사용하면서 공급망 시장을 육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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