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발전공기업 현안·신성장동력’ 전력포럼
분산특구 활용·계통안정화 서비스 주력 제안
재생E 확대 전념 vs 석탄설비·밸류체인 보존
자율성·독립성 확보도 과제…평가지표 개선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48차 전력포럼이 16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세영 기자]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48차 전력포럼이 16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세영 기자]

화력발전 중심의 발전공기업 체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력산업 전반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전력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분산특구를 활용하거나 계통안정화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 각양각색의 제언이 쏟아졌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16일 ‘발전공기업의 현안과 신성장동력 탐색’을 주제로 열린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48차 전력포럼에서 “발전공기업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분산에너지 사업모델 도입이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시 59%를 차지했던 5개 발전공기업의 전력 거래량은 지난해 34%로 내려앉은 상태다. 5개 발전공기업 가운데 발전소 가동률이 50%를 넘은 곳은 지난해 한 곳도 없었다. 이는 경영 위기와 투자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 박사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발전 5사의 발전량이 줄고 있는데, 전력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분산특구 모델을 활용하면 발전공기업의 선택지가 지금보다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설비 기반의 전력산업 특성상 현시점에서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용 가천대 교수는 발전공기업이 계통안정화에 주력하는 사업자로 일찌감치 포지셔닝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전력당국이 보조서비스 시장 등을 개설한다고 밝혔는데, 발전사가 개설 시점에 맞춰 유연성 솔루션을 갖춘다면 민간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가 주장한 것은 ‘통합발전소(VPP)’다. 그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한계에 봉착한 해외의 화력발전 유틸리티는 재생에너지 자산을 한데 묶어 보조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RWE와 이탈리아의 ENEL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발전자원과 수요자원을 통합하되 덩치를 키우고 지역 거점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2030년대 전력산업의 주력 발전원은 재생에너지’라고 주장한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는 “발전공기업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역량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발전공기업 중 다수는 풍력발전 사업 부서를 갖췄지만,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에 충분한 규모라고 보긴 어렵다”며 “높은 역량을 기대하기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최승신 C2S 대표는 “자신의 주력 사업모델을 포기하는 발전공기업과 지자체가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며 “기존 모델을 사수하면서 해외수출과 신성장사업을 추진하는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EU 집행위원회의 보고서를 예시로 “유럽의 탈석탄은 기존 설비와 밸류체인을 제거하지 않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발전공기업의 자율성, 독립성 확보도 과제로 거론됐다. 조영상 연세대 교수는 매년 발전공기업이 받는 경영평가를 예로 들며 “발전사마다 전원믹스, 중장기 비전 등이 각자 다른데, 동일한 사업과 획일적인 계량지표로 평가받는다”며 “미래지향적인 평가지표가 없어 수소나 해상풍력의 경우 동기 부여가 안 되고 차별화 포인트가 없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택동 한수원 실장은 석탄발전의 소형모듈원전(SMR)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은 폐쇄된 석탄발전소 부지를 SMR로 전환하는 타당성조사를 마쳤다”며 “민간 부문도 석탄 부지를 활용한 SMR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은 원전의 설계·건설 때 탄력운전 기능을 갖춰 계통유연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