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2024년에 공표된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13.9만 개의 사업체에 19.1만 명이 종사하고, 39.8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2년 대비 4.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겉보기에는 굳건한 산업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에 따라 발전량 증가로 건설 부문과 공급(발전) 부문 매출은 각각 26.6%, 13.0% 증가한 반면, 제조업 부문 매출은 2022년 15.97조 원에서 2023년 13.80조 원으로 13.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생에너지 제조의 핵심 분야인 태양전지 모듈 제조업은 내수, 수출, 해외공장 매출이 모두 줄어들면서, 2022년 6.08조 원이던 매출이 2023년에는 4.12조 원으로 32.3% 급감했다. 반면 풍력 발전용 구조재 제조업 매출은 2.19조 원에서 2.50조 원으로 13.8% 증가했지만, 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해외공장 매출 증가(1961억 원)에 기인한 것으로, 핵심 기자재인 풍력 터빈이나 나셀은 여전히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다소 더디긴 하지만, 꾸준히 보급량은 늘어왔고 RPS 의무공급비율 확대나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시장 개설 등 다양한 정책 수단도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산업, 특히 태양광과 풍력 제조업의 매출이 크게 줄고 국내 제조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치열한 가격 경쟁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태양광 제조업은 한때 폴리실리콘부터 모듈까지 전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었지만, 현재는 셀과 모듈 생산만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웨이퍼 등 핵심 소재 시장에서 중국이 세계 점유율의 95%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내 웨이퍼·잉곳 기업들은 잇따라 무너졌고, 2022년 마지막 남은 웨이퍼 업체의 폐업과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는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태양광 사업에 적극적인 한화큐셀조차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미국 중심의 제조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풍력 산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이 터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덴마크·독일·중국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우리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며, 이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태양광 발전은 77.2GW, 풍력 발전은 40.7GW까지 확대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29.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기준 태양광 누적 설비용량이 28.0GW, 풍력은 2.2GW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5년 동안 태양광은 약 2.7배, 풍력은 18배 이상 확대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원자력이나 화석연료 발전보다 비싸다. 설비 가격이 많이 하락한 태양광과 육상풍력조차도 보조금(REC 정산금) 없이는 경제성 확보가 어렵고, 앞으로 대규모 확대가 예상되는 해상풍력은 현재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의 3배 수준의 단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높은 발전 비용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들어가는 설비 대부분이 해외 제품이라면 청정에너지 사용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이 모두 해외 기업의 수입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국내 산업 발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제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자원안보 특별법이나 공급망 안정화법과 연계한 국내 생산거점 마련 등 공급망 안정화 조치를 추진하고, 정책 금융을 통한 투자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을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탠덤 전지와 같은 첨단 태양광 패널, 부유식 해상풍력,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이 기술들이 검증을 거쳐 실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력 구매가 보장된 실증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재정사업으로 추진되는 실증사업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고도화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프로필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한양인터칼리지 학장 ▲신‧재생에너지센터 운영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전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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