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상한선 확인…더 올리면 기업이탈 심화 전망
한전 부채 200조 해소 위해 요금 인상해야…주택·일반용 집중될듯

재무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추가로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탈한전 현상이 심화되며 한전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사진=챗GPT 4o 생성]
재무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추가로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탈한전 현상이 심화되며 한전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사진=챗GPT 4o 생성]

정부가 지난 4분기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이미 연료비가 과거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더 저렴한 전력을 구매하는 탈한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SK어드밴스드가 최근 전기사업법상 계약전력 3kVA 이상 구매자가 체결 가능한 전력직접구매를 시행하겠다고 신고한 것을 시작으로 업계 곳곳에서 ‘탈한전’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더 저렴한 전력 조달 방식을 시도하겠냐’는 질문에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직접구매를 비롯해 자가발전 등 새로운 전력도입 방식을 시도할 의향이 있다는 제조기업이 응답자의 40%에 달했다.

한전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산업계의 탈한전 현상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망 이용요금 체계 개선 ▲직접구매제에 따른 형평성 문제 해결 ▲신규 전력사업자 요금 규제 정비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 ▲공익 서비스 비용의 합리적 분담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기사 4면.

그러나 누적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한전의 경영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인 상황에서 한전의 딜레마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 기업의 탈한전 현상을 두고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의 상한치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kWh당 182원 정도를 받고 있는 산업용 요금이 여기서 조금 더 인상되면 직접구매와 자가발전 등 다양한 경로로 탈한전을 선언하는 기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한전의 부담이 커지지만, 반대로 한전의 재무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는 평가다.

한전이 최근 밝힌 지난해 잠정실적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3조1749억원(별도기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전의 실적 개선 요인 중 5조3000억원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였다. 전체 실적개선 규모 가운데 55%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거둔 효과라는 얘기다. 전기요금 인상이 없었다면 또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은 하되 산업용 외에 주택·일반용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될 가능성이 업계 일각에서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탈한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산업용 부담을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 주택·일반용 요금은 손대지 않고 산업용 요금만 올리면서, 인상 폭이 커진 탓도 있는 만큼 한전 재무개선을 위해 주택·일반용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제공하느라 한전이 적자를 쌓는 상황에서는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을 누린 산업계가 이제는 한전 시장을 이탈하며, 주택·일반용 요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연히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려는 것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산업계의 탈한전 현상은 그동안 한전이 대신 진 빚을 이제 갚아야 하는 기업들이 주택·일반용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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