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일몰 및 입찰제 전환을 법제화하고 나서며 재생에너지 업계는 혼란의 3월을 맞이해야 했다. 이를 다룬 기사들도 ‘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 폐지’라는 부정확한 보도를 쏟으며, “태양광은 계통 혼란 요소일 뿐”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굳혀나갔다.

RPS의 단계적 전환은 언젠가 겪어내야 할 파고였지만 진실은 해당 법안의 통과 여부부터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물시장 폐지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RE100 시장 수요를 위한 다양한 REC를 유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REC 거래제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식의 보도가 반복된다.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현물시장을 중심으로 REC를 운영하지만, 해외에선 자발적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의 REC, 국제 민간 규격인 I-REC, 영국의 REGO 등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현물시장만을 문제 삼아 폐지론을 내세우는 건 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단편적 이해에 불과하다.

REC 시장이 ‘소규모 태양광만을 위한 구조’라는 주장도 과장된 표현이다. 소규모 태양광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 발전사도 REC 거래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태양광뿐 아니라 풍력, 연료전지 등도 REC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으며, 정책 변화에 따라 REC 가중치가 조정되면서 특정 에너지원이 우대받기도 한다. REC 거래 구조가 특정 계층에게만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은 정책 변화를 간과한 해석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RPS 개편은 필요하지만, ‘폐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발적 시장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RPS 목표치를 점진적으로 조정하면 될 일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은 REC 현물거래, PPA, 입찰제 등 다양한 방식을 혼용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해야만 한다. 정부와 업계, 언론이 시장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개입으로 혼란을 키울 이유가 없다. 소규모 태양광의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입찰제의 연착륙은 중요하다. 인위적으로 시장을 흔들기보다,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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