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업자 진입구조 불투명...입찰제 전환에 위기감 고조
전태협 “공공 역할 해체”, 대태협 “입찰제도 결국 세금 부담” 반발
정부 “시장 계획성 위한 전환” 강조...“소규모 시장 확실히 챙길 것”
![[전기신문 재정리]](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504/353398_559862_469.jpg)
정부가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일몰과 입찰제도 전환 방침에 대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업자 단체들은 ‘소규모 전용 시장이 실질적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사실상 진입 문턱을 높이고 소용량 사업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책 당국은 단계적 연착륙과 별도 입찰 경로 마련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고시와 실행 로드맵이 마련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제도 전환을 둘러싸고 당분간 긴장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태양광발전협회(전태협)와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대태협)는 현행 RPS 제도가 폐지되면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안전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입찰제가 가격경쟁 위주로 흐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저가 낙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경우 중소 사업자는 원가조차 감당하지 못해 사실상 시장 진입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 모아진다.
공기업의 역할이 REC를 구매하는 공급의무에서 직접 발전사업을 수행하는 보급의무로 전환된다지만, 결국 입찰시장이 가격경쟁 위주로 흘러 대규모 발전사업이 가능한 대기업 중심의 구조가 굳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나아가 그 여파가 제조·시공 등 산업 전반의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전태협 측은 입찰제 전환이 단순한 절차 개선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균형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숙 전태협 사무총장은 “발전공기업 중심의 기존 RPS 체계는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보호한 공공의 안전장치”라며 “반면 입찰제도 전환은 국내 부품 사용 유도, 공기업의 안정적 수요 확보 등 공공적 기능을 해체해, 재생에너지 공급을 민간 자본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태협도 ‘태양광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허상이라며, 입찰제로 인한 보급의무 역시 세수로 지탱되는 제도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강훈 대태협 정책자문위원은 “입찰제로 전환되더라도 낙찰된 물량을 공기업이 의무 구매하고, 그 비용을 전기요금 등 세수로 회수하는 구조라면 “결국 국민 부담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RPS든 입찰제든 핵심은 제도의 공정성과 참여 기회인데, 지금처럼 대규모 중심 설계가 고착되면 오히려 부담만 정당화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업계 비판에 대해 정부 당국은 제도 전환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2026년 이후 도입시점까지 추가 설계가 있을 것이라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행 제도가 보급 목표는 달성한다지만 직접투자 유인은 떨어지게 한다는 문제의식을 정부는 갖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RPS는 설계상 공급의무자가 자발적으로 발전소를 건설하기보다, 외부에서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편중돼왔다”며 “그 결과 REC 수급 불균형과 현물시장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기업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발전원별 보급 물량을 정량적으로 설계하고 이행할 수 있는 구조 전환 방식으로써 입찰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에너지원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공급의무자가 해당 물량을 직접 확보하도록 하는 방식이 시장 계획성과 비용 효율성을 모두 높인다는 설명이다.
정책당국은 특히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보호책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단 관계자는 “일정 용량 이하의 소규모 전용 입찰 시장을 구성하거나, 발전량이 아닌 설치 용량 중심으로 접근하거나, 가격 우선권 부여 등의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정부가 공언한 ‘소규모 별도 입찰시장’이 어떻게 설계되느냐다. 이렇게 마련된 제도에 실제 사업자의 참여율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이 가능한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업계는 전환 이후 발생할 중장기적 시장 왜곡 가능성을 고려해 소규모 시장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기술혁신 수용력과 금융시장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강훈 위원은 “입찰제는 정해진 조건 아래 물량을 확보하는 구조로, 새로운 고효율 모듈이나 분산형 기술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면 시장 진입 자체가 제한된다”며 “이는 결국 기술 확산을 지연시키고, 국내 산업의 대응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숙 총장 역시 “낙찰 여부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리는 구조에서는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소극적일 수 있다. 신용도가 낮거나 소규모 사업자는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