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혁신 BM 각축전...울산·제주·전남 등 속속 참전
공모 방식·면적 제한 등 방향성 새로 제시 눈길
지자체 "망 이용료 등 인센티브 개선 노력 이어져야"

오는 3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하 분산특구) 지정 공모가 시작됨에 따라 지정 과정과 변화된 세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특구 지정·운영 지침을 발표하며 방향성을 제시한 가운데 지자체와 민간사업자들은 이에 기반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분산특구 운영지침, 핵심 변화는?

물밑에서 이뤄지는 변화의 맥을 짚기 위해선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6일 행정예고한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의 지정·운영 등에 관한 지침(안)’을 살펴봐야 한다.

제도운영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이번 지침은 우선 특구 유형을 ▲전력수요 유치형 ▲공급자원 유치형 ▲신산업 활성화형으로 구분했다.

수요유치형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전력 사용자를 유치해 지역 내 전력수요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기존 발전원이 풍부한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등이 후보로 예상된다.

공급자원 유치형은 재생에너지, LNG,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지역 내 자원 공급을 강화하는 모델이다. 신산업 활성화형의 경우 V2G(전기차-전력망 연계),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첨단 에너지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또 지침에서는 전력수요형과 공급자원형 특구의 지정 면적을 각각 6600만㎡(약 2000만평)로 제한했다. 이는 대규모 산업단지나 에너지 자립형 산단 등과 같은 특화지역의 지정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지역 내 자원과 수요를 균형 있게 분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침은 이 밖에 특화지역의 설비 영향 검토, 계획 수립, 규제특례 검토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또 평가 주체를 산업부 에너지위원회로 격상시켜 심사 절차의 신뢰성을 높였다.

지난 고시에서 일보 전진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 후속 법안 논의 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부분은 책임공급비율 규정의 변화다. 초기 고시에서는 지역 분산형 전력망 활성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취지로 책임공급비율을 설정했다. 부족분을 REC(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나 벌금으로 대체하도록 규정하는 페널티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활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특히 호남지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도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기반 전원이 대부분이어서 PPA(전력구매계약)나 지역 내 직접 거래가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 1월 6일 수정 고시를 통해 해당 규정을 완화했다.

 

◆ 에너지 모델 ‘차별화’ 레이스 시작됐지만...

오는 6월 첫 특구 지정이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사업자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지역 특성과 에너지 수요를 반영한 모델 제안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지역 특성에 맞는 혁신 모델이다.

울산광역시는 열병합발전을 중심으로 LNG 냉열과 데이터센터 유치를 결합한 복합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기차와 전력망을 연계한 V2G(Vehicle-to-Grid) 모델을 구상 중으로, 렌터카 업체를 대상으로 차량-전력망 연계 할인 프로모션 등의 아이디어도 제안됐다. 전라남도는 광양시를 중심으로 LNG 발전소 기반의 에너지 자립 산단형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들은 지자체별 차별화를 꾀하며 특구 지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과열된 공모 경쟁과 제한된 경제적 인센티브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공=이미지투데이]
[제공=이미지투데이]

 

특구 지정 논의 초기에는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종의 공모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지자체 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

첫 지정 여부가 지자체의 정책 성과를 판가름할 수 있는 만큼, 각 지역은 치열한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과열된 경쟁이 특구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 지역 관계자는 “특구로 지정되지 못하면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평가받을 수 있어 큰 부담”이라며 “지자체들은 지정 여부가 이후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첫 지정 공모에 신청하려 한다”고 말했다.

분산특구 지정 이후에도 지자체와 기업이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 있다.

B 지역 관계자는 “특구 내 전기요금이 한전 요금보다 저렴해야만 특구 사업모델의 경제성이 확보되는 구조인데, 현재로선 기존 요금 체계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타개할 분수령 중 하나는 망 이용료 면제와 같은 혜택이 거론되지만, 단기간 내 개선은 요원하다. 특구 내 직접전력거래가 주요 혜택 중 하나로 꼽히지만, 기업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C 지역 관계자는 “아직 편익이나 정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전력 요금을 낮추는 방안도 지자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최소한 특구 정착 기간 동안 연착륙을 위한 혜택은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송전망 부담 완화를 분산특구의 주요 편익으로 삼아 이를 통해 지역 전력망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망 이용료와 관련된 정책 논의는 현재 한전과의 연구 용역을 통해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연휴 이후 망 이용료 관련 세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고, 이에 따라 각 특구의 사업성 개선 여부도 판가름 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분산자원 중 하나인 재생에너지를 특구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치나, 면적 제한으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 강화를 토로하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 전남의 경우 재생에너지는 풍부하지만 대부분 RPS 시장에 연계된 물량이 많아 직접전력거래에 활용할 여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지역은 면적제한 규정으로 인해 발전원과 수요지 간의 지리적 공백이 사업 설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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