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후 송전망 교체, AI 데이터센터 건설 시급 등 호재 많아
제조업 취약해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집권 2기를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공약들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국내 각 산업계도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가운데 국내 전력인프라 업계 만큼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식과 바로 이어진 행정명령에서 미국 우선주의 강화를 표방하고 경제회복과 보호무역 의지를 역설했으나 미국은 전력인프라 분야에서 만큼은 글로벌 공급망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의 공약에 따라 기존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원전이나 석탄화력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생산한 전기를 수송할 송배전망이 노후화돼 교체작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KOTRA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송전선의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됐으며, 대형 변압기의 평균 연령은 40년을 넘어,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청정에너지 확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처럼, 미국 내 전력망 인프라 노후화와 용량 부족 상황은 각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수요 지역으로의 효과적 전달을 방해하고, 지역 간 전력 불균형과 전력 계통의 안정성 문제를 심화시켜 미국의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처럼 전력망 개선이 시급하지만 필요한 자재를 생산할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미국의 황금시대’를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의 출발에 맞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약 720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AI 기업인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 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서면서 막대한 양의 전력공급이 필요한 상황도 국내 전력인프라 업계에는 호재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20일 비상권한을 통해 미국 내 AI 공장 설립과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쉽게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공급자 중심의 전력인프라 기자재에 고관세가 부과될 경우 그 비용이 고스란히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어 미국 입장에서는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국내 중전 대기업 CEO는 최근 기자와 만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 컨설팅기업으로부터 컨설팅도 받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스터디를 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국내 전력인프라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