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평균 탄소 배출량 상한 강화…업계 막대한 벌금 우려↑
“전기차 판매 저조…EU 집행위 규제 완화 택할 가능성 높아”
국내 배터리 업계 예의주시…규제 완화 시 타격 불가피 전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수송 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규제인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완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달 중 자동차 업계 및 이해관계자와 함께 ‘EU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EU 집행위는 관련 업계와 ▲자율주행 기술 ▲탈탄소화 ▲규제 간소화 ▲재정지원 등을 주제로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유럽 자동차 업계는 이번 간담회 논의 의제로 규제 단순화가 제시된 만큼 EU가 올해부터 신차의 평균 탄소 배출량 상한을 ㎞당 95g에서 93.6g으로 강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새로 등록된 차량의 평균 탄소 배출량이 당해 연도의 연간 배출량 목표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9년까지 탄소 배출량 상한이 강화되며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g당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약 150억유로(약 22조5769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자동차 업계와의 간담회 이후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최승신 C2S 대표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요 약세와 중국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기차 판매 유도를 위한 규제 강화까지  이뤄지면 공장 폐쇄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EU 집행위는 규제 완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대표는 글로벌 친환경 의제를 주도해 온 EU 집행부가 이 같은 선택을 내릴 것으로 전망하는 배경 중 하나로 ‘그린래시(Greenlash; 녹색정책에 따른 변화에 대한 반발 행동)’를 지목했다.

지난해 유럽 정치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농민 중심의 시위 직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강경우파 및 극우 세력이 약진했고, 이를 목격한 EU 집행부가 독일 총선 등을 앞둔 상황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의 기후 의제가 후퇴하는 게 아니라 이미 그린래시가 왔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며 “유럽 역시 같은 상황이다. 실적이 급감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폭스바겐이 근로자 30%를 감원키로 하는 등 유럽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을 유지할 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프랑스·오스트리아·불가리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도 EU에 자동차 탄소 감축 정책 재고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는 EU가 규제 완화를 택할 경우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EU의 규제 강화와 함께 유럽 각국에서 전기차 정책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유럽 투자에 나서왔는데, 돌연 규제 완화에 나설 경우 예상했던 수혜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

이와 관련해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 진출한 게 분명히 이러한 규제에 대한 기대를 걸고 한 것”이라며 “규제가 완화될 경우 신규 고객사 모집 등 당초 계획하거나 예상했던 유럽 내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 미칠 영향이 분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EU 추진 정책들을 지속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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