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W 공고 물량 대비 8% 응찰...최종 낙찰은 72MW
낙찰 평균가 15.5만원대로 전년 比 4300원 인상
상한가 인상 등 사업성 강화 불구 미달사태 못 막아
존폐 기로 선 고정가격계약, 고개 드는 경매제도 이행

[출처=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전기신문 재정리]
[출처=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전기신문 재정리]

태양광발전소가 20년간 전력 당국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이 올해도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정부가 수익성을 강화할 각종 조치를 내놓았지만 발전사의 외면은 공고했다. 일각에선 이번 입찰이 RPS 제도에 대한 사실상의 종언과 같다며 경매제도 이행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도 하반기 태양광 장기고정가격계약 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응찰 물량은 공고 물량 1000MW 대비 8% 수준인 80MW, 최종 낙찰물량은 공고 대비 약 7% 수준인 72MW에 그쳤다. 전력거래단가(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합해 산정하는 낙찰평균가는 1MWh당 15만5269원으로 집계됐다.

입찰 미달은 2022년 상반기 입찰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올해는 상·하반기를 통합해 단 한 차례 입찰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달이 발생했다.

정부로선 지난 입찰의 미달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여러 조치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이번 상황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정부는 입찰 공고를 통해 ▲낙찰상한가 인상 ▲정부 주도 PPA 중개시장을 통한 수익성 보완 ▲탄소인증 모듈 차등가격 복원 등을 약속하며 기대감을 높여 왔다.

실제 낙찰 상한가 인상의 경우 낙찰 평균가를 높이며 사업성 강화에는 일부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낙찰 평균가가 15만원 초반대에 형성된 것과 달리 올해 입찰에선 최대 4300원/MWh 가량 인상되며 발전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MW급 발전소를 가진 사업자가 평균가를 기준으로 발전사업을 수행할 경우 연간 약 570만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낙찰가 인상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조치”라며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올리면서도 제조·개발 등 여타 산업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동안의 낙찰가 흐름을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발전업계 입장에선 이러한 조치가 현재 발전사업이 가진 난맥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제시한 가격 수준이 업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미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kWh당 200원, 평균가 20만원 정도는 돼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던 시점이었다”며 “금리가 내리고 모듈 등 자재 가격이 일부 낮아졌다고 해도, 부지 가격을 비롯해 각종 부가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실제 업계에선 낙찰자 선정 이전부터 정부 조치가 불충분하다며 입찰 미달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입찰 마감을 전후로 수소문해봐도 응찰한 발전사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물시장에 기대감을 두는 사업자가 더 많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일몰이 예정된 상황이라 정책 불확실성도 한 몫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달 들어 현물시장 REC 가격이 1만원 이상 급락함에 따라 사후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한편, 연이은 입찰 미달은 결국 RPS 일몰을 앞당기고 경매제도 이행의 당위성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업계에서도 입찰제도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해 온 가운데, 정부도 그동안 전력시장 외부에 자리해 온 태양광 및 풍력발전력을 시장 내로 편입하는 정부 입찰(경매) 중심의 제도 개편을 구상해 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미달 사태는 정부로 하여금 기존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며 “소규모 태양광 등에 대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전력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태양광 시장 편입은 가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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