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전력거래소 실시간시장 팀장 [사진=윤대원기자]
김형철 전력거래소 실시간시장 팀장 [사진=윤대원기자]

글로벌 에너지전환 움직임에 발맞춰 우리 정부는 기존의 전통발전원은 줄이는 반면 재생에너지와 다양한 무탄소전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존 계통한계가격(SMP)과 용량요금(CP)으로 이뤄진 정산방식은 새로운 발전자원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모습이다. 연료비가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기존 정산체계에 녹이기 어렵다는 것. 특히 재생에너지 증가와 함께 실시간으로 발전 측면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물 단일시장의 우리 전력시장은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전력거래소(이사장 정동희)는 지난 6월부터 새정부 에너지정책에 따른 전력시장 개선을 위한 ▲실시간시장 ▲예비력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의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본지는 김형철 전력거래소 실시간시장 팀장<사진>을 만나 약 6개월에 걸쳐 진행된 시범사업의 성과와 앞으로 개선방향에 대해 들었다.

▶제주에서 6개월간 시범사업을 추진했는데,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가장 큰 성과는 실시간 시장 도입으로 시장 가격의 역동성을 확보한 점이다. 과거 하루전시장의 예측으로만 가격을 산정했지만, 이제는 15분 단위 실시간 시장을 통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재생에너지가 가격 결정에 참여하며 음(-)의 가격도 도출됐고, 더욱 자발적인 시장 참여가 이뤄졌다.

입찰제를 통해 수요가 낮은 시간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피크 시간에 방전하는 자원들이 등장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비용이 완화됐고, 13개사(200MW)가 참여 중인 가상발전소(VPP)가 정식 거래 모델로 자리 잡았다.

또 예비력 시장 도입으로 실시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산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방 예비력이 부족한 시간에는 단가가 올라 계통에 유연성 자원이 진입할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는 게 중요한 성과다.”

▶이번 시범사업에서 인상적인 데이터가 있었나.

“6~9월 정산금을 분석한 결과 입찰제 참여 자원이 미참여 자원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정산금을 받았다. 해당 기간 동안 입찰제에 참여한 자원의 정산단가는 평균 kWh당 150.04원 정도였다. 반면 미참여 자원의 정산단가는 146.85원/kWh로 kWh당 3.19원 정도 차이를 보였다.

과거 재생에너지에는 입찰 개념이 없어서 출력제어를 진행해야 했다면, 이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시장에 참여하면서 하루전시장에서 발전계획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시범사업이 추진된 6월부터 9월까지의 출력제어 횟수가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 계통을 한층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데이터를 얻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신사업을 육성했다는 점도 의미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주에서 2.5MW 단독형 배터리를 설치하며 처음으로 시장에 참여했다. 이는 민간 사업자가 신사업 모델에 투자하고 계통 안정성을 높인 선도적인 사례로 앞으로 더 많은 사업자 참여가 기대된다.

이번 시범사업 참가자를 살폈을 때도 1차 사업보다 2차 사업에 VPP 등 숫자가 늘었다. 수익성이 있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보완해야 할 점도 도출했나.

“현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만 보조자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수요반응(DR)과 전기차 등의 자원을 포함하게끔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가 보조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적 검증이 필요하다. 자원 결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 중요한 과제다.

또 앞으로 시장에 참여하게 될 수천개, 수만개의 자원을 물리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다. 계통해석과 안정도 확보 측면에서 VPP 형태의 자원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우리가 해야 할 부분은 VPP를 통해 다양한 자원이 하나의 집합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점자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는 ESS 등 저장장치와의 결합을 통해 자원의 가치를 올려야 한다. 저장장치 같은 보조적 수단이 없는 단순한 예측은 정확도의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 기상데이터만 봐도 오차가 크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예측에서 발생하는 상·하방의 간극을 조정할 수 있는 결합된 자원에 그만큼의 가치를 줘야 한다. 이런 부분이 우리의 숙제다.”

▶앞으로 계획을 들려달라.

“앞으로 비중앙발전 자원이나 화력발전 자원의 입찰제를 하루전시장에서 검증해야 한다. 실시간 시장은 사실 큰 도전이다. 실시간 시장이 자리잡으려면 실시간 예측력도 강화해야 한다. 전통전원은 예측에 대한 정확도가 매우 높지만, 재생에너지는 상대적으로 간헐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입찰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앞서 말했듯 사업 참여자 수가 증가하며 시장의 수익성이 입증되고 있다. 앞으로 자원 결합과 예측 기술을 고도화해 실시간 시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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