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최고의 럭셔리”
친환경차 누적 1000만대 생산, 철저한 ‘품질관리'가 1등 비결
용접공장 자동화율 87% 구축...1352대 로봇의 정밀 작업 감탄
제조 경쟁력부터 각종 테스트까지,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이유있네’

선산 BYD 자동차 공업단지(Shenshan BYD Automobile Industrial Park). 이 곳 중 스탬핑 공장, 용접 공장, 조립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BYD 코리아]
선산 BYD 자동차 공업단지(Shenshan BYD Automobile Industrial Park). 이 곳 중 스탬핑 공장, 용접 공장, 조립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BYD 코리아]

1000만대가 넘는 친화경차를 만들어온 중국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올해 3분기 매출 35조원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기업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의 생산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국내 주요 매체들과 함께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선전을 찾았다.

지난달 19일 아침부터 내리는 비를 뚫고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선전 BYD 자동차 공업단지. 처음 마주한 풍경은 흔한 공단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단지를 돌며 마주한 거대한 공장들과 기숙사를 보니 그 규모가 실감났다. 2021년 설립된 이곳은 구아부와 샤오막 두 단지를 합쳐 총 54만㎡에 달하는 대규모 자동차 생산기지다.

“이곳에서 BYD의 고급 브랜드인 왕조와 양왕 시리즈를 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구아부 공단에서는 핵심 부품 생산과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샤오막 공단에서는 연간 30만대의 친환경 완성차를 생산하고 있죠. 총 250억위안(약 4조8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공장 투어를 안내하는 BYD 관계자가 말했다.

스탬핑 공정 후 생산된 차체. BYD는 보안상의 이유로 공장 투어와 실험실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했다. [사진=BYD 코리아]
스탬핑 공정 후 생산된 차체. BYD는 보안상의 이유로 공장 투어와 실험실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했다. [사진=BYD 코리아]

처음 방문한 장소는 스탬핑 공장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차체 외관을 성형하는 이곳에는 3개의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었다. 자재 커팅부터 점검, 생산까지 모든 공정이 100% 품질 검사를 거친다. “외부 패널 생산시에는 환경 기준이 매우 엄격합니다. 스탬핑 한 제품의 먼지도 외부 손상으로 간주하죠.” 현장 관계자의 설명처럼 공장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했다.

이어 방문한 용접 공장에서는 BYD의 자동화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87%에 달하는 자동화율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1352대의 로봇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특히 레이저 용접 공정에서는 0.15~0.2mm의 오차 범위를 고집할 만큼 정밀한 작업이 이뤄졌다.

BYD 관계자는 “유해 가스와 기포를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용접은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진행된다”며 “불꽃이 발생하면 기포가 생기고 이는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꽃 발생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또 서브라인의 경우 자동화율이 100%에 달한다고 했다.

용접 공장 입구에 전시된 BYD 왕조 브랜드의 HAN 모델. [사진=BYD 코리아]
용접 공장 입구에 전시된 BYD 왕조 브랜드의 HAN 모델. [사진=BYD 코리아]

조립 공장은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였다. 가로 579m, 세로 196m 규모의 조립동에서는 수백 명의 작업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1층 생산라인과 2층 수송라인으로 나뉜 10개의 라인에서는 273개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100대가 넘는 무인자동이동체(AGV)가 부품을 실어 나르는 사이, 작업자들은 배선과 하네스 등 섬세한 수작업에 집중했다. 완성차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작업장은 활기로 가득했다.

공장 투어만으로는 BYD의 핵심 기술인 CTB(Cell-to-Body)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생산 라인 곳곳에서 차체와 배터리를 하나로 통합하는 이 혁신적인 기술이 녹아들어 있었다. '배터리팩 상단 덮개-블레이드배터리-트레이'의 샌드위치 구조로 만들어진 CTB 기술은 모듈과 팩이 없어 에너지 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차체에 최적화해 탑재함으로써 안전성도 크게 향상됐다.

SEAL 모델의 경우 비틀림 강성이 4만500Nm/°에 달하는데, 이는 차체가 비틀리거나 휘는 현상에 대한 저항력이 고급 차량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차량 하부 높이도 10mm 낮춰 공기역학적 성능까지 개선했다. 유로앤캡 최고 등급 획득으로 입증된 이 기술은 BYD의 자부심으로 평가된다.

다음날 찾은 BYD 본사의 3대 실험실은 BYD의 안전 테스트 상황을 보여줬다. 2만2000㎡ 규모의 실험실에는 400명의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끊임없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다. BYD 설립자인 완촨푸 대표는 "안전이 최고의 럭셔리"라는 말을 했다는데 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안전 실험실 상부 관람대에 올라서자 아래층에서 충돌 실험이 이뤄지는 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250m 길이의 실험장에서는 최대 시속 120km로 주행하는 차량의 8개 각도 충돌 실험이 가능했다.

BYD 실험실 관계자는 “연간 수백 번의 실험을 진행하며 이 실험실에서만 연간 2000대 이상의 차량이 안전을 위해 폐기된다”고 설명했다.

차체가 조립되는 과정. [사진=BYD 코리아]
차체가 조립되는 과정. [사진=BYD 코리아]

이어 그는 “이곳은 3억위안(약 577억원)을 투자해 건설했다. 유럽 기준에 맞춘 실험 설비로, 전기차는 물론 전기버스, 모노레일, 블레이드 배터리까지 모든 제품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했다. 충돌 테스트를 실제로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다만 영상으로 본 배터리 테스트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3톤 이상 차량의 압착 테스트부터 극한의 추락 실험까지, 다양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었다.

EMC(전자파) 실험실은 마치 소행성 공간을 연상케 했다. 배구장 크기의 공간이 검은색 삼각뿔 모양의 전자파 흡수체로 뒤덮여 있었다. 실험실 관계자는 “이 흡수체의 주요 성분은 탄소다. 독일에서 수입한 이 특수 소재로 전자파를 완벽히 차단하고 있다”면서 “이 곳에서는 차량 전자파에 대한 인체 영향 유무는 물론 전자장비 간 간섭에 대한 측정을 하고 있다. BYD 차량 간 전자파 이슈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억위안(약 192억원)이 투자된 이곳은 2013년 완공된 중국 최대 규모의 전자파 실험실이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NVH(소음) 실험실은 더욱 정교한 과학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곳에서는 나뭇잎 스치는 소리 수준인 21dB부터 소음을 측정하고 있었다. 보통 조용한 사무실이 50dB, 일상적인 대화가 60dB 정도다.

CTB(Cell-to-Body) 구조 개념도. [사진=BYD 코리아]
CTB(Cell-to-Body) 구조 개념도. [사진=BYD 코리아]

전자파 실험실보다 더 날카로운 삼각뿔 모양의 흡음재가 빼곡히 들어찬 이 공간에서는 최대 시속 250km로 달리는 차량의 소음까지 정밀하게 분석한다. 가로 28m, 세로 23m, 높이 9.6m 규모의 이런 시설을 BYD는 무려 10개나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품질과 안전이었다. CTB 기술, e-플랫폼 3.0 등 혁신적인 기술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제조 현장의 경쟁력이었다. 효율적인 자동화 시스템, 철저한 품질 관리,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 검증 시스템이 BYD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려놓았다. 내년 1월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BYD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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