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인수팀, IRA 전기차 보조금 전면 폐지 추진… “100일 내 결정”
현대차·기아, 美 공장 생산계획 차질… ‘하이브리드로 선회 검토’
배터리 업계도 AMPC 축소 걱정, 지금은 상황변화 "지켜볼 수밖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차기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배터리 세액공제 중단 추진에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그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맞춰 대규모 미국 투자를 단행해 왔지만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변화로 투자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행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기아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대형 전기 SUV EV9 생산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기아 조지아 공장의 올해 3분기까지 EV9 생산량은 21대에 그쳤다. 당초 5월부터 본격 생산을 예고했으나, IRA 혜택 요건 강화로 인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도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는 보조금 폐지로 인한 가격 상승이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전기차의 특성상, 보조금 없이는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에서 “바이든의 전기차 강제 전환 정책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며 “당선되면 첫 100일 안에 모든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예고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이미 정부 보조금보다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판매를 좌우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정책 변화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화와 기술력 강화가 미국 시장에서의 생존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특히 부품 현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CEO가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데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지지하고 있어 오히려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가진 배터리 업계는 내연기관 중심으로의 회귀가 가능한 자동차 제조업과는 달리 대체 매출원을 찾기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트럼프의 화석연료 지지 성향으로 인해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석연료 산업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늦추고, 이에 따라 ESS 시장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책 변화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의 축소 여부다. AMPC는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배터리에 대해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특히 배터리 업계에 중요한 재정적 지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 이후 AMPC 혜택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악화와 생산·투자 계획 차질이 우려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은 오하이오,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등 지역에 약 50조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따라서 AMPC 혜택이 축소된다면 해당 공장들의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수익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위기에 배터리 업계는 미국 내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민관 대미협력 전담반(TF)을 구성해 미국의 새로운 통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으며 배터리 업계는 장기적으로 AMPC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 등을 고민하겠다는 방안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배터리 산업 축소가 어느 정도 예상은 되지만, 워낙 예측이 어려운 인물이라 현재로서는 정책 변화 방향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기초 체력 다지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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