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황 계측 보상금 쌈짓돈처럼 쓴 울산 대책위 간부 집행유예
한 단체 협의 끝나면 다른 곳서 이권 주장, 이해관계자 범위 설정 난제
주민수용성 보상 기준 부재…산업부‧지자체서 구체적 제도 나와야
![해상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모습.(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안상민 기자]](https://cdn.electimes.com/news/photo/202405/336872_539040_3745.jpg)
“주민들에게 돈이 가면 사고가 난다. 이를 예방하려면 애매한 주민수용성 기준을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해상풍력 인허가를 추진 중인 한 개발사 관계자의 얘기다.
주민수용성 확보는 해상풍력 단지 개발의 첫 관문으로 주민 상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보상 권리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주민들의 책임 없는 권리 행사가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프로젝트 곳곳에서 사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일 울산지법 형사11부(이대로 부장판사)는 민간 해상풍력 개발사로부터 어업 피해 보상금을 받아 유용한 울산부유식해상풍력사업 어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 등 대책위 간부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11부(이대로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대책위는 민간 개발사가 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풍황 계측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어업구역 축소, 조업 손실 등에 따른 피해를 주장하며 보상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개발사들은 총 70억원을 대책위 측에 지급했다.
대책위 위원장인 A씨 등은 대책위 명의 계좌에 있던 운영경비 대부분을 다른 개인 계좌로 송금한 뒤 사용한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만 개발사들이 어민들에게 지급한 70억원이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해졌는지는 불확실하다. 개발사가 어민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금액을 산출할 수 있는 근거가 국내에 부재하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개발사 관계자는 “개발사와 어민 간 협의를 위해 울산광역시가 양 측의 소통자리를 주선했다”며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개발사들은 각자 상황에 맞춰 보상금을 각출했다”고 말했다.
주민수용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보니 프로젝트 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상풍력 업계에 따르면 어민들이 실질적으로 조업 금지, 어획량 축소 등으로 입는 피해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기초지자체에서 각 지역의 보상금을 비교해 개발사에 보상금을 청구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발사가 한 어민 단체와 협상을 통해 보상금을 지급한 후에도 다른 어민 단체가 이권을 주장하며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사례다.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에 대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일부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사업과 관련이 없는 이들도 주민동의를 무기로 보상금을 청구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에 개발사 측은 구체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주민수용성 기준을 정부 정책이나 지자체 조례로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별 주민수용성을 대표할 수 있는 민관협의회가 조성된 이후 구체적인 보상 절차를 개시해야 우후죽순 제기되는 보상급 지급요구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현재의 제도로는 주민동의를 근거로 주민과 어민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더라도 개발사에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 3의 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주‧어민 보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업자가 공탁금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제주대학교 교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100% 주민 동의를 원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사업 개발에 동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엔 힘든 문제지만 지자체별로 적당한 기준을 정해 조례로 만든다면 사업자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