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호황 자신감·신규 투자 위한 유상증자 이슈 겹치며 대외 접촉 확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초고압 변압기ㆍ케이블 생산시설 확장에 전액 투입
친환경 170kV EGIS 성능검증 중, 연내 개발시험 거쳐 내년 한전 등록 추진
한전 경영난·민간투자 감소 극복 위해 케이블 사업도 친환경·고효율 제품 확대

황수 일진전기 대표가 올 연초부터 언론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 신문 인터뷰에 잇달아 응하더니 최근에는 충남 홍성 공장을 언론에 최초로 공개하는 등 대외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실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아울러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유상증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일진전기는 1968년 1월 설립된 국내 빅5 전력기기 업체 중 한 곳이다.1월 22일은 일진그룹의 창립 56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황수 대표는 지난 2017년 중전기사업본부장(사장)으로 일진전기에 처음 영입됐다. 당시는 일진전기가 메인이던 전선사업은 부진한 대신 신규분야였던 중전기사업을 포함한 전력시스템 분야는 선방을 하던 때였다. 업계에선 일진전기가 GE 재직 시절부터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던 황 사장을 영입해 신규사업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고 해석했다. 일진전기의 이 같은 전략은 주효했다. 일진전기는 황 대표가 단독대표로 나서기 시작한 2019년부터 실적 고공행진을 벌여 2019년 6683억원, 114억원이던 매출(연결기준)과 영업이익이 2022년 1조1647억원, 315억원으로 각각 74.28%, 176.32% 상승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도 매출 8902억원, 영업이익 459억원으로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같은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황수 일진전기 대표로부터 최근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 계획부터 친환경 전력기자재 개발과 해외사업, 전선사업 관련 이슈 등에 대해 폭넓게 들어봤다.
▶지난해 말 일진전기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초고압변압기와 초고압케이블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성공을 전제로 향후 초고압변압기와 케이블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달라.
“일진전기는 지난해 11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확보된 재원은 초고압변압기 공장증설(682억원), 초고압케이블 공장 설비증설(350억원) 등에 전액 투자될 것이다. 중전기(변압기, 차단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수주가 증가하면서 수주잔고는 2022년 2억2000만 달러에서 2023년 3분기 말 3억8000만 달러로 늘었고, 2023년 말에는 7억불 이상이 예상되고 있으며, 초고압변압기 투자가 완료되면 공장의 생산능력은 매출 환산기준 2023년 2600억원에서 2026년 4330억원 규모로 확대된다. 지난해 이미 2026년 물량까지 확정됐다. 전선은 중동 및 유럽을 중심으로 수주가 확대되고 있으며 수주잔고는 2022년 4억 달러에서 2023년 3분기 말 5억8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향후 추가 수주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확충하는데 자금을 투자하면 공장의 생산능력은 매출 환산기준 2023년 3800억원에서 2026년 6200억원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일진전기의 사상 첫 유상증자 규모는 935억원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일진전기는 22~23일 구주주 청약에서 발생하는 실권주를 대상으로 25~26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내달 13일 신주를 상장·유통할 예정이다.)
일진전기는 반세기가 넘게 쌓아온 사업역량과 기술력, 품질을 토대로 시장을 개척하고 확장하며 글로벌 중전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크게 3가지 사항에 역점을 두고 있다. 첫째는 제품 품질이다. 품질은 성장을 좌우하며, 품질사고는 고객의 신뢰성과 직결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고품질 유지를 위한 품질혁신을 추진해 품질경영 선진화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원가경쟁력으로 저가 수주 금지와 품질 및 시장 가격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원가절감 전략을 수립해 프로젝트별 설계단계에서부터 원가절감 계획을 수립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력산업에 필요한 전력기기와 케이블 제품을 동시에 제조할 수 있는 세계 유일 기업으로서, 시너지에 대한 경쟁력 부문이다. 일진전기는 신재생 발전 및 플랜트 시장에서 전력기기와 케이블을 패키지화해 턴키 수주를 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2022년에 완료한 전라남도 임자도태양광 프로젝트(수주 650억원)다. 일진전기는 직접 생산하는 중전기기(변압기, 차단기)와 초고압케이블, 시공까지 토털 패키지로 제공해 종합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일진전기는 최근 4300억원대 미국 변압기 사업을 수주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원동력은 무엇이고, 현재 내부적으로는 미국 시장 활성화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나.
“최근 해외시장의 성과는 첫째, 전력분야 시장의 호황 덕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한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최대 전력 시장인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사업도 동시에 진행이 되고 있다. 또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지역의 메가시티와 신도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진전기는 오랜 기간 고객확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최근 글로벌 고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 최근 성과의 주요 원동력이다. 전력산업은 매우 보수적인 시장이며 신제품 개발과 인증에 최소 3~5년이 걸린다. 또한 신규시장에서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선 운이 좋아도 개발시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렇게 시장에 진입을 하고도 고객이 원하는 기술 수준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을 잃게 되고 재진입은 더욱 어렵게 된다. 일진전기는 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소통하면서 납품, 설치·시공, A/S까지 고객이 만족할 만큼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현재 미국 시장의 경우는 현지 주요 전력청 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하면 설사 정권이 교체돼도 전력시장 성장세는 과거와 달리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9%에서 2030년에 47%까지 높이기 위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내 전력 인프라 중 대형변압기의 70%는 사용 연한이 도래해 지속적으로 교체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성장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일진그룹 상장사 중 일진전기 실적이 가장 좋았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일진전기는 국내 초고압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20년 이상 늦었으나 현재 기술개발 및 생산 품질은 일부 경쟁사 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제품에 대해서는 지난 몇 년 간 경쟁사들 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국내 최초로 개발된 제품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미래 전력시장에 대비한 친환경 170kV EGIS도 현재 성능검증 중으로, 2024년 연내 개발시험을 완료한 뒤 2025년 상반기 실증시험을 거쳐 한전 유자격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최우선 과제로 기존 품질관리의 문제점을 재정비한 품질혁신 프로세스를 시행해 품질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수주 전 단계부터 사전에 점검해 채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동시에 저가 수주 금지 등 성장의 저해가 되는 요소들을 과감히 개선했다. 또한 과거 조직 간 소통 부재, 수동적인 조직문화도 능동적으로 바꾸기 위해 많은 개선노력을 전개했다. 이런 노력들이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력기자재를 공급하는 메이커 입장에서 최근 개폐장치 문제로 정전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진전기는 이와 같은 사고의 원인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장에서 정전을 일으키는 개폐장치 사고의 원인은 설비의 노후화 및 사용 환경에 따른 절연물의 변화로 발생하는 절연불량에 의한 것이다. 해결방안으로는 사전 모니터링 강화를 바탕으로 노후설비 교체 물량을 파악하고 물량에 대한 발주, 적기 유지보수 등을 통해 사용 수명을 연장하거나 신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 일진전기는 전력설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이상 징후를 판단하고 원인 및 대책을 제시하는 예방진단 시스템을 우리가 생산하는 전력설비(변압기, 계폐장치, 케이블 등)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전전기의 주력사업군인 케이블과 관련해선 현재 전선 사업 업황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물론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고 체감도도 다를 텐데, 일진전기는 지난해 어땠고, 올해는 어떻게 예상하나.
“국내시장은 한전 및 발전사 중심의 관납시장과 플랜트 중심의 민수시장으로 구분돼 있으며, 일진전기는 지난해 한전 경영난으로 인한 투자축소에 따른 관납시장 매출지연과 경기둔화, 금리상승 및 물가상승에 따른 민간기업의 투자 감소로 물량이 줄어들었다. 올해는 한전의 재무구조개선 노력, 국가에너지 정책에 따른 계통연결 사업의 정상 추진 등으로 점차 공공물량 확대가 예상되고, 민간부문에서는 이차전지, 친환경 중심의 플랜트 신규투자와 신재생 및 데이터센터의 송배전망 수요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일진전기는 이에 따른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송전망 계통연계 공공사업을 기반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친환경제품, 고효율 제품, 신재생 관련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시장의 경우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노후 전력망 교체, 중동의 메가시티 건설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이런 수요확대에 맞춰 여러 의미있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 유럽시장 확대를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한 결과 노르웨이 420kV 프로젝트(약 340억원 규모) 수주에 이어 영국에서 수주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7월 런던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유럽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 중동시장에서는 지난해 신규시장인 바레인에서 400kV 프로젝트, 1685억원 규모의 대형수주를 따내는 등 초고압케이블 분야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동지역 메가시티 건설사업 및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북미시장에서는 대형 전력청을 타겟으로 업체 등록을 추진해 입찰에 참여하면서 점진적으로 수주를 추진 중이며, 아시아 시장도 싱가포르에서 10여년을 넘게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던 역량을 바탕으로 동남아권 신규시장 확대를 모색해 왔다. 지난 2022년 말 방글라데시에서 400kV 프로젝트(821억원 규모)를 수주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전선공업협동조합이 기존 조합원사들의 대거 이탈 위기에 놓여 있다. 일진전기도 대상 기업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나. 슬기로운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협동조합은 이익집단이 아닌 각각의 산업분야를 대변해 정부의 정책수립 및 입안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선조합은 지난 60년 간 전선산업의 발전과 상생을 위해, 조합원사간의 활발한 의견 교환과 제안을 중심으로 에너지정책 제안, 제품개발 및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등 국가에너지 산업 육성 및 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합 회원사들도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매출성장과 동시에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런 차원에서 회원사들의 경영개선, 매출성장 노력의 결과물 대신 조합원사의 자격을 단순히 매출액 규모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우려가 되는 점이다. 또한 중국 및 일부 국가에서 우리나라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선조합 회원사들은 전선 산업의 발전이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실행력 있는 해결책을 조기에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전선조합 및 조합원사들 역시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다만 정부기관도 그동안 전선조합의 국가에너지 산업에서의 역할과 공로를 인정하고, 단계적 출구 전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선산업과 관련해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인력난이다. 인력문제와 관련해 일진전기 상황은 어떠한가.
“저출산, 4차산업혁명, MZ 세대의 직업의식 등 채용환경 변화로 인해 신규인력의 제조업 기피문화는 일진전기도 상당히 부담을 갖는 부분이다. 전선업계는 전통적 제조산업으로 신규채용의 어려움과 경력인력의 타 산업군 유출이라는 유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한다면, ▲임금피크제 개선 및 정년퇴직 연장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령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하는 방안 ▲산업인력 확보를 위한 산학 협동 육성 교육체계 정비 등 장기적 관점에서 노력 ▲세대변화에 따른 근로조건 개선 등 노동환경의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업계 발전을 위해 제안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 대책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탄소세 실행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 법규 개정, 대규모 투자 등을 강력하고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계획된 신재생에너지 보급조차 송배전 계통에 대한 투자가 미흡해 지연이 되는 등 걱정스런 상황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신재생 에너지원의 수용과 활용성에 대해 관련 기관, 학계 전문가, 기업인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축소된 R&D 예산 복원 등을 통해 다양한 친환경 기술 개발로 세계적인 기후변화위기 해결에 즉시 동참해야 한다.”
▲He is... 미국 미시시피 주립대에서 농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89년 도시바 계열 미국 반도체기업인 쿼츠인터내셔널에서 영업마케팅을 담당하면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97년 GE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뒤 GE삼성조명 한국 사장, GE C&I 북아시아 사장을 거쳐 GE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는 프랑스 전력 기자재 업체인 알스톰코리아 대표를 거쳐 2017년부터 일진전기 중전기사업본부장(사장)으로 영입됐고 2019년 일진전기 단독대표에 취임했다.